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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31살 인생썰.txt

초중고 시절... 별로 친구없고 조용히 살던 스타일이었음.
우습게 보여서 왕따도 한 두번 당해보고...
공부는 40명중에 4-5등 하던 정도였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자영업하시면서 중산층 정도 되셨던것 같음
그러다가 18살에 부모님 하시던 자영업 망함, 두분이서 이혼 논의...
19살에 어머님이 아프셔서 1년간 병원신세지심... 나는 대학입시 실패
20살 그래도 대학은 가야겠다 싶어서 수시1학기로 대학진학
(등록금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4년장학금 주는 곳으로 진학)
당시에 이공계기피현상 때문인지 다행히 장학금은 많은 편이었음.
게다가 학점 4.0넘으면 장학금에서 교재비 명목으로 한학기에 100만원을 추가로 준다길래...
장학금 성적제한을 맞추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 다행히 4년내내 4.0을 넘김...
(당시에는 상대평가 제한도 없고 학점퍼주기 버프도 조금 있어서 요즘시대 4.0같은건 아님)
그 학기당 100만원 + 25만원/월 과외로 생활비 했음... (집은 편도 2시간거리 통학)
1-2학년때는 종종 방학때마다 일당주는 노가다나 알바도 섞어서 함
3학년때 방학때 대학원에서 인턴을 하면 월급을 조금 준다는 소문에 (40만원/방학기간),
나중에 군대도 병역특례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길래 대학원 인턴 입장...
그런데 다른학과 대학원이기도 하고 여타사정으로 다중전공도 신청...
그렇게 대학원 인턴하면서 다중전공하면서 거의 대학내내 공부만 한거 같음
인생의 조언 이런거 해줄 어른도 없고... (내가 아는 집안친척이웃 중에서 대학나온 사람이 없엇음)
그때 뭐 공부 열심히 해서 살다보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 싶었던거 같음
당연히 뭐 거의 모쏠처럼 살고... 친구도 몇 없었음.
그러다가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진학할 때쯤 첨으로 제대로 된 여자를 만남.
모쏠처럼 살다가 여자를 만나니까 정말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너무 좋았음.
마침 대학원 입학할 때 명박이 아저씨가 만들어준 대학원생을 위한 국내 최대 장학금도 타고,
인생의 황금기가 온 것 같았음.
이제 고생은 끝이고 앞으로 정해진 길만 뚜벅뚜벅 거렁가면 될 것 같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음.
그렇게 대학원 1년차 몇개월 지났을 때 여자친구가 임신을 함
아이를 지울 수는 없고, 책임지고 결혼하기로 함
여자쪽도 가난했고 뭐 도와주실 수 있는 건 없고, 대학교 앞 월세방으로 신혼집 얻어서 시작...
이때가 24살이었음.
뭐 대학원생이 돈을 벌어봐야 얼마나 벌었겠나...
정말 막막했음.
내가 결혼한다고 하니 교수가 존나 싫어함.
그때부터 대학원 생활이 지옥으로 바뀜...
군대에 안가봤지만, 군대에 가면 이런 일을 겪을 수 있겠구나 싶은걸 많이 느낌...
각종 폭언, 인신공격, 연구장비 접근제한, 각종잡무와 청소... 정말 힘들었음
집에서 애는 울어대고, 와이프는 돈을 벌어야 되니 집에 잘 없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다,
이집에 강도가 들어서 날 쏴 죽여줬음 좋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지쳐서 잠들었음.
그렇게 6년을 버팀...
마침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졸업을 함.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그래도 날 쫓아내지 않고,
졸업을 시켜주신 것에 대해 교수님께 감사하게 되더이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본인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
내 인생을 더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으셨는걸 알게됨)
졸업할 때 50여군데 지원해서 미국에 있는 대학에 박사후연구원 1년 계약직으로 취직..
미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내 상사는 인도출신이고, 내 전임자를 실적부진으로 해고했다는 것...
나도 해고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 7시 출근 11시 퇴근 하면서 죽어라고 일함
근데 그렇게 일해서 받은 월급이 한달집세랑 생활비를 쓰고나니 남는 것이 거의 없었음 ㅎㅎ
그래도 제발 재계약해서 남게 되길 바라면서 정말 악착같이 일했음.
다행히 재계약을 해줬고, 나중에는 월급도 좀 올려줌.
몇년 살다보니 이렇게는 더이상 못살겠다, 정규직을 잡아야겠다 싶었음.
그러고 보니 몇가지 가능한 선택의 기로가 느껴짐.
주어진 선택지는 미국에서 계속 살까, 유럽으로 옮겨 갈까, 한국으로 돌아갈까,
미국생활은 그래도 한국에 비해서 힘은 들지만, 좀 fair하다는 느낌을 받음.
단점은 뭐.. 저축하기 힘들고, 직업안정성이 안좋고, 유리천장같은게 느껴진다는거..?
정시출퇴근에 휴가도 많이 가질 수 있지만, 한국출신으로 생존하려면 그걸 다 누리긴 힘들겠다 싶음.
적어도 자리잡을때까지는 고생을 많이 해야한다는게 실감됨.
유럽도 비슷한 듯... 근데 유럽은 직업안정성은 미국보다 낫지만 월급이 훨씬 더 적음.
그리고 외국인에게 더 자리가 적음, 결정적으로 전공과 잘 부합하는 일자리가 너무 적음..;
한국은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낙후된 시스템.
그치만 한편으로는 모국이라 그래도 친구나 선후배등의 도움 받을 곳이 있다는것..
이너서클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좀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 수 있어 보이는 장점?
두달동안 계속 고민을 하다가 한국에 있는 국책연구소로 귀국하기로 결정.
무엇보다... 이제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지쳐서 가장 안정적인 선택을 함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약:
20살부터 30살까지 맨몸으로 아둥바둥 장학금으로만 애낳고 결혼하고,
외국을 배회하다, 결국엔 한국에 있는 연구소에 취업함.
그리고 이제 귀국만 남겨놓고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네요.
이제는 취미생활도 좀 하고 가족들하고 놀러도 좀 많이 다니고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껏 학교 10년다니면서 나라에서 받은 장학금을 따져보니 대략 3억정도 되는 듯한데...
나라에 보답할 방법도 좀 생각해봐야겠네요.
덧, 써놓고 보니 이것 참 인생이 창피하네요.
몇시간 뒤에 삭제하겟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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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vyI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