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보낸 고양이가 탈출하여 장장 열흘간 미친 듯이 찾아헤맨 끝에 극적으로 냥이와 재회하였습니다.
저처럼 어딘가에서 고양이를 찾고 있을 집사님을 위해 후기 남깁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한 수컷 고양이 ‘시도’가 지인의 집 화장실 방충망을 뚫고 탈출하였음.
저녁에 지인으로부터 고양이 탈출 소식을 듣게 됨. 한동안 멘붕상태에 빠짐.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 찾는 법을 폭풍 검색하게 됨. 그리고 고양이 탐정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됨.
당시 해외에 잠깐 나가있었던 터라 같이 고양이를 돌보던 캣맘께 부탁해 고양이 탐정을 고용함.
캣맘께서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고양이 탐정과 고양이를 잃어버린 곳 일대를 수색함.
고양이 탐정은 애가 이전에 살던 곳과 환경이 많이 달라 무서워서 아예 나오지 못하거나 아님 반경이 넓어졌을 거라고 유추함. 그리고 고양이 찾을 때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떠나셨다고 함. (주의사항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알 수 있음)
그리고 나는 저녁 늦게 귀국하자마자 지인의 집으로 찾아감.
낮 동안 지인의 집 근처 구조를 파악한 후 오후 4시 고양이 탐정을 만났음.
인터넷으로 이분에 대해 검색했을 때 욕을 엄청 한다고 들었었는데 말투가 거칠긴 하지만 욕을 하진 않았음.
오후 4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수색은 한 시간 정도 하고 설명을 6시간 정도 들었음.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이미 알고 있던 사항과 다른 탐정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고양이를 찾은 사례 등을 번복해서 이야기 하는데 추운 날 바깥에 서서 6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음.
그리고 이런 이야기 할 시간에 고양이를 빨리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초조해졌지만 전문가니 다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믿고 기다렸음.
설명을 듣느라 기력을 소진한 나와 고양이 탐정은 이날 아무 흔적도 찾지 못했음.
전날 지인의 집에 머물며 한 시간 간격으로 고양이를 찾으며 밤을 꼴딱 셌음.
새벽에 왠 검은 옷 입은 사람이 시도야~ 시도야~ 라고 속삭이며 온 거리를 쏘다니니 귀신인줄 알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음.
그와중에 정말 이상하리만치 시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음.
좀 더 먼 곳으로 간 게 아닐까. 애가 숲이 우거진 아파트 단지에 살았으니 아파트 단지 쪽에 가진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고양이 탐정이 화를 내며 ‘그쪽까진 안 갔다니까! 내가 말한 구역까지 일단 찾으라고요!’ 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서 탐정이 말한 구역만 하염없이 맴돌았음.
그러나 결국 이날도 시도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옴. 몸무게를 재보니 5kg가 빠져있었음.
이날은 탈진해서 도저히 내가 찾으러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음.
탐정을 더 고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가 집에 있는 동안 낯선 곳에서 벌벌 떨고 있을 시도를 생각하니 하루를 그냥 보낼 순 없었음.
그래서 고양이 탐정을 한 번 더 고용하고 그 동안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시도를 찾는 글을 올렸음.
탐정이 자기가 시키지 않은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나는 인터넷을 믿었음.
댓글을 통해 말을 걸어주신 분들께 정말 큰 위로를 받았음. ㅜ
저녁에 고양이 탐정과 통화를 하였는데 탐정은 이날도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고 주인이 같이 찾지 않은 탓이라며 내 탓을 하기 시작함. 그 말에 울컥해서 내가 여태 찾다 오늘 하루 탐정님께 맏긴건데 왜 내가 찾지 않은 것처럼 말하냐고 따졌음.
결국 내가 찾을 수밖에 없구나 하고 더욱 결의를 다지게 되었음.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모든 일을 미루고 시도를 찾아 해맸음.
집에서 좀 더 가까웠더라면 새벽에도 찾았을 텐데 내가 집에 가있는 시간에 돌아다니는 게 아닐까.
어디 갇혀서 못나오는 게 아닐까. 별별 흉흉한 생각이 들기 시작함.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멀리 떠났을 가능성이 높은데.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아닐까? 막막함이 밀려왔음.
더 이상 시도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쏟아지며 죄책감에 심장이 조여왔음.
낯 시간 동안 전단지를 붙였음.
(전단지를 붙인 범위)
이 범위를 넘어가면 찾기도 어렵거니와 시도와 비슷한 길 고양이가 너무 많아서 전단지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었음. 하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음.
전단지를 전부 붙이니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음.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음.
시도를 봤다는 제보가 두 건이 왔음!
첫 번째 제보
시도를 잃어버린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목격
두 번째 제보
아파트 단지 내에 며칠 전부터 턱시도 고양이가 돌아다니는데 사람을 잘 따르고 털에 윤기가 돌아 주인 잃은 고양이라 생각한 아파트 주민이 지인을 통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음.
그 글과 나의 실종신고 글을 동시에 본 여성분이 내게 찾는 고양이가 이 고양이 아니냐고 제보를 주셨음.
나는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은 첫 번째 지역으로 갔음.
차 밑에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는데 시도와 너무 닮았음.
이름을 불러도 반응 없고 캔으로 꼬셔도 나올 생각을 안 했음.
고양이가 긴장하면 주인도 몰라보고 대답도 안 한다고 하던데 이런 거였구나 라고 생각한 나는
장장 한 시간 반 동안 고양이와 대치하였음.
그러다 고양이가 훽 지나가며 울었는데. 이런. 시도 목소리가 아니었음.
아. 큰일났다. 너무 닮은 이 고양이를 보고 사람들이 잘못 제보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음.
오늘 하루 종일 발이 붓도록 전단지를 붙인 것이 무용지물이 된 순간이었음.
저녁 12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두 번째 지역을 찾았음.
아파트 지역을 찾아가는 나는 점점 우울해졌음. 실종된 곳과 너무 동 떨어져있었고 이곳까지 오려면 무려 8차선 도로를 지나야 하는데 이 도로는 새벽에도 지나다니는 차량이 많은 곳이었음.
(사람도 신호 잘 지켜 건너야 하는 무려 8차선 도로)
약간의 언덕을 올라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아파트 주변을 휙 돌았음. 시도는 보이지 않음.
제보자가 경비아저씨께 여쭤보면 잘 아실 거라고 말했던 게 기억나 경비아저씨께 여쭤봤음.
며칠 전부터 길 고양이 답지 않게 때깔 좋은 검은색 고양이가 마을 주민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다고 하셨음.
입구 쪽으로 가보라는 말씀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찰나.
우다다다다~ 냐아아아~ 검은색 물체가 나를 덮쳤음.
세상에.
시도가 나를 알아보고 품에 안긴 거였음!
나는 침착하게 아이를 가방에 구겨 넣고 포대로 가방을 한 번 더 감싸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음.
택시에서 그렇게 울던 시도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와 두 여동생과 만나자 펄쩍 뛰며 기뻐했음.
이렇게 고양이 삼남매는 극적 재회를 하였고 나 또한 날아갈 듯 기뻤음.
긴장이 풀린 나는 그날 쓰러지듯 잠이 들었음.
아침에 일어나 시도를 찾는데 도움을 주신 세 분께 다시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렸음.
세 분은 정말 본인 일처럼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주셨음.
세분 모두 사례는 됐다고 고양이 사진으로 만족한다고 하셔서 와 천사가 있다면 이런 분들이구나! 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너무 감사한 마음에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음.
정말 인류애가 솟구치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을 받았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ㅠ)
시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매들과 잘 지내고 있음.
내가 놈을 찾느라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거에 비해 녀석은 태연하게 자기에게 알맞은 환경으로 옮겨가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음.
순해서 주변 일진냥들한테 맞고 다니진 않는지, 무서워서 구석에 숨어있진 않은지 걱정했건만. ㅡㅡ;
그 동안 내가 녀석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음.
결론!
결국 제가 고양이를 찾을 수 있었던 건 평소 고양이에 관심을 가져주시던 커뮤니티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오유 여러분! 고다 여러분! 정말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올 한해 좋은 일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탐정 뭡니까....
아~ 정말 감동적인 사연입니다!
저 넓은 차도를 어떻게 건너간걸까요 ㅜㅜ 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ㅜㅜ
아이고 다행이네요ㅜㅜ그와중에 주민들한테 먹을걸 얻어먹고있었다니 대단한 배짱인듯ㅡㅡ;;
와... 얼마나 힘드셨어요ㅜㅜ
저도 친한 친구의 고양이를 맡아주고 있었는데
이 아이가 가출을 했어요ㅜㅜ 진짜 미칠뻔했어요...
출근해도 일이 손에 안잡히더라구요...
3일째 집주변 찾아 헤매다 현관 있는 건물이라
못나갔을거다라는 마지막 희망으로
비어있는 지하집을 뒤지고 있는데
뭐가 휙지나가더라구요!!
계단 공간 쇼파 구석에서 찾았습니다...
그때의 반가움이란ㅜㅜㅜ
진짜 고생하셨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