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676663

불판 놓고 고기만 들고 캠핑간 썰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 못했던 꼬꼬마 시절 가족끼리 고창 자연휴양림으로 놀러간다기에 

전날부터 싱글벙글 하면서 가방에 갈아입을 셔츠와 빤스두장 바지는 빤스입을거니 빼놓고 남는 공간에 밥아저씨 처럼 대자연을 그리겠다며 매일 끄적이던 연습장과 모나미 볼펜을 넣고 머리속으로 밥아저씨의 풍경화 그리는 모습만 수십번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늦게 집에서 라면을 먹고 출발해 두어시간쯤 걸려 도착해서 아버지가 돗자리를 펴고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나는 연습장을 들고 바위 위로 올라가 계곡과 산을 그리고 있었다

 

실컷 놀고 텐트로 돌아오니 아버지가 가져오신 버너가방은 사실 공구가방이였고 불판까지 놓고왔다눈걸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사왔던 목살과 삼겹살 대신 상추에 밥이랑 된장 마늘 넣고 고기없는 쌈밥을 먹어야할 지경이였는데

 

순간 머리속에서 만화책 한권이 떠올랐다

 


 

 

8970573062_2.jpg

 

그렇다 불판이 없다면 돌판을 쓰면 되고 버너가 없다면  라이터로 나뭇잎에 불을 붙이면 되잖아?

 

나는 신나서 아부지에게 요러요러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자 제법 그럴듯한건지 아니면 이거라도 안하면 싸움날까 걱정이셨는지 바로 계곡 근처에 판판하고 넓은 돌을 찾으러 가셨다

 

평소에 만화 보는거 도움 안되는 헛짓거리라 하셨지만 요로코롬 도움이 되니 막 어깨가 들썩 들썩 했는데

 

당시 몇일전까지 비가왔어서 마른 나뭇잎은 커녕 마른 가지도 없어 불을 붙이지 못한 아버지의 눈에 불이 붙기도 쉽고 제법 양도되서 가능성도 있어보이는 물건이 보였다.

 

내가 그동안 어디 갈때마다 꾸준하게 그려왔던 연습장.

 

오줌을 누고 오는사이에 내 연습장은 화끈하게 불타고있었고 아버지는 불이 잘붙는다며 많이 기뻐하셨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불이 붙긴 했지만 돌을 달굴 정도는 아니였고 한면만 익은 돼지고기는 결국 옆 텐트에 양해를 구해 불판과 버너를 빌려 구워먹었고

 

밥아저씨를 꿈꾸며 그렸던 내 그림들은 까맣게 타있었다.

 

이제와서 뜬금없이 생각나 이걸 말하는 이유는오늘 점심에 내가 월급날이라 아버지 저녁에 고기 사드린다고 하니 그때 그 고기가 참 맛있지 않있냐고 물으셔서 잊었던게 떠올라서 그렇다...

 

생각났으니 고기만 사고 소주는 안살거임

 

 

댓글
  • 무가당 2018/07/11 18:19

    ㄷㄷ 넘모 무서운 복수다

  • 파란피부 성애자 2018/07/11 18:19

    불상한 꼬맹이

  • Just005x3 2018/07/11 18:19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 무가당 2018/07/11 18:19

    ㄷㄷ 넘모 무서운 복수다

    (RVds6u)

  • 파란피부 성애자 2018/07/11 18:19

    불상한 꼬맹이

    (RVds6u)

  • Just005x3 2018/07/11 18:19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RVds6u)

  • Sevillaz 2018/07/11 19:05

    20년동안 갈고닦은 아버지에 대한 원한...

    (RVds6u)

  • 연중무휴 2018/07/11 19:05

    훈훈

    (RVds6u)

  • 진리는 라면 2018/07/11 19:05

    풍경을 담은 대신 고기를 뱃속에 담았으니 만족해

    (RVds6u)

(RVds6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