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요즘같은 세상에 보기드문 모습을 봐서 마음이 착잡하여 잠이안와 글을 끄적여 봅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네요.
성남 모란역 8호선 11번 출구쪽...오후 5시 10분경에 학원 수업 끝나고 야간 수업을 위해 저녁먹으려 나오는길에.
성남수진동 우체국 골목길 구석에 쓰레기 버려진 곳에서 삐쩍 마르신 어르신 한분이 쓰레기를 뒤짚으며 뭔가를 하시는거 같아
지나가며 별생각 없이 박스 주우시는분 인가보다 하고 무심코 지나가려 했습니다. [비닐 봉다리에 박스와 캔을 모으셨습니다.]
근데 세상에...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드시고 계시는 겁니다. 순간 너무 벙쪄서..저도 잠시 쳐다보며 거리를 벌렸는데.
저 뿐만이 아닌 주변 사람들도 쳐다보고 계시더라구요. 근데...주변 어르신,아가씨 몇분이 계셨는데.
어르신은 그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구경하고 계시고 아가씨는 세상 놀란 표정으로 도망 가시더라구요.
순간..이건 아니다 싶어 어르신께 다가가
"어르신 이런거 드시면 큰일나셔요..제가 뭐라도 하나 사드릴테니 그만 드세요." 라고 말씀드리니..
말없이 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 이더라구요.
다가가서 말씀드리는 중에도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엄청 심하게나시고..몸은 아프리카 난민처럼 뼈 밖에 없으셨습니다.
급한 마음에 근처 컵밥집으로 뛰어가 시원한 생수 하나 와 컵밥 곱빼기로 하나 포장해서 사드렸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찌든 빨간 목장갑을 낀손을 내밀며 연신 고맙다고 고개 숙이며 받으시는 할아버지..
받으시자마자 얼마나 덥고 갈증을 느끼셨는지 시원한 생수 보더니 급하게 드시더라구요.
그렇게 경황이 없어 황급히 먹을걸 건네고 뒤돌아서며 제 갈길 갔습니다만..아직도 마음 한켠으로는 계속 불편한 마음이 남아있네요.
차라리 구걸을 하셨으면 저보다 나을텐데...근데 박스와 캔을 봉다리에 담아 모으시더라구요.
주변 눈치를 살피며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재활용 쓰레기를 주우시며 다니는걸 보니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스타일 같습니다.
요즘같은 부족함 없는 세상에 남에게 부탁,구걸을 못하셔서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드셨을까 합니다.
너무 안타깝고 주변에 계신분들이 동정,환멸,경악으로만 바라보며 피하기만 하는 현실에 화가 났습니다.
유니세프 후원금 내시고 지하철 구걸하신는 분께 몇푼 쥐어주는것 보다 바로 옆 불우한 이웃이 계시다면 당장이나마 작은 도움을
주실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내일도 학원 끝나고 근처에 할아버지가 보이면 식사한끼와 만원 한장이라도 쥐어 드려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