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역시 사진을 잘 찍진 못하고, 뛰는놈 위엔 나는놈이 있듯 저 보다 사진을 잘 찍으시는 분들이 훨씬 많으시겠지만..
최근 취미로 사진을 다시 시작하면서 생각하게 된 부분들을 공유하고자 글을 씁니다.
제 소개부터 드리면..
전 미국에서 Commercial Photography를 전공 하였으며...
Main Wedding Photographer로서 일한 경험도 있고..
제가 찍은 사진을 비록 두장이지만 돈을 받고 판매한 적도 있으며..
정식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하자면 문화강좌 같은 형태로 강의를 한 경력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사진과 관련없는 일을 하며, 사진을 손에서 놓았다가 최근 취미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한다..
카메라는 어떻게 다뤄야 한다 등..
기술적인 부분이나 사진을 찍는 요령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사진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가지셨으면 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글 입니다.
1. 사진은 어떻게 배워야 하나요?
비단 사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취미 혹은 분야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 혹은 생각 입니다.
뭔가 책을 통해서 혹은 강의를 통해서..
이미 그 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많이 축적한 사람에게서..
전달을 받고 싶어하죠.. 책이든 강의를 통해서 말이죠.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에 의한 폐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시중의 사진관련 책이나 강의등을 보면..
대부분 카메라 조작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양을 할애하고..
정작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진 역시 예술의 한 분야이며, 예술은 아주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이죠.
남은 멋있다고 하는 사진도 나에겐 별로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찍어라 저렇게 찍어라 하는게 의미가 크지 않다는 말씀 입니다
그럼 사진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찍어봐야 합니다.
남이 찍은 사진들을 많이 보면서.. 이렇게 찍었네 저렇게 찍었네.. 많이 생각해본 후..
난 이렇게 찍어볼까? 난 저렇게 찍어볼까? 하고 많이 찍어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구도나 빛을 읽는 능력들이 길러지게 됩니다.
더불어 조리개, 셔터스피드, 화각의 선택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능력도 길러지겠죠..
2. 많이 본다?
사진을 많이 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사진 역시 예술의 한 분야이고, 예술은 주관적인 영역이라 말씀 드렸지만..
나 혼자 찍은 사진만 보고 만족하고 산다는건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죠..
전시회도 많고, 동호회도 많고, 인터넷에 커뮤니티도 많습니다.
같은 인물을 찍어도 찍는 사람마다 구도 화각 노출 후보정이 모두 다릅니다.
그만큼 많이 볼수록 안목도 넓어지며 실력도 늘어납니다.
사진 역시 트렌드가 있습니다. 최신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씀은 아니지만..
최신 유행을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모델 컷을 찍을 때 최신 유행을 알고 있으면 그렇게 찍을 수 있지만..
모르면.. 못 찍는 것이죠..
이런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사진들..
특히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은 많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많이 생각한다?
사진을 볼 때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냥 시간 때우기 밖에 안 됩니다.
이 사람은 이 사진을 어떤 기계적인 설정으로 찍었을까 뿐만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내용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등의 감각적인 부분까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물론 한장 한장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단순히 나무네.. 사람이네.. 이 여자 가슴 크네.. 하고 지나가는 것과는 천지차이죠..
사진은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과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해석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 했던 건 이런데.. 작가는 저걸 표현했구나.. 라는 사실을 알 때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작가의 표현이 맞구나.. 에이.. 저건 좀 억지지... 비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비난이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찍은 사진이 남에게 비판을 받는 것에 두려워 하지 마세요..
세상엔 여러가지 생각과 판단이 있습니다.
약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고, 독이 되는 것은 버리시면 됩니다.
4. 많이 찍는다?
많이 찍으란 말은 단순히 셔터를 많이 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셔터를 많이 쓰는게 나쁘다는 소리도 아닙니다.
스포츠 경기나 웨딩 사진 같은 경우 당연히 셔터를 많이 써야 합니다.
순간적인 장면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풍경이나 정물,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우 셔터를 많이 쓰기 보단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같은 피사체라도 바라보는 방향, 시간에 따른 자연광의 변화, 구도의 선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사진이 나오기 때문 이죠.
예전 사진을 업으로 삼던 시절..
TIME 지 기자 한 분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하루에 1,000장씩 찍으라는 조언을 주셨었죠..
그 분은 기자기 때문에 셔터를 많이 쓰는 직업이기에 그분 기준에선 맞는 이야기 입니다.
(하루에 사진 1,000장 찍기 쉽지 않습니다. 연사 놓고 갈겨도 500장 넘기기도 힘들더군요.. ㅎㅎ)
"아타 김"이라는 한국 사진 작가의 뉴욕 프로젝트 작업 때 좋은 말로 어시스트, 나쁜 말로 시다바리 일을 알바로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예술사진을 하시는 분이기에.. 저에게 생각의 전환을 하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실제 그 분이 그 때 뉴욕에서 하던 프로젝트는..
사진 한 컷에 12시간 장노출을 하던 생각지도 못했던 작업이었습니다.
셔터를 12시간 동안 열어놓는단 이야기 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많은 기술적인 장치들이 들어가 있었지만요..
위 두가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군 하루에 천장씩 사진을 찍지만..
누군 하루에 꼴랑 한장의 사진만을 찍습니다.
하지만, 둘다 각자의 분야에서 대가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죠..
즉, 다시말해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사진을 찍는 기회를 많이 가지시라는 겁니다.
(참고로 아타 김 선생님의 사진은 꼭 검색해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뉴욕의 타임스퀘어 사진은 정말 좋습니다. )
5. 후보정을 두려워 하지 마라..
(이 이야기는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전 논쟁을 원하는건 아니고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
디카로 넘어오면서 많은 분들이 후보정, 다시 말해 포토샵을 쓰는 걸 안좋게 생각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그 이유는..
포토샵을 통해 후보정을 하면, 그게 사진이냐? 그래픽이지.. 란 논리 입니다.
그럼 옛날 필카를 쓰던 시절엔 후보정을 안 했을까요?
다 했습니다.
단지 암실에서 직접 손으로 했을 뿐이죠..
닷지, 버닝, 크롭, 트리밍, 레벨 등의 용어를 보시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포토샵이 떠오르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하지만 이 용어들은 모두 사진 용어들 입니다.
암실에서 후보정을 할 때 사용하던 기술들이고 그 기술들의 이름이죠..
단순히 포토샵에서 그 용어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을 뿐입니다.
옛날 사진의 대가라 불리던 사람들도 당연히 후보정을 다 했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대표작인..
https://naver.me/Gini98mR 이 사진도 크롭 된 사진 입니다.
전 원본을 본적이 있는데.. 원본은 세로 사진이 아닌 가로 사진 입니다.
물에 빠지기 일보 직전인 저 사람 앞에 빈 공간이 더 있습니다.
즉, 브레송은 이 사진을 찍어놓고 물에 빠지기 일보 직전인 사람의 긴박하던 순간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의 절반을 잘라내 버린 겁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논란이 있습니다.
브레송이 직접 자른게 아니고, 브레송 사후에 전시회를 주관하는 측에서 잘랐다는 설도 있습니다.
후보정을 극도로 싫어한 브레송의 성격으로 봤을 때, 그가 직접 잘랐다면 원본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라는게 그 이유 입니다.
하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누가 자른게 중요한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 사진을 자름으로 인해서 사진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긴장감은 극도로 표현이 되었고 이 사진은 브레송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암실에서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작업들을..
훨씬 편하게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점을 왜 포기하라고 강요하십니까? 왜 그 이점을 포기할려고 하세요?
괜찮습니다. 포토샵 마음껏 쓰세요.
6. 카메라를 항상 휴대하고 다녀라..
사진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야 사진이 됩니다.
가까운 미래에 눈만 깜빡 거려도 사진이 찍히는 시대가 오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야 사진이 찍힙니다.
어떤 기가막힌 풍경을 봤거나 두번다시 보기 힘들것 같은 장면을 마주했어도..
카메라가 없으면 사진으로 남길 수 없습니다.
예전 미국에 있을 때, 높은 건물에서 자살하겠다고 소란을 피우다..
경찰과 소방관이 올라오자 정말 뛰어내린 남자가 있었습니다.
물론 바닥엔 에어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 죽진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전 그 자리에 있었고..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으며.. 셔터를 눌렀고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살면서 누군가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몇번이나 볼 수 있겠습니까?
그 자리에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으면 사진도 없었을 테죠..
물론 이 사진이 작품성이 있느냐, 죽기 일보직전인 사람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진부터 찍느냐라는 비난을 받을 순 있지만 말이죠.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세요..
또 찍을거리가 생기면 주저 하지말고 찍으세요..
셔터를 눌러야 사진이 됩니다.
어줍잖은 지식과 실력으로 긴 글 남겼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덧. 일부러 제가 찍은 사진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https://cohabe.com/sisa/6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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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시작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지금도 열심히 셔터를 누르시는 분들도
이따금 상기하면 좋은 내용입니다.
기초가 탄탄하면 그 위에 꽃피우는 결과물도 더 좋아질테니까요.
사진은 올리지 않으셨지만 그덕에
내용 중간중간 제가 찍은 사진들을 상기하면서
저의 사진들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던 기회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전혀 사진, 영상 쪽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있고, 취미로 하는 사진을 잘 찍어보고자 하는 저로서는~~
아주 많이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
사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특히 후보정 관련 부분과 찍기 전에 많이 생각하고, 항상 휴대하고 다니라는 말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