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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지막 유언

" 하아... 하아... "

쇠한 늙은 사내가 침대에 누워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었다.
사내의 주변에 수많은 카메라들이 사내의 마지막 유언을 기다렸다.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 '김남우'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있음에도 작은 소음 하나 나지 않고, 김남우의 가쁜 호흡 소리만 가득하던 그때. 
김남우의 입에서 마지막 유언이 흘러나왔다.

" 사랑하세요...내 곁의 모두를, 세상 모두를 더 사랑하세요...그리고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마세요...나는...불멸의 세계로 갑니다...그곳에서도...영원히 음악을... "

마지막 말과 함께 김남우의 움직임이 멎은 그 순간, 방 안의 사람들이 크게 오열했다-

.
.
.

" ...여긴? "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찬 공간에, 김남우의 침대가 부유하고 있었다. 

" 이 병신이! 뭐? 나는 불멸의 세계로 갑니다? 허세 좀 떨지 마! 중2병이냐?! "

옆에서부터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김남우. 

" 아! "

김남우가 익히 알고 있던, 정장차림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내!

" 나랑 계약한 걸 잊었어?! 왜 유언을 네 멋대로 남기는 거야?! 네 유언은 내 거라고! "
" ... "

김남우는 할 말이 없는 얼굴로 침묵했다. 그의 말대로, 김남우의 '마지막 유언'은 그의 것이었다.

" 얼어 죽을 노숙자에 불과하던 너를, 세계적인 가수로 만들어준 게 나야! 그런데 네가 감히 계약을 어겨?! "
" ... "
" 나는 분명 네 소원을 들어줬어! 네 평생의 꿈을 이루어줬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다가 모두의 사랑 속에서 죽어갈 수 있게 만들어줬어! 그런데 넌? 넌! "
" ... "
" 내가 뭐, 네 영혼을 달라고 했어? 다른 사람의 영혼을 훔쳐오랬어? 그냥 죽기 전에 유언 하나만 내 맘대로 남겨달라고 했잖아! 지난 몇십 년간 누릴 건 다 누려놓고, 이제 와서 그거 하나를 못 해?! "

자신의 죄를 알기에 차마 한 마디도 못하던 김남우가, 계속된 잔소리에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 유언이! 유언이 너무하잖습니까?!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존경하고 위대하게 생각하는데, 내 마지막 유언이 그렇다는 건! "
" 그러니까! 내가 왜 너를 그런 존경받는 위인으로 만들었겠어?! 어?! 그게 다 이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라고! "

사내도 성질을 부리며 김남우를 맞받아쳤다. 
김남우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버럭!

" 아무리 그래도 내 마지막 유언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가 뭡니까-?! "

김남우의 절규가 온 어둠 속에 울렸다-

.
.
.

사람들의 오열이 가득하던 방 안. 슬픔의 중심에 놓여있던 노인 김남우가,

" 허-억! "

숨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 ?! "
" 사, 살아있다! 김남우 선생님이 아직 살아 계신다! "

주변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며 김남우에게 집중했다!
눈알을 굴려 주변을 살피던 김남우는, 인상을 쓰며 상황을 파악했다.

' 빌어먹을 그 새끼! '

사내는 김남우가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김남우는 다시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 마지막...유언을...남기겠습니다... "

김남우의 말에 시끌벅적하던 취재진들이 일순간 침묵하며, 모든 카메라가 김남우의 얼굴로 집중됐다.

" 세상에서... "

김남우는 억지로라도 유언을 이으려 했지만, 인상만 쓸 뿐, 도저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 세상에서... 살아온 나날에, 한치의 후회도 없습니다...후회없는 삶을 사세요... 인생이란 멋진 것입니다. 아-! 정말 멋진 인생이었습니다- "

김남우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 선생님-! "

김남우의 숨이 멈추는 것을 보며 또다시 오열하는 사람들.

.
.
.

" 이 새끼가 진짜?! "
" ... "

어둠이 가득한 공간, 사내가 침대 위 김남우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

" 겉멋만 들어가지고! 뭐? 정말 멋진 인생이었습니다? 꼴값 떨고 있네! 아주 브라보 박수까지 치지 그랬어?! "
" ... "

김남우는 조금 머쓱해져 시선을 피했다. 세상에서 죽기 직전일 때와는 달리, 이 공간에선 자신이 너무 건강하게 멀쩡한 상태라 조금 부끄러웠다.

" 이 은혜도 모르는 새끼야! 너 왜 도대체 약속을 안 지키는 거야?! 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 이렇게만 해주면 된다니까?! "
" 아니 그래도, 내가 사회에서 위치란 게 있는데... "
" 위치는 개뿔?! 노숙자처럼 땅바닥에서 뒹굴던 새끼가! "
" 그런 건 위인을 더 빛내주는 역경과 고난의 시절이라고... "
" 놀고있네!! 아~ 제발 그냥 좀 해! 내가 말한 대로 유언을 남기고 깔끔하게 죽으라고 좀! 어려워?! 못 외우겠어?! "

사내의 짜증에, 김남우도 화가 터졌다! 

" 아니! 도대체! 도대체 콜라가 뭐길래?! 무슨 악마가, 콜라 유언을 남기라고 계약합니까?! "
" 내 사업이야 사업! "
" 그러니까 무슨 악마가 콜라 사업을 합니까?! 악마면 악마답게 사람들 영혼이나 모으고 다닐 것이지! "

사내는 답답한 얼굴로, 어느새 손에 들린 콜라를 흔들며 소리쳤다!

" 병신아! 이 콜라가 그냥 콜라인 줄 알아?! 내가 만든 이 콜라를 마실 때마다. 사람들의 수명이 내게 바쳐지게 되어 있다고! "
" ! "

깜짝 놀라 눈이 커진 김남우!

" 그, 그런 악랄한! 어떻게 그런 악마 같은 짓거리를...! "
" 악마니까 당연하지 인마! "
" 나보고 지금 그런 악마 같은 짓을 도우란 말입니까?! 못합니다! 죽어도 못합니다! "
" 병신이?! 너 어차피 오늘 죽잖아! "
" ... "

김남우는 굳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사내는 답답한지 가슴을 두드리며,

" 야이 씨! 누가 보면 내가 뭐, 사람들 수명 몇십 년 씩 뺏어가는 줄 알겠네! "
" 아닙니까?! "
" 1초다 1초! 콜라 한 번 먹을 때마다 1초씩 내게 온다고!! " 

어이없는 얼굴의 김남우,

" 1초? 아니, 그까짓 거 모아서 어디다 쓴다고? "
" 1초 무시하네?! 전 세계에서 1초씩 모이면 그게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넌 그러니까 내 콜라가 더 잘 팔리도록, 역사에 남을 콜라 유언을 남기라고 좀! 자, 따라 해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 "

사내의 대사를 들은 김남우는 질색하더니, 잠시 뒤에 잔뜩 각오한 얼굴이 되어서 제안했다.

" 차라리... 내 영혼을 가져가십시오! "

한데, 사내에겐 콧방귀도 안 먹히는 제안이었다.

" 웃기고 있네! 네까짓 놈 영혼보다 콜라가 잘 팔리는 게 훨~얼씬 중요해! "
" ... "

자신의 영혼이 콜라만도 못하단 사실에 충격먹은 김남우. 
사내는 그런 김남우를 향해 단단히 일렀다.

" 이번에는 꼭 제대로 유언을 남기라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 어?! "

.
.
.


" 허-억! "

" 꺅?! "
" 엇! "

다시 한번 침대에서 눈을 번쩍 뜬 김남우! 곧, 인상을 찌푸렸다.
방 안에서 오열하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당황했다.

" 사, 살아있으시다! 선생님께서 아직도...살아 계신다! "

놀란 취재진들과 카메라가 다시 김남우의 얼굴에 집중했다.

" 옘병... "
" 네 선생님? "
" ... "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인상을 쓴 김남우는, 다시 한번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 마지막...유언을 남기겠습니다... "
" 네? 또.. 아, 아 예! 선생님! 말씀하세요! "

김남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 세상에서...세상에서... 세상에서... "
" ...? "

김남우는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썹을 꿈틀하며 결국,

" 세상에서...소풍 끝나는 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말을 마치며 눈을 감았다.

" 서,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

사람들은 잠깐 눈치를 살피다, 완전히 숨이 멎은 김남우를 확인하고 나서야,

" 서, 선생님이 진짜! 돌아가셨다-! "

다시 오열했다~

.
.
.

" 시인 납셨네! 아주 시인 납셨어! "

어둠 속 공간, 사내가 한껏 비아냥댔다.

" 흠흠... 급하게 생각이 잘 안 나서... "
" 생각을 왜 해 이 새끼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 이렇게 말하라고! "
" ... "

김남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자신의 마지막 유언이, 콜라 영업이라는 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제안하는 김남우.

" 그럼 유언을...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
" 뭐? 어떻게? "

김남우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죽을 것 같은 모양새로 연기했다.

" 콜라... 콜라가 먹고 싶구나... "

애절하게 말하며 스르륵 눈을 감는 김남우-
순간,

" 병신! 똥폼잡고 있네! "
" ... "
" 그래가지고 콜라가 팔리겠어?! 이슈가 되겠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 이게 확실하지! "
" 무슨 그런 80년대 수준의 광고를 자꾸! "
" 그러니까 이슈가 되는 거라고! 어?! 전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던 가수가, 유언으로 이렇게 남겼다! 얼마나 놀라워?! "
" ... "
" 넌 저 유언을 남기기 전까진 죽어도 못 죽을 줄 알아! "

김남우는 한숨을 쉬었다. 계속 이렇게 죽었다 살아났다 하는 것도 꼴이 우스웠다.

" ...잠깐, 여기서 연습 좀 해보겠습니다. "
" 연습? 그래그래 얼마든지! " 

한숨을 내쉰 김남우는, 콜라 유언을 연습했다. 경쾌한 CM톤으로 외쳐보는 김남우.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십시오! "
" 오! 딱 좋아! 아~주 좋아! 그렇게만 해준다면 너에게 투자한 보람이 있어! "

사내는 만족했지만, 김남우는 소름이 돋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 이건 아닙니다! 이건 정말, 아니야! "

몸서리를 친 김남우는, 이번에는 톤을 달리해서 연습했다. 표정까지 애절하게 바꿔서,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 "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흔드는 김남우. 다시,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 세상에서...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마트로 달려가..........사 드세요. "
" 또 또 똥폼잡고 있네 저거. "

사내는 빈정거렸지만, 김남우는 사내의 말을 무시하고 유언 연습에 집중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흔들며, 이번에는 어머니를 추가해서 그리움을 담아보는 김남우.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아-어머니...!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서...! 사 먹겠습니다...아! "
" 어휴~ 저 병신... "

김남우가 아무리 연습해도, 어떤 식으로 말해도 저 대사는 도무지 김남우의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끝내, 몸서리를 치며 소리 지르는 김남우!

" 으-아!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이건 정말, 이건 정말 유언으로 남길만한 말이 아니란 말입니다! "
" 어휴~저거 정말... "
" 세상에 멋진 유언들이 얼마나 많은데! 루이 14세! 윈스턴 처칠! 이순신! 칼 마르크스! 그런데 난! 내 유언은 마트에 가서 콜라를 사라는 거라니?! 내가 죽고 나서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습니까?! "

발악하듯 소리치는 김남우를 본 사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 어휴~ 넌 그 나이를 먹도록 도대체 뭘 했냐? 깨달음이라는 게 없어? "
" 뭐? "
" 사람들이 현자니, 성자니, 존경한다니 떠들어대는데도, 너는 고작 그런 인간일 뿐이냐? "
" 무슨 소립니까 지금?! "

김남우가 기분 나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자, 사내가 정색하며 말했다.

" 똥폼 좀 잡지 말란 말이다. 넌 도대체 유언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
" 그야!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는-! "
" 세상에 남기는 뭐? 세상에 남기는 명언? "
" ... "
" 유언으로 뭘 하고 싶은데? 유언 몇 마디로 사람들에게 무슨 큰 깨우침이라도 주고 싶냐? 감동이라도 주고 싶어? 마지막 순간까지도 멋있었던 위인으로 회자되고 싶어? "
" ... "

김남우의 얼굴이 굳었다. 사내는 김남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너희 인간들은, '말'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를 몰라. 유언이란, 네 말의 끝이야. 네가 지금 이렇게 아무렇게나 떠들고 있는 모든 것의 끝이라고. "
" ... "
" 가끔 인간들은, 말이란 게 영원히 있을 줄 알고 쉽게들 내뱉는단 말이야? 단 한 번도, 말이란 게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해보진 않지. 유언은 말이야, 네가 가지고 태어난 총의 마지막 총알이야. "
" ...! "
" 그 총알로 넌 뭘 할래? 똥폼이나 잡을래? 사람들한테 이렇게 살아라, 삶이란 이런 것이다, 잔소리나 할래? "
" 난...나는...! "

흔들리는 눈동자로 사내를 바라보는 김남우.
사내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너는, 콜라 광고를 해야지!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잊어버린 건 아니지? "

.
.
.

" 허-억! "

" 꺄아악-! "
" 으할라악-! "

눈을 번쩍 뜨는 거로도 모자라, 상체를 벌떡 일으킨 김남우! 방 안의 모두가 경악하며 뒤로 넘어갔다!

" 서, 서, 서, 선생님...! "
" 선생님이 살아계신다...! 선생님이 아직, 아직도 살아계신다...! "

깜짝 놀라 부릅뜬 눈으로 당황하고 있는 취재진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열하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아니었다.
김남우는 그런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 ... "
" 저기...선생님...? "

멍하니 한 점을 응시하고 있던 김남우의 입이 떨리고,

" 난...나는...! "

부들부들 떨던 김남우는 한참 만에, 말을 했다.

" 난 도대체 뭘 한 건가...? "

김남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머릿속에, 자신의 인생이 흘러갔다. 
가수의 꿈을 꾸었지만, 현실의 벽을 핑계로 모든 걸 포기하고 폐인처럼 지내던 나날들. 
그러다 그를 만나, 그에게 소원을 빌어, 그의 능력으로 가수가 되고, 그의 능력으로 음악이 대박 나고, 그의 능력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그의 능력으로 평생을 존경받는 대가수로 살아왔던 나날들. 
부들부들 떨던 김남우는, 허탈하게 말했다.

" 내 꿈에, 내가 없구나. "

김남우의 눈에 고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 서, 선생님? "

부들부들 떨던 김남우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카메라들을 둘러 보았다. 

" ...지금까지 내가 유언이랍시고 지껄인 말들은 모두 잊으세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

김남우의 표정에 압도된 사람들이 숨죽인 채로 김남우를 바라보았다.
김남우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카메라 너머 자신을 존경하고 있을, 전 세계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 내 음악은...내것들이 아닙니다. "
" 선생님...?! "

깜짝 놀라는 사람들! 김남우는 계속 말했다.

" 나는 여러분의 존경을 받을 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닙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세상에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 선생님! "

사람들이 당황할 때, 김남우가 눈물 흐르는 눈으로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 여러분... 살면서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하세요. 내가 해야만 합니다. 남이 해주면... 정말로 재미가 없네요. "
" ... "
" 아...!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

허탈한 김남우의 눈에서 계속해서 눈물이 흘렀다. 

" 왜 나는... 그걸 이제야... 이제야... 이렇게... 늦게... "

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김남우의 몸이 침대로 쓰러지고-,

" 선생님! "

사람들이 소리치며 다가올 때, 김남우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이게 내 마지막, 말... 입니다. "

김남우는 쓸쓸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끝냈고... 내가 남길 유언은- "
" 선생님...? "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생기는 김남우. 작은 목소리나마, 온 힘을 다해 내뱉었다.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콜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 사 드세요...! "
" ...! "

경악하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을 보며 김남우의 얼굴에 웃음이 어렸다. 편안한 얼굴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
.
.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 침대 위에서 멍한 얼굴의 김남우가 눈을 떴다.

' 치이익- '

" 콜라나 한잔해. "
" ... "

김남우는 사내가 내민 콜라를 쭉 들이켰다. 
강렬한 탄산에 '크~' 소리를 낸 김남우는 웃었다.

" 그래도 제 유언이 거짓말은 아니군요. "
" 당연하지! 이게 잘 팔려야 내게 이익인데, 오죽 맛있게 만들었겠어? "

웃어버린 둘은, 콜라를 들이켜며 노닥거렸다.

.
.
.

이제 뭐 할래?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저승에서 가수나 해보던가.
저승에도 가수가 있답니까?
있지. 근데 저승에서는 내가 하나도 못 도와줘. 네가 직접 다 해야 돼.
아...!
어때?

...저승에서는 무슨 음악이 유행한답니까?
댓글
  • 복날은간다 2016/12/29 05:39

    처음에는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유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고, 그러다 결국 이렇게 됐네요;
    명확한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oHgzlv)

  • 이상혁_ 2016/12/29 05:41

    엄마, 나 1등이야, 내년에 대박날껀가봐!!

    (oHgzlv)

  • 카마인 2016/12/29 05:44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근데 코카인가요 펩시인가요?

    (oHgzlv)

  • 죠르노_죠바나 2016/12/29 06:54

    콜라는 코카콜라죠.

    (oHgzlv)

  • 잡팅 2016/12/29 06:58

    5빠..! 선추천후감상..ㅎ

    (oHgzlv)

  • 시험 2016/12/29 09:59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포카리 먹을래?

    (oHgzlv)

  • 질풍의라빈 2016/12/29 12:01

    잘봤습니다~ ㅎㅎ 훈훈하면서도 약간 웃기네요
    수명이 다해 죽는 경우 죽기 직전에 유언을 남길 수 있을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아니 혼자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겠쬬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 다 임종에 곁에있어드리지 못한게 자꾸 생각나게 되네요 ㅎ
    참, 복날님 작품에 나오는 악마들은 뭔가 츤츤한거 같아요 ㅋㅋ

    (oHgz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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