제 첫 DSLR이 올림푸스 E-1 이었습니다.
아마 캐논에서 300D인가 그 후속기인가가 나왔을 무렵으로 기억됩니다.
카메라를 사기 전에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결국엔 올림푸스 E-1으로 결정했는데,
주변에서는 왜 그걸 사냐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카메라, 게다가 최신기능인 디지털카메라는 아무래도 캐논이나 니콘을 사야하지 않겠느냐는 거였죠.
E-1을 선택한 이유는 몇가지였습니다.
1) 인물 색감(?!)
아마 지금은 다들 인물하면 캐논을 쳐주겠지만, 그 당시엔 캐논의 그 화사함이 별로였거든요.
자연스러운 인물 색감을 보여주는 건 올림푸스라고 생각했고, E-1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막상 카메라를 사서 인물사진을 제대로 찍은 기억은 없습니다. 읭?!
2) 방진방적!!!
지금이야 방진방적이 대부분의 카메라에 기본기능으로 자리잡았지만 그 시절에 방진방적이라니요!
비오는 날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를 꺼내드는 그 기분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실 그 광고! 그 광고를 보며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당신은 사막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라는 그 카피!
그렇지만 역시나 카메라를 사서 사막은 구경도 못해봤습니다.
방진방적 때문에 샀다지만 그 기능을 제대로 써먹진 못했죠.
대신 어떤 상황에서든 카메라를 꺼낼 수 있다는 든든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비오는 날, 눈오는 날, 워터파크 풀장에서도 맘 놓고 사진을 찍었고 카메라는 멀쩡했습니다.
3) 디자인
한쪽이 잘린 듯한(!) E-1의 디자인은 제게 꽤나 멋져보였습니다.
그 이후에 올림푸스는 E-300시리즈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었죠. 솔직히 저는 E-300시리즈 디자인은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만.
지금 손에 들어도 E-1의 디자인은 매력적입니다.
4) 가격(?)
현실적으론 이 부분도 무시하지 못한 요인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보며 침만 흘리다가 정작 구매는 출시가 한참 지난 후에 했습니다.
E-1 / 14-54렌즈 / FL50 셋트로 장기할부로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몇 년간 E-1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남대로에 있는 매장에 가서 사고 싶은 망원렌즈들 마운트해서 길 건너편 사진도 찍어보고
이런저런 출사도 다니고, 지인들 행사 사진도 찍어주고 했었죠.
그 이후엔 일 때문에 캐논 풀프레임 DSLR을 사서 몇 번의 기변을 하면서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 적은 내용과 비슷한 이유로 포서드에서 마이크로포서드로 넘어와서는 E-M5 mark2를 쓰고 있습니다.
중간에 결혼하는 동생에게 E-P**(정확한 모델명이 기억나지 않아서) 렌즈셋트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쯤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우연히 2007년에 이태리에서 E-1으로 찍은 사진들을 다시 열어봤습니다.
그당시는 raw파일로 찍지도 않고 별다른 셋팅도 하지 않은 jpg파일로 찍었는데,
라이트룸으로 불러와서 크게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래 전 사진이라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진들이 너무 맘에 들더군요.
쨍한 맛이며, 색감이며 딱히 보정을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요)
그래서 E-1 사진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포럼에 계신 여러분들은 왜 올림푸스를 선택하셨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여러 고수님들의 스토리가 듣고 싶습니다. :-)
사진은 용량 때문에 작게 리사이즈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꿈꾸는 섬 공작소
https://cohabe.com/sisa/79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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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watch?v=hyd9uY5UlKg
다들 기억하실 그 광고입니다.
그나저나, 리사이즈된 사진들이 전부 흐리멍텅해보이는군요. ㅠㅠ
대두 하정우씨가 들고 있는거보고 작아보여서 샀는데 생각보단.....(?)
그러고보니 올림푸스에서 은근히 연예인마케팅을 잘 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배우들을 썼던 게 기억납니다. :-)
와!~~ 올림푸스를 선택하신 과정을 역사 서술처럼 자세히 들려주셔서 의미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그저 카알못 시절에 작고 아담한 마포 미러리스(gf3와 em10)으로 시작했죠
캐* 또는 니* dslr 살 돈으로 훨씬 다양한 렌즈군을 택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시작한게 이제는 마포의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되어버렸죠ㄷㄷㄷ
지금도 풀프나 후* 쪽으로 눈길이 가기는 하지만 사진은 역시 장비빨보다는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을 최대한 잘 써야한다고 믿고 만족하고 있어요ㅎㅎㅎ
역시! 작고 아담한 바디가 한몫을 했군요.
자신의 손에 익숙한 바디가 좋은 바디라는 건 진리인 것 같습니다. ^^
저는 주말에나 한번 찍는 카알못인데
눈이 와도 추워도 비가 와도 먼지를 뒤집어써도
잘 작동해서 너무 좋더라고요.
팔다리가 덜덜 떨려도 잘 찍혀서 참 좋구요.
등산 다니시고 아웃도어 활동이 많으시니 올림푸스이 믿음직한 바디가 제격인 것 같습니다.
저도 쏟아지는 빗 속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사용한지라 방진방적에 대한 신뢰가 큽니다.
포서드.... 진짜 90-250이랑 300단 까지 써봣엇는데요...예전과는다르게 마포와서는 품질도 약간 떨어지고 as가 좀만지나면 부품단종으로 수리도 안되고 여러모로 좀 그러네요... 포서드땐 부품 없으면 일본에 발주넣어서 수리해주기도했고 먼가 펜탁스같은 맛이 있어서 좋아햇는데..예전만 못하네요.개인차가 잇겟지만 사후 처리가 좀 안좋습니다
꿈꾸는 섬 님의 올림푸스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꿈꾸는 섬 님의 사진들을 보니 올림푸스는 그때나 지금이나 훌륭한 사진들을 만들어 냈네요. 2007년 JPG 로 저장하신 사진들 이라는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도 첫 dslr이 올림 e-1이였습니다
그러고 e-300으로 기변했었죠 iso 200만 올려도 자글자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