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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집사람 얘기입니다..

저희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젊을적에 아이가 안생겨서
장인어른 연세 50 , 장모님 42세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그게 바로 .. 저의 집사람입니다.
연세 지긋하셔서 첫 아이, 그것도 예쁜딸을 낳았으니
두분이 보시기에 얼마나 이뻤겠습니까?
특히 장인어른이 정말 애지중지 보살폈다고 합니다.
어딜가도 늦둥이 딸의 손을 잡고 다니고
커서 학교 다닐 무렵에는
등하교길을 항상 따라다녔다고 하네요.
집사람이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컸고
아주 행복한 어린시절을 갖고 있지만,
장인어른, 장모님이 너무 연세 들어 낳은 탓인지
장모님은 집사람이 17세 무렵에
장인어른은 집사람 19세때
돌아가시게 됩니다.
늦으막에 딸을 낳아
모든 사랑을 퍼붓듯 정성들여 키웠는데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딸을
고아처럼 남겨놓고
차례 차례 세상을 떠나는
두분의 심정이 오죽했겠습니까?
공부는 잘했지만
연로한 부모님이 작고하시며
외톨이가 된 저의 집사람은
고등학교 졸업후 취업을 하게 되었고
25세 무렵에 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첫 소개팅 만남후
몇번 더 만났고
어느날 작정하고 모텔에 가자고 졸라 첫날밤을 치렀을때
집사람이 부모님 두분다 돌아가시고 안계시단 얘기와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 해주더군요.
저는 집사람과 결혼하겠단 작심을 하고 모텔행을 구걸한 것이어서 ,
장인.장모님 없이 홀로 타지생활을 했을 집사람에게
결혼후 행복하게 해주겠단 약속을 하며
얼떨결에 프로포즈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저희 부모님께 집사람 얘기를 해드리자
장인.장모님 안계신것과
혼수비용조차 마련할수 없을만큼 홀로 원룸 한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것을 아시곤
사람됨됨이를 살펴볼 생각조차 안하시고 반대하시더군요.
그때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고민이 이만저만 아녔습니다.
부모님껜 아들 하나였던 제가 어느정도 처가식구 있는 집안에 장가 들어
장인, 장모님 얼굴이라도 보며 결혼생활 했으면 하시는 바램도 외면할수 없었고
가족 없이 외롭게 타지에서 생활하며
저에게 첫 정을 준 집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인간적으로 할수 없는 짓이여서
마음의 갈등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쳤습니다.
회사에서 산업설비를 운전하던 중에 방심하여
대형 인명사고가 일어났고
저와 같은 조원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죄명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경찰서 유치장에 면회를 온 집사람을 보니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결혼은 없던 일로 하고 떠나란 얘기 밖에 할수 없더군요.
그날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홀로 자란 집사람이
결혼문제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으니
지하에 계신 장인, 장모님이 얼마나 슬퍼하실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사람은 제가 구치소, 교도소 생활하던 1년6개월 동안
계속 면회를 와주었고
감옥에 갇힌 저를 찾아주던 집사람을 부모님도 더이상 외면하지 않고
식구로 맞아주게 되었습니다.
교도소 출소후
저는 중장비 기사로 새직장을 구했고
6개월 지난 즈음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손님 별로 없는 결혼식에 들러리로 온 집사람 친구들이
학교 다닐때
저희 집사람이 1등을 도맡아 할만큼 머리가 좋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집사람한테 왜 대학교에 안갔냐?는 얘기는 할수 없었습니다.
장인, 장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기땜에 집사람한텐 아픈 상처 일테니깐요.
결혼후 3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집사람이 어릴적부터 홀로 살며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한 탓에 건강이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항상 하루 밥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으란 소리를 빼놓지 않지요.
이명박 정부때 공무원 시험 응시연령이 폐지되며
제가 집사람에게 9급 공무원시험 준비해보라고 권했는데
1년 정도 준비해서 합격했고
출입국관리소에 근무한지 벌써 5년째네요.
집사람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고 1년쯤 지나선
시험관 시술을 받아 아들녀석을 낳았습니다.
제가 어제 토요일에
집사람한테 제안을 했었습니다.
집사람의 어릴적 살던 고향동네에 가보자구요.
잠시 머뭇거리던 집사람이 승락했고
차를 몰고 3시간 걸려 군단위 시골동네에 다녀왔습니다.
어린시절
나이많은 장인.장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뛰어놀던
옛집에 도착해선
집사람이 눈물을 보이더군요.
옛집은 헐려서 마을회관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집사람은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잡구선
아빠.. 나 왔어 ! 소리를 하던것 같은데
지금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흐르네요.
수필처럼 쓴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 난봉인데 2018/06/10 16:44

    아방이 횽.
    훌쩍훌쩍...
    추천 드립니다.

  • 바람검 2018/06/10 17:05

    토닥토닥..
    서로 많이 사랑함서 사세유.
    저도 우리 애기 넘 늦은 나이에. 낳아서 너무 걱정됩니다.ㅠㅠ
    제 나이 60됨..애기가 18이네유ㅜㅜ
    애효..갑자기 눈물 왈칵...
    저도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야겠지만..
    아방횽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서울우유사과맛 2018/06/11 16:50

    아....잘사세용...
    보배 덜떨어진 정치얘기만보다보니..순간...ㅜㅜ

  • 홀딱벗은돼지 2018/06/11 21:14

    행복하게 오래 잘사세요.

    (yEVc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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