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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소개팅 강제로 잡혀서 짜증난다고 글 쓴 소개팅 후기 입니다.
짜증난 마당에 소개팅 후기라는 걸 쓸 줄 몰랐네요.
마지막 소개팅이라는 걸 한지가 6년이 넘었는데
얼마전 지인이 내 의견도 안물어보고 다짜고짜 소개팅 잡았다고 우격다짐으로 해서 소개팅 나갔습니다.
10살이나 어린 31살 ㅊㅈ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드레시한 원피스에 최대한 꾸미고 나온게 확연히 티 나는데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성격은 참 밝아 보였구요.
제가 나이 40 전후로 여자들 만나는거에 지쳐서
여자 현자 타임이 와 있어서
이 ㅊㅈ는 끌리지도 않고 해서 그냥 싱숭냉숭 첫만남만 하고 왔죠.
담에 보자는 말도 안하고 그냥 왔는데
주선자가 내 소개팅에 관심이 참 많아서 이것저것 캐 물어서
40넘은 노총각이 10살 어린 ㅊㅈ도 거절한다고 했다가 미친놈 소리 들을 것도 같고
기껏 챙겨줬는데 한번만 보고 말겠다는게 미안해서
그럭저럭 괜찮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더 봐야지 라는 말을 했어요.
그래서 하루에 톡만 의무적으로 보냈는데
실시간 회신이 오길래 그냥 씹기도 미안해서 며칠동안 하루에 의무적?으로 톡만 한시간 정도씩 했어요.
그러다가 나 휴가 간다 라고 하고 휴가 간 기간동안 톡도 한번도 안보내면서 이렇게 흐지부지 말아야지 할 생각이었죠.
일주일이 지났는데 휴가 잘 갔다왔느냐고 톡이 오네요.
참 어렵게 한 마디 톡 보낸거라는게 딱 느껴지는 톡이었어요.
그래서 톡이 다시 재개되고 흐지부지 될게 아니구나 라고 판단되서
예의상 세번 만나고 인연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 그어야 겠다.
라고 계획하고
두번째 약속을 잡았죠.
ㅊㅈ가 먼저 영화보고 술을 마시자네요.
난 여태 여자랑 둘이 술 마시면 백프로 자는데.....
게다가 ㅊㅈ가 먼저 술 마시자고 한 경우는 그냥 눈만 감았다 떠도 호텔 직행 케이스인데....
근데 얘랑 가면 웬지 안될거 같은데....
가면 엄청 복잡해질거 같은데....
처음으로 이런 고민을 하면서 두번째 만남을 했어요.
영화 뭐 보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맘마미아2 보고 싶다고 해서
예약을 했는데
난 영화관 영화볼때 메가박스 부티크관을 주로 애용해서 그걸로 예약했어요. (리클라이너 있는 소규모 호텔식 서비스 영화관인데 보통 영화관이랑 조금은 달라요. 가격이...좌석당 30000원 이었나?)
근데 그런 영화관 처음 와 보는 듯 한데 정말 놀라고 좋아하더라구요.
신나서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와인 마시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술은 안가린다고 ㅎㅎㅎ
해서 와인이랑 치즈 크래커 안주 시키고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맘마미아2가 생각외로 상당히 괜찮게 잘 만들어서 둘 다 영화 끝나고 기분이 업되서 저녁 먹으면서 한잔 하러 가자 하고
곱창 좋아하냐 했더니 완전 좋아한다고...
근데 주변에 찾아보니 곱창집은 없고 양대창집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양대창은 괜찮냐고 하니까 그것도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집 앞에 가끔씩 가는 연타발 양대창집 갔는데
메뉴판 열어보고 가격 보더니 얘가 좀 심각해진 얼굴이 딱 티가 나네요 ㅎㅎ
내가 그냥 뭐 먹을거냐고 의사 안 물어보고
양하나 대창하나 시키고
이거 먹어보고 더 맛있는거 추가로 시키자 했죠.
그러면서 소주 한잔 하고...
역시나 예상대로 양대창 처음 먹어 본다고 하네요.
그래서 추가로 더 시키자 하니까 얘가 또 머뭇머뭇 (아마 비싸서 ㅎㅎ)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똑같이 양하나 대창하나 추가 주문 했어요.
(아마도 비싼 영화관이랑 와인을 대접 받아서 자기가 저녁을 사려고 생각했던거 같애요. ㅎㅎㅎ
근데 가격이 훨씬 더 오바하는 상황이 생기니 어쩔줄 몰라 했던것 같더라구요 ㅎ)
근데 오늘 나한테는 일상이었던 일들인데
이 ㅊㅈ한테는 다 새로운 경험이라서
신나하고 머뭇거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길 하는 모습이 오랜만에 보는 순수한 여자의 모습이라서
내가 너무 좋았나 봅니다. ㅎㅎㅎ
물론 여자랑 술 마신 사상 처음으로 안잤습니다.
이런 순수한 사람 건드리면 참 안되겠다도 싶었고
게다가 술을 마신게 아니라 저녁에 반주 정도나 한 수준이라서...
이차로 맥주는 자기가 사겠다고 해서
내가 아는 맥주집으로 갔어요.
맥주 두잔씩뿐이 안 마셨지만
가게가 또 보통 가게는 아닌지라...
웬지 이 친구 평소 지출을 오바하는거 같애서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네요.
집에 보내고 나서 두번째 만나기 전이랑 다르게 계속 ㅊㅈ 생각이 나더라구요. ㅎ
다음날이 어제 일요일이었는데
낮에 내 볼 일 보고
저녁에 갑자기 연락해서 저녁 안 먹었으면 집 앞으로 갈테니 김치찌개에 저녁이나 먹고 공원 산책이나 하자고 불러냈어요.
또 웬지 어색한 풀드레스 정장 입고 나올까봐 산책할거니까 꼭 운동화 신고 나오라고 했죠.
꾸미지 말고 집에서 대충 입는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나오라는 의미였는데
청바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운동화에 이제야 나이에 맞는 캐주얼 치마 차림으로 나왔네요.
그렇게 입은걸 보니 그제서야 나이에 딱 맞는 앳뎌보이는 모습이더라구요.
밥 먹고 편의점 맥주 사서 공원 가서 자리 깔고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길 했어요.
이 ㅊㅈ가 보면 볼수록 이쁘고 매력적이고 순수하더라구요.
자기 직업에도 애착이 많고 공부도 많이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학원가서 공부하고
일하고
저녁엔 운동하고
만사에 긍정적이고....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이 사람 놓치면 안될 것 같아서 솔직히 얘기했어요.
나 사실 소개팅 할 마음 전혀 없었다.
강제로 떠밀려서 나온거다.
근데 막상 너 만나니 참 좋다.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날 줄은 생각치도 못 했다.
나랑 사귀자.
라고 바로 돌직구를....
그랬는데 이 ㅊㅈ 말이...
자기도 떠밀려서 나온거다.
자기 친한 언니가 자기도 다짜고짜 전화해서 약속 다 잡았으니까 무조건 나가라고 해서 나온거라고...
사실 오빠쪽 지인도 그 언니가 강제로 시켜서 오빠한테 다짜고짜 시킨거라고 하더라.
근데 자기도 나 만나보니 참 좋더라.
합니다. ㅎㅎㅎ
서로의 웃음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돌아왔네요.
그리고 오늘 회사 주선자 형한테는 예의상 얘기를 했는데
그쪽 주선자한테 이미 들었다고 하면서
대체 먼 짓을 했길래 열살이나 어린 여자랑 소개팅을 하고서
걔 인기도 꽤 많다는데
그런 애한테 먼저 그렇게 좋아 죽는다는 소리까지 나오게 하냐고
핀잔 같은 축하를 들었네요. ㅎㅎㅎ
한창 젊을때 사랑도 하고 집안 결사 반대로 실패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허세 가득찬 여자
얼토당토 한것만 바라는 여자
자존심만 하늘 찌르는 여자
다짜고짜 육탄돌격하는 여자
전혀 매력없으면서 결혼만 매달리는 여자
남들 수준 타령만 하면서 나랑 정략 결혼처럼 하려는 여자
정말 별별 여자들 겪으면서 이젠 지쳐서 그냥 다 관심없고 그냥 즐기면서나 살란다 싶었을 때
이런 인연도 생기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진 모르겠는데 나이들어 참 오랜만에 참 설레네요 ㅎㅎ
오늘이 (그러니까 바로 어제) 사귄지 둘째날이었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톡 하다가
잠 재우고
저도 기분이 들떠서 긴 글 써 봤어요.
모두들 즐밤 되시길.....
https://cohabe.com/sisa/71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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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먹는 겁니까?
속단하지 않을겁니다. 절대루 ㅎㅎ
배탈이 나서 잠못자고 자게질 중인데... 10살 차이 그거 크지 않습니다. 30 넘어가면 다 생각이 비슷해지는듯 해서. 나이차이 너무 의식하시면 도리어 상하관계로 대하게되고 상대방이 상처 받을수도 있을거 같네요. 이쁜사랑 하시길 응원드립니다. 딴건 모르겠는데 집안 결사반대 대목이 맘이 찡해지네요.
오래전 일 이네요.
감사합니다.
배탈 어여 나으시길....
저도 참 그 생각.
여자31이면 10년차이가 아주 큰 의미는 아닌 듯요
오래전엔 12살 차이도 만났었는데
최근 몇년간 나이에 맞춘다고 35 후반녀들만 집중적으로 만나다가
지쳐서 현타오고
참 오랜만에 35 이하를 만났는데 새삼 새롭게 느껴지니 저로썬 참 긴 시간차로 느껴지더라구요.
지내다보면 별거 아니게 되겠죠.
푹 자고나면 모든게 잊혀질것입니다.
팽이인건가요? ㅋㅋ
와우 해피엔딩
저도 그랬으면요 ㅎㅎ
성불하십시오!
아무쪼록 좋은 인연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ㅎ
마음 흐르는대로 흐르면 됩니다.
굳이 거스르고 다른 물줄기타보려고
아둥바둥거릴 필요없이요.
자기 전에 따뜻한 이야기 좋네요. 화이팅!!!
내일인마냥 흐뭇하네요
깨보니 꿈이엇구나하는 앤딩을 기대했는데
아휴 의미없네요
능력이 가져다주는 여유가 사람을급하지 않게만들죠
그게 이성에게는 묘한매력으로작용하지요
새벽에 읽다가 갑자기 흐믓해지네요~
난 이런글 반댈세!!
잘생기셨잖아유..
역시 될놈될... 젠장 더러운 세상~~
싫어싫어해도 연애의 본능이 잘 리드 했군요 ^^. 와우~추카 꽃 길만 가시길~~
저랑 동갑이시네요. 저는 매번 실패만 하다, 지쳐서 혼자 사는 쪽이었다가 맘에 두는 직원ㅊㅈ 생겼는데.. 11살 나이 차이도 그렇고, 그냥 저한테 관심이 없더라구요. 다른 남자 만나기 시작하고 있고요. 2~3년 안에 결혼해보자 다짐했는데, 실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안 좋아하고, 소개팅은 하기 싫고. 인위적인 만남에 거부감이 있는 편인데, 이렇게 잘 되는 케이스 보니, 제 맘을 돌려봐야하나 싶네요. 아직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애는 해보려 하는데, 자신이 변해야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네요. 좋은 만남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