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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꼼꼼히 발라먹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중 제일은 치킨이라


그래서 순살보단 뼈있는 치킨을 훨씬 선호해요. 다른 건 전부 다 귀찮아하는데 발라먹는 건 참 즐거워요. 뭔가 순살치킨보다 뼈있는 치킨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뼈해장국도 좋아합니다. 돼지 등뼈 살살살 결대로 떼어내서 연골쪽쪽 물렁뼈 오도독 오도독 살 다 발라먹고 정말 뼈만 남은 '뼈'를 뼈그릇에 통, 소리나게 떨굴 때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생선류는... 사실 별로. 비린내를 싫어해서. 발라먹는 재미가 있는 갈치를 그나마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치킨 먹는게 좀 힘들 때가 있어요.

전 치킨을 거의... 분해하는 수준으로. 가끔 삘받으면 계륵, 그러니까 갈비뼈 부분도 하나하나 발라내가며 먹곤 합니다. 물렁뼈 오독오독 씹어먹는 건 말할 것도 없구요. 물론 튀김옷도 다 먹어서. 치킨을 시키는 기준 중에 튀김옷이 너무 두껍거나 너무 기름진 곳을 피하는 것도 있구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 한두입 정도 베어먹고 그냥 버리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처음 봤을 땐 너무 놀라서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어? 닭이 상하거나 덜 익었나? 왜 먹다 말고 버리는 거지?



물론 당연히 모름지기

타인의 식습관이나 버릇을 존중합니다. 지적하거나, 뭐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닭을 어떻게 먹건 그 사람의 자유니까.

그런데... 치킨 한 마리를 시켜서. 거의... 절반도 안 먹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한두입 먹고 버리고. 새로운 조각 집어들고 또 두어입 먹고 버리고. 제가 차분하게 조각 하나를 들고 먹을 무렵에는 이미 접시에 남은 닭이 없는 수준.

그러더니


"야ㅋㅋㅋ한마리 더 시키자. 1인1닭은 해야지!"


뭐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니...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닐 것 같은데. 너는 뭔가. 으으. 으으으...

뼈그릇에 버려진 불쌍한 살점들을 주워서 다시 발라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캐릭터들이랑 같이 있을 땐 닭을 먹는 건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더라구요.

심지어 그런 분 중에는 스스로를 대단한 치킨 성애자로 묘사하며 앉은자리에서 세마리를 혼자 먹은 적도 있다고 자랑한다거나. 그런 경우도 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착잡해집니다. 음식을 제대로 즐겨주는 게 그...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키워지고 도살된 닭을 대하는 존중의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그래서 순살치킨이 있잖아요? 순실을 잘근잘근 씹어버린다는 기분으로 순살치킨을 시켜드세요!




치킨을 한마리 시키면 기본 1박 2일은 먹습니다. 식어서 차가워진 닭도 좋아하고. 식었다가 전자레인지에 한번 돌린 닭도 좋아하고. 퍽퍽살 찢어서 라면에 넣어 먹거나 오야꼬동처럼 계란이랑 섞어먹는 것도 좋아하고. 밥이랑 김이랑 마요네즈 뿌려서 치킨마요로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해요.

한편

발라먹기 성애자를 만나면 진짜 궁합이 잘 맞아서 신나게 즐깁니다. 마니아는 마니아를 알아보는 법!

무튼 그래서

1인 1닭이라는 표현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합니다. 혼자서 한 마리를 다 먹기는 정말정말 어려운 일인데... 싶어서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마음대로 음식을 즐기면 그만이죠.

그래서 전 닭은 혼닭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헤헤헿
댓글
  • binifani 2017/01/05 03:50

    저도 닭 다 해체해서 먹는데 1인1닭 합니다. ㅠㅠㅠㅠ

    (SCBFLk)

  • Arcturus 2017/01/05 08:23

    전 닭은 나름 깨끗하게 발라먹지만 생선종류는 꼼꼼하게 발라먹지 못해요..
    꼼꼼히 먹고싶은데 내장부분은 잘 못먹겠고 뼈 바르다보면 살이 흩트러져서 지저분해 보이고 그래서 생선류는 별로 안좋아해요ㅠㅠ

    (SCBFLk)

  • 새벽★별 2017/01/05 13:04

    다 먹었다.  의 기준이 다른거겠죠ㅜㅜ...
    저희 남편도 제 기준에서는 덜먹은 상태로 뼈를 내놓는 경우가 많아요.
    결혼하고 초반에는 저도모르게 그거 다 먹은거야?  라고 물어본적도...
    맛있고 기분좋게 먹으면 된거지 하고 생각해요.
    저도 연골은 안먹으니까 다른사람이 보면 덜먹었네.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죠? ㅎㅎ

    (SCBFLk)

  • 아르릉아릉 2017/01/07 02:24

    아아ㅜㅜ 공감
    진짜 살남은 뼈.. 치킨이든 뼈해장국이든 내놓을때 매우 심기불편해요 8-8

    (SCBFLk)

  • 바나난노랄때 2017/01/08 07:18

    글을 참 잘 쓰십니다. 백퍽공감이구요^^

    (SCBFLk)

  • SeAldo 2017/01/08 07:19

    성격이 급하다고 해야하나 먹는게 급하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끝까지 안발라먹거나 발라먹는거 자체를 모르는 부류의 사람도 봤고, 연골 식감을 싫어해서 안먹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저는 해부학 공부를 하는 심정으로 발라먹습니다.
    좀 덧붙이자면 음식 남기는걸 너무 싫어해서 음식으로 장난치는 방송이나 음식 아까운줄 모르는 인터넷 방송은 안봅니다. 화나요..ㅠ

    (SCBFLk)

  • 26남자사람 2017/01/08 07:48

    90프로의 사람들이 닭을 90프로정도는 먹어요
    너무 50프로만 먹은거처럼 쓰신게 아숩

    (SCBFLk)

  • 투딮아델롤링 2017/01/08 07:58

    전 오히려 다 발라먹는게 밥맛떨어져요 ㅠㅠ 뭔가 살만 먹고 싶은데 해부하듯이 뜻으라고 하면 아..먹는거에서 만큼은 스트레스 안 받고 완벽을 기하지 않고 싶다..이런 생각도 들고욤. 각자 취향이겠죠

    (SCBFLk)

  • Dieu 2017/01/08 08:33

    맞아요ㅠㅜ 저는 어릴때 치킨을 한두달에 한번씩 먹어서 그런가 한번 먹을때마다 뼈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분해해서 먹었는뎈ㅋㅋ 아직도 집에서는 그렇게 먹어요.
    다만 밖에 나가서 찜닭이나 치킨 먹을때는 왠만하면 순살로 시키거나 뼈로 시켜도 적당히 먹고 남깁니다..
    주변에 저처럼 발라먹는 사람도 없구ㅠㅠ 아쉬워요

    (SCBFLk)

  • 밈미밈미미 2017/01/08 08:58

    저두 엄청 꼼꼼발라먹는 성격이에요!
    글쓴님이랑 완전 똑같아요 ㅋㅋㅋ
    근데 제 남편은 연애시절엔 몰랐는데
    좀 대충대충 발라먹는파 더라구요
    치킨같은건 튀김옷은 다 발라내고 먹구
    좀 귀찮게 살점 발라먹어야 하는건 그냥 버리구요~
    순수한 살점보단
    뼈에 붙은 고기 뜯어먹는맛을 좋아하고
    튀김옷은 완전 극호에
    남편이 좋아하는 퍽퍽살같은 부위는
    별로 안좋아하는 터라
    저희는 완전 서로 잘만났다고 ㅋㅋ
    남편은 후에 뼈를 뒷처리?할 저를 위해
    깔끔하게 대충 살만 먹고 넘겨줘요 ㅋㅋ
    그럼 제가 말끔하게 처리하지요 ^_^
    또 저는 생선구이에서
    생선살보다 생선 껍데기를 정말로 좋아하는데!!
    저희 시댁은 안드시더라구요;; 컬쳐쇼크
    그래서 시댁가서 생선 구워먹는날엔
    시어머니께서 미리 생선껍질만 다 발라서
    따로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시댁이 나름 대가족이라
    생선구이 먹는날이면 정말 껍데기 원없이 먹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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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플래티나 2017/01/08 09:00

    아 저도 양 끄트머리 그냥 남긴 거 보면 아쉽더라구요
    저도 생선 머리 발라먹고 생선 구이 가시 싹 들어내서 발라먹고 치킨은 양념인지 후라이든지 모르게 뼈만 냄기거든요
    크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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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덕행덕 2017/01/08 09:27

    저랑 아예 반대시네요ㅋㅋㅋㅋ 닭 좋아해서 깨끗하게 발라먹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거 붙은거 다 먹으려고 입술 모양 이렇게 저렇게 하구... 막 까득까득 연골 씹어먹는 소리 들리면 약간 등줄기에 소름 끼친다고 해야하나... 약간... 근데 저랑 친한친구가 딱그래서ㅜㅡㅜ 걔랑은 뼈붙고 발라먹는 음식 안 먹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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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하는흔남 2017/01/08 10:11

    저는 완전히 깨끗하게 발라먹는 스타일,
    아내는 대충먹는 스타일인데
    처음에는 '무슨 닭을 저렇게 살을남기고 먹나'싶었지만
    이제는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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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끵끙낑끵 2017/01/08 10:48

    저랑 반대시네요ㅎ 하지만 취존합니다~ 닭뼈 발라먹는건 귀찮은데 생선발라먹는건 주위에서 놀랄정도...ㅋ 전어구이는 먹으면 남기는게 없고(뼈도 내장도 머리도 꼬리도..) 생선구이집가면 다른분들은 젓가락으로 살만 깨작깨작 파먹는거 안타깝기도하지만 뭐쩌겠습니까? 즐기는 방법이 다른거죠~

    (SCBFLk)

  • 그림마 2017/01/08 11:38

    해체후 조립가능자 1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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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1,000일 2017/01/08 12:07

    아내가 애들한테 하는 말이
    "우리끼리 생선을 먹으면 버리는 게 반인데
    아빠랑 먹으면 버리는 게 없네"
    대가리까지 발라 먹습니다.

    (SCBF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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