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주 공략은 관우가 손권 열받게 해서 벌어진 우발적 사태가 아니었습니다. 결혼 동맹 제의는 손권의 명분 쌓기 수준이었고 제의 자체도 상당히 도발적인 행위였습니다. 손부인이 유비 아들을 인질로 삼아서 도주하다가 잡힌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관우 아들을 인질로 잡으려는 시도였으니까요.
당시 손권과 유비의 관계는 겉으로만 동맹이었지 속으론 앙숙이나 다름 없었어요. 유비가 한중에서 조조랑 대치하고 있던 시기에 군대 이끌고 와서 형주 내놓으라고 하는 바람에 유비가 형주까지 와서 담판을 지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애초에 손권 지분은 1도 없는 형남땅 절반과 강하를 꽁으로 줘야 했습니다. 전쟁중인 동맹한테 땅 내놓으라고 군대 이끌고 오는게 무슨 동맹입니까. 공통의 적이었던 조조를 상대하는데 군량 지원도 안해주다가 털린거 가지고 동맹의 신의를 어겼다고 하는건 앞뒤가 안맞죠.
그렇다고 방비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닙니다. 여러군데 봉화대를 설치해 놓고 형주 방어의 핵심인 강릉엔 유비의 처남인 미방을 두어서 지키게 했어요. 나름 가장 믿을만하고 중량감 있는 인물을 배치한겁니다. 강릉성만 버텼어도 관우가 죽는 일 까진 안갔을 거에요. 그런데 미방이 부사인의 꾀임에 넘어가서 홀랑 넘겨주는 바람에 퇴로가 끊긴거죠.
그럼 미방이 왜 보장된 앞날을 져버리고 손권에게 투항했는가 하면 관우의 처벌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여몽의 작전이 워낙 치밀해서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여몽은 형주 호족들을 포섭하는 작업을 진행에 왔고 공략이 시작된 시점에서 형주의 대부분의 군현들이 싸움한번 안하고 항복합니다. 그 바람에 봉화는 마비 되버리고 강릉성이 순식간에 고립되버린거죠. 여기서 유능한 인물이었다면 그래도 훌륭한 요새였던 강릉성을 믿고 버텼겠지만 미방은 그럴만한 깜이 안되는 인물이었던 것 뿐입니다. 미방이 애초에 내통을 생각했다면 동오로 넘어간 이후의 행보가 말이 안됩니다. 거기서도 배신자라고 조리돌림 당하다 쓸쓸하게 죽었거든요.
외교적으로도 손권은 조조에게 밀서를 보내 스스로 신하를 자처하기까지 하면서 혹시나 모를 위나라의 빈집털이를 막았고 위와 동오의 군대가 오로지 형주에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종합해 보면 손권은 유비의 부재 중에 오랜 시간 치밀하게 형주 공략을 준비해 왔고 관우마저 북벌로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서 통수 친게 맞습니다. 물론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덕분에 나라가 망할 뻔한 위험을 자초한 것도 사실입니다. 조비가 만총의 충언만 들었어도 이릉대전때 위나라의 공격을 막지 못했을 거에요.
저도 완전 동의합니다
그 통수 때문에 위나라 먹을수 있는 단 1의 가능성도 없어졌죠
아무리봐도 대국적으로 통수칠 상황이 아니었음
통수는.공멸
하다안되니 촉이라도 먹자
5:2:1 이 싸우는데
2+1해서 3만들어도 어려울 판국에 2가 1을 때렸으니
당연히 그시점에서 위 천통이 확정된거죠..
위 정통성이 워낙 구렸기때문에 5:3이여도 어찌어찌 잘 하면 이길수도 있고 (당장 조조도 국력 더 쎗던 원소 다 접수한거고) 야금야금 확장하면 촉보다 국력이 더 센 오가 천통가능성이 있을수도 있었죠
동의합니다. 그냥 전후사정도도 안살펴보고 무조건 이게 다 관우때문이다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음.. 형주 상실의 근본 원인은 촉오 외교분쟁이죠. 이미 동맹이 깨진 상황이나 다름없었음
정성글은 추천
촉 오간의 형주국경분쟁은 익양대치 후 형주분할로 끝난게 맞죠. 현대로 치면 법원가서 판정받은 거나 마찬가지. 이후 여몽이 주축이 된 오의 형주 공략은 국가방어를 위한 방어선 확립이라는 논리 하에서 외교와 정세를 다 망쳐버린 게 맞고요.
형주 공략이 당시 오의 국가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전략이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손권 시기 오가 행한 대외전략 상당수가 문제점이 컸음을 간과하시면 안됩니다.
위나 촉과 달리 강경책으로 일관한 산월 정책은 촉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우세한 국력을 항시 제대로 동원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손권이 허영심으로 추진했던 요동, 대만, 남월, 남만 정책 등은 막대한 손해와 국력 낭비로 끝났죠. 관우 시기 가장 불꽃튀는 주전선이었던 양번은 이후 위가 아주 하품하면서 지키는 수준의 전선으로 전락해 버렸고.
오는 손권이라는 군주가 쭉 집권했음에도 그 집권시기에 일관적인 국가정책 같은 것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죠. 그냥 장강방어선 치고 그 안에서 할거 정도가 전부였고, 국가의 주된 정책은 대도독이 누구냐에 따라서 계속 바뀌었으니.
결국 그 장강방어선조차 진이 촉을 먹어 장강 상류를 차지함으로서 결정적으로 파탄을 맞이하게 되었고요.
ㅇ건물주ㅇ/ 촉과 오의 알력은 오가 형주를 공격한 원인인 건 맞는데 촉이 형주를 상실한 원인은 아닙니다.
[리플수정]young026// 오가 형주를 공격했기 때문에 촉이 형주를 상실한거고 주 원인 맞죠. 오가 뒷통수 안쳤으면 형주를 상실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의 뒤통수는 촉오 외교분쟁의 연장선이구요.
ㅇ건물주ㅇ/ 공격이 성공하는 예보다 실패하는 예가 더 많습니다. 수비가 훨씬 약하거나 뭔가를 잘못해야 공격이 성공할 수 있죠. 그러니 주 원인은 상대의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 실패한 거라고 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