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리회사 에서 부장이다.
부장이 되면 세상 편하게 회사생활 할 줄 알았는데
경영진에서 나에게 바라는 것,
사원들의 요구사항,
실적, 성과..
이런것들 사이에서 고민이 참 많다.
얼마 전 대표님 한테 한 소리 들은것도 있고
실적이 잘 나오지 않아 요즘 참 힘들다.
사원들은 이런거 잘 모르겠지
하기야 나 역시 그랬었다.
여덟시 쯤 이었나
퇴근해서 주차하고, 아파트 1층 출입문으로 갔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출입문 앞에 서 있더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머뭇 머뭇 거리고 있길래
카드키를 안 가져 나왔나?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나?
그냥 우리 아파트에 놀러 온 손님 인가?
잠깐 생각하며
내가 문 열어야 되겠다.. 하고
현관 출입문 앞에 섰는데
왕사마귀 한 마리가 키패드 위에 붙어 있더라.
12센티 정도 되려나...
거무튀튀 하고 기분 나쁘게 생긴 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 놈들은 도망을 가지 않는걸까?
"사마귀 땜에 그러세요?"
뻔히 그런줄 알면서 괜히 한 마디 던지니
"넵!"
하고 대답 하더라
근데 이 "넵" 이란 대답이
정말 너무 너무 귀여웠다.
마치 초등학생이 담임 선생님 한테
대답하는 그런 느낌 이랄까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귀여움 이었다.
나 역시 평소에 사마귀를 아주 무서워 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이미 내 손은 녀석을 툭툭 치고 있었고
뒤에서 "와~"하며 그녀가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내 남자다움에 어깨가 으쓱 으쓱 해졌다.
녀석을 처치하고 난 뒤
엘리베이터에 그녀와 단 둘이 타게 되었고
난 11층, 그녀는 8층을 누르더라.
부끄러운 듯 구석에 가만히 서 있는 그녀가 뻘쭘할까봐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 밝기 조절을 했다.
비행기모드를 껐다 켰다 하기도 했다
풉, 나의 배려심이란.
8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녕히 가세요~"
하면서 그녀가 내린다.
잠시 그녀의 뒷 모습을 감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