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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합사 관련 개인적인 이야기

12년도 쯤에 동게의 고양이 게시글 링크를 주변 지인이 저한테 카톡으로 보내줘서 보기 시작했어요
그 다음부터 회사에서 일하다 지칠때마다 동게 예쁜 애들 글들 읽으면서 힐링하고 지내며 오유에 가입하게 되었죠
제 개인적인 관심사때문에 활동은 다른게시판에서 많이 하지만, 그래도 동게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글보고 웃고 울고 그랬습니다
저도 06년생 할매 치즈태비랑 길냥출신 아줌마냥이 키우거든요
그래서 공감도 하고 다른집 강쥐나 냥이들은 이러고 지내는구나 하면서 잘 보고는 했죠
그런데 최근 올라오는 글들이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이 많네요...
학대사건이야 말할 것도 없고
치즈 아가 이야기는 아이 입양하기로 한 사람이 고양이 합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했나 싶고요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냥이 스스로가 평소에 외롭다 느껴도 반려인한테만 정을 주고 같이 사는 다른 냥이를 평생을 거리두거나 공격하며 살수도 있는데(물론 아닌 경우도 많고요 ㅎㅎ)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입양 보내는 분한테 자세히 문의하거나 고양이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든 잘 배우고 심사숙고 한 다음에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저 자취했었던 오피스텔에서 1년 반동안 밥주던 엄마냥이가 있었어요. 얘가 1년 반 사이에 임신과 출산을 4번이나 겪었고요
처음에 봤을땐 깨끗했던 귀가 길냥이 사이에서의 영역다툼때문이었는지 찢어지고 털땜빵도 생기고 그랬어요
한번은 눈 내리던 날에 재래시장 한 노점에서 새끼를 낳았다가
음식을 파는데라 그런지 박스채로 엄마냥이랑 새끼들이 바깥에 쫓아내진적도 있었고요
그때 제 마음같아선 당장 데려오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피스텔 원룸이고 첫째냥이가 저에 대한 독점욕이 강한 스타일이라 새끼한테도 엄마냥이한테도 위험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찢어질거 같지만 집에 무턱대고 데려올 수가 없더라구요. 영역분리가 안되는 원룸이었으니까요
급한대로 따뜻한 물 넣은 페트병이랑 다이소에서 담요사서 애기들이랑 엄마냥이 있는 박스에 넣어주고 영양식이랑 사료 듬뿍 챙겨주다 시장의 과일가게 아저씨가 받아주셔서 거기서 애기 키우고 그랬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는데도 그만큼 고양이 합사라는게 쉽지 않은 일이고 또 새로운 생명을 집안에 들이고 키운다는게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제가 눈물이 다 날거 같지만 그 당시엔 상황이 되지 않으니 일단은 포기하고 몇시간마다 나가서 밥챙겨주고 따뜻한 물병 갈아주고 그랬네요
그러고 몇달 후에 그 애기들이 크길래 엄마냥이를 슬슬 중성화 시켜줘야겠다 싶어서 알아보려는데
바로 또 그 엄마냥이가 임신을 했고 눈내리던 날 태어났던 애기들은 엄마냥 케어를 받기 힘들어선지 결막염에 뭐에 병이 다 걸려있었어요. 엄마냥은 애기들이 덜 컸는데도 임신중이라 애기들을 독립시키려 했고요
그 아가들이 안타까웠고, 엄마냥이랑은 다르게 사람을 경계해서 대신 동물병원에 가서 안약이랑 항생제 약가루 받아서 캔에 섞어주고 겨우 잡아서 안약뿌려주고 그러다 보니 상태가 점점 좋아지더라구요 다행이다 싶었죠
그때 엄마냥이는 만삭이라 너무 힘들어선지 하루종일 저 사는 오피스텔 근처에 숨어서 제가 나올때까지 대기했습니다
저보고 자길 거둬달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원룸이고 첫째냥이의 까칠함이 임신중인 엄마냥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가 있어서 출산에도 지장이 있을거 같아서 제가 해줄수 있는건 저한테 부비부비할때 쓰다듬어주고 물챙겨주고 하는 것 밖에 없더라구요
안타까웠어요
그때 제가 결혼을 하게 돼서 신행을 가게 되어... 친구에게 저희집와서 길냥이 어미랑 애기들 밥이랑 이런저런 케어를 부탁하고 잠시 한국을 떠나있었습니다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그 애기들은 안보이더라구요... 같이 챙겨주던 시장분들이 애기들 죽었다고...
어미냥이 만삭이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지켜내지 못하고 저도 또 제대로 해주지 못한 채로 보내서 미안하고...
그러고 어미냥은 또 출산을 했는데 이번엔 새끼들을 어디다 숨겨놨는지 안보이고 전 밥주던데에 계속 주다가
나중에 한달쯤 지나니 어미냥이가 저한테 새끼들 보여주더라구요 이번엔 다들  건강하길래 다행이었죠
그러고 사정상 신혼집을 결혼 후에 알아보게 되었는데
이제 이사가면 이 어미냥이를 데려가자 자꾸 오피스텔 건물로 들어오려 한다, 내가 건물 왔다갔다 할때마다 항상 따라다니고 날 너무 의지한다, 슬슬 애기들 젖도 뗐으니 중성화 시키고 이사갈 집을 투룸 이상으로 구해서 이사 준비하고 이사하는 동안에 새끼들은 엄마냥이한테서 독립할 때가 되었을테니 그때 데려와서 첫째냥이랑 영역분리 시키면서 조심스레 합사시키자며 남편이랑 상의하고 그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다가...
새끼들도 건강히 잘 크고 깨끗하고 이제 계획한대로만 하면 되겠다 하다가...
그 어미냥이가 안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열번씩 저랑 만나서 같이 놀고 밥먹일때마다 앵기던 애가 갑자기 3일간 안보이니 속이 타고
새끼들 있는데로 가도 안나오고
어떻게든 상황 무시를 하고 애초에 집에 데려왔어야 했나, 아니면 새끼들이 잘 커서 영역을 주고 떠났나 이런 생각까지 다 들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라도 알고 싶어서 후회되고 애가 탔습니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자정쯤에 새끼들 밥주러 나갈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건물 복도나 계단에서 소리나면 울리잖아요
그 울리는 소리로 냐옹거리는거라
혹시나 싶어서 평소엔 닫혀있던 오피스텔 계단을 지하 3층부터 올라가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올라가고 올라가다 보니 옥상이었구요
거기에 제가 그렇게 찾고 헤매던 어미냥이가 있었어요
그 냥이가 대로변에 있는 오피스텔 옥상에 혼자서 며칠간 계속 있었던 거에요
그때 남편한테 전화해서 이동장이랑 사료랑 물 가져와달라 했고...
저는 옥상이니까 쉽사리 어미냥이에게 다가가면
무슨 돌발행동을 일으킬지 몰라서
일단 배고팠을테니 밥으로 유인하기로 하고
남편이 온 순간
밥을 저 있는 이동장 앞으로 주니 저한테 오길래
평소처럼 밥먹이면서 쓰다듬어주고 하니 애가 평소처럼 골골대더라고요 ㅠㅠ
밥 좀 먹이고 물먹고 어미냥이는 안정되어서 반갑다고 고맙다고 저한테 앵기길래 이때 바로 빛의 속도로 이동장에 넣어서 24시간 하는 큰 동물병원에 택시타고 갔습니다
가서 건강검진이랑 각종 세균이나 질병검사 싹 하니
다행히 굶은것치고는 이상없다고 ㅜㅜ...
평소에 케어 잘해주셨나보다고...
다만 길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앞니가 좀 깨져있다고...
그래도 생활하는데는 지장없을거라고...
누군가한테 맞은건 아닌지 막 걱정은 됐다만 ㅜㅜ
그래도 큰 병은 없으니
그제서야 전 긴장이 풀렸는지 어미냥이보고 펑펑울고...
얜 진짜 내 가족이구나 싶고
옥상에서 며칠간 큰 차소리 들으며 덜덜 떨었을때 저보고 반갑다고 저 믿고 앵기고...
내가 평생을 책임지고 사랑하며 같이 살아야 하는 가족이구나 싶더라구요
아무튼 의사선생님은 며칠 지나서 범백이나 그런게 나타날수도 있는게 있다며 일주일정도 상황보며 입원시키자 해서 그러기로 했고
일주일 지나서도 아무 문제 없어서 중성화를 시켰습니다
그 사이에 새끼들은 제가 계속 평소대로 밥 챙겨주면서요
의사선생님이 중성화 후에 바로 퇴원시킬래요 하시길래...
첫째냥이랑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지금 원룸살아서 수술 흉터도 다 안 아문 상태로 집에 데려가긴 위험하니 계속 입원하다 다 되면 그때 집에 데려가겠다
해서 그때까지 계속 입원 시키고 그 사이에 어미냥이 체취묻은 수건이나 그런거 첫째냥이한테 주면서 미리 적응시키려 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얼렁 방 2개 이상짜리 전세집 찾느라 미친듯이 다녔고요 ㅜㅜ
데려가기 직전엔 예방접종 다 끝내고
데려갔는데 아직 이사를 못해서 원룸... (집은 구했는데 이사시기가 좀 늦어서 ㅜㅜ)
역시 첫째냥이는 하악질을 하다 못해 하얀 거품까지 내뱉고
둘째냥이가 된 어미냥이는 엄청 놀래서 움직이질 못하고
둘째냥이는 길가에서부터 항상 끼웅대서
끼웅이라 이름붙이고
끼웅이는 집에오고 언니냥이 무서워서 어쩔줄 모르고
그때부터 전 집 밖에는 끼웅이 새끼냥이 다 클때까지 밥주러 갔을때 빼고는 나가지도 못했네요
저는 일단 첫째냥이 안심시킨다고 평소보다 배는 더 예뻐해주고 1순위로 대하고... 그래도 저한테 서운하다고 남편찾더라구요 ㅜㅜㅋㅋ 그 당시 십년가까이를 키웠는데 얼마나 저한테 서운하면 그런가 싶고
아무튼 그렇게 난리통인 시간을 보내고
저도 잠을 못자고 좋아하는 운동은 일단 다 포기하고 ㅎㅎ
밥먹기도 힘들정도로 대치상태라 제 살이 다 빠지더라구요;;
정신없는 와중에 이사준비만 후딱하고 슬슬 이사가기 전이 되어서 끼웅이와 애기들을 알던 시장분들을 찾아갔아요
뭐 시장분들도 끼웅이 찾았냐 하셔서 찾았고 제가 데려가기로 했다고 하니 다들 둘이 워낙 사이 좋았으니 잘 됐다고 새끼냥이들은 자기들이 계속 주던대로 밥 주겠다 했고 ㅜㅜ
그래도 죄송해서 대용량 사료 주면서 곧 이사간다 인사했습니다
그러고 3룸짜리 집으로 가서 애들을 분리시키고
하니 처음에 원룸에 있을때보단 첫째냥이가 너그러워졌더라구요...
그래도 서먹서먹하다가
가끔은 둘이 엄청 싸우고
끼웅이는 언니냥이 무서워서 방충망 매달릴뻔도 하고 별 일이 다 있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첫째냥이에게 우선순위로 무한한 사랑을 주고
서로 좋은 시간 공유할수 있게끔 같은걸로 놀아주고 맛있는거 둘이 있을때 항상 먹이고
그렇게 2년 반쯤 지나니
서로 붙어서 자고
같이 우다다도 하고 그럽니다
가끔은 싸울때도 있지만 큰 싸움은 아니고 첫째는 그래도 지가 왕이라고 끼웅이에게 그루밍해주고 상태 안 좋아보이면 다가가서 걱정해주고
끼웅이는 첫째언니가 부러워서 서열 노리다가 맨날 솜방망이 살짝 맞고 그러면서도 언니 옆으로 가거나 언니가 좋아하는거 똑같이 따라해보고... ㅎㅎ
너무 귀여워요
길에서는 손녀까지 본 애가 집에 와서는 저를 의지하다못해 아가가 되어서 항상 앵기고 꾹꾹이 쭙쭙이 다 하는데
얼마나 의지하고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까 싶어요
그간 합사하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모두가 고생이 많았다만 이제는 뭐 저 없으면 둘이 의지해요...
제가 집에 있으면 서로 관심받겠다고 앵앵 ㅎㅎ...
제가 문젠가 봅니다 ㅜㅜ
어쨌든 합사는 시간과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 일인듯 합니다...
지금 또 하라 하면 절대 못할듯...
그 당시에 10살 가까운 첫째냥이랑 나이추정 6살쯤 된 끼웅이니;; 게다가 둘다 암컷이니 ;; 동성 성묘 합사; 빡세요;;
진짜 처음엔 지켜보던 제가 위가 다 아파서 밥을 못먹을 지경이었어요 지금은 모두가 같이 밥 잘 먹지만
아무튼 위에 길게 쓴 대로 끼웅이는 상처가 많은 아이인데
제가 정말 아플때 와서 골골거리면서 껌딱지같이 붙어서 위로해주고 하루 한번은 꼭 꾹꾹이 해야하고...
작은거 하나라도 해주면 고맙다고 꼭 표현해주고...
말랐던 아이가 돼냥이가 되었고 ㅎㅎ...
길냥이었어서 실내에서 잘 살수 있을까 싶었어도 화장실 실수 한번을 안하고
길냥 출신이어서 눈치가 엄청 빨라서 조심조심 행동할때마다 가끔은 맘이 아프지만
그래도 평소에 빙구짓하면서 바보냥이처럼 우다다하고 장난감갖고 노는거 볼때마다
길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기 키우느라 영역싸움하느라...
요런 생각 많이 해요
그래서 더 짠해서 생각날 때마다 꼭 안아주고 예뻐해줍니다
그만큼 고양이라는 동물도 감정이랑 생각이 있는 애들이고
그래서 키우기 전에 정말 많은 사건과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잡고 하나하나 적응 시킨다면 괜찮은거 같아요
다만 데려오기 전엔 상황에 맞춰서 많이 고민해보고 각오해봐야하는 일입니당...
암튼 더 이상 동게에서 슬픈 소식은 보고 싶지 않네용...
합사는 정말 힘들고 까다로운 일이니
고양이 둘째 들일때 많은 고민을 해주셨으면 합니당...
다들 반려동물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 텅장요정 2017/01/05 20:20

    작성자님 마음도 예쁘고, 이해해주신 동네분들도 좋고, 남편분도 다 좋으신 분들이네요ㅠㅠ
    정말 합사라는게 어라? 둘이 잘 노네? 하고 물에 물탄듯 되는경우도 있지만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고
    성격이 유순해도 영역문제에서는 예민한 아이들, 한까칠 하는데도 합사에는 별탈없는 아이들 각양각색인데..
    미리 알아볼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힘든데다가 합사는 몇주부터 길게는 몇년까지 오래도록 신경써야할 부분이라
    합사 뭐..그냥 하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은 정말 안했으면 좋겠네요ㅠㅠ 고양이도 사람도 힘든일이라..
    작성자님댁 아이들은 그래도 작성자님이 신경 많이써준덕에 무사히 합사를 했네요 ㅋㅋㅋ

    (REJe5u)

  • 당당당당 2017/01/05 20:29


    요즘은 꼭 같이 자요 :)

    (REJe5u)

  • 모모야먼지야 2017/01/05 21:24

    둘은 어떤 인연이었길래
    그렇게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가족이 될수 있었을까요.
    죽지않고 살아있어줬던 냥이와
    포기하지않고 기어이 찾아내신 당당님.
    아름다운 인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짝!

    (REJe5u)

  • tamirar 2017/01/05 22:20

    요 근래 본 사연중 가장 인상깊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길개? 데려와서 키우는데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힘든일이더라구요

    (REJe5u)

  • 준레옹 2017/01/05 22:24

    이래서 2주 격리 원칙이 중요한가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REJe5u)

  • 메롱메롱히후 2017/01/05 22:39

    동계눈팅중젤따뜻한글이였습니다.
    천사집사님 행복하세요ㅠㅠ냥이들도행복하렴♡

    (REJe5u)

  • 고양이빔 2017/01/05 23:56

    제가 동게 글을 이렇게 정독해 보기는 오랜만입니다. 정말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REJe5u)

  • binifani 2017/01/06 00:21

    길생활하는 애들 태반이 앞에 송곳니를 깨먹더라구요.
    저희집 첫째도 길에서 있다가 구조받은애 데려왓는데, 오른쪽 윗송곳니 깨먹었드랫죠

    (REJe5u)

(REJe5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