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n 심폐소생해봤습니다.

카메라나 여타 물건들을 소장하다시피 하는 성격입니다만...
특별히 박물관 진열장이 아닌 다음에야 E-20에 붙어있는
낡은 플라스틱과 고무들은 여지없이 녹고 경화되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에 스킨입혀준다는 업체들도 알아보고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봤으나
딱히 정답도 없고, 결국 맡겨봐야 결과나 비용 알려주겠다는 분위기...
라이카처럼 제작하기 간편한 한두조각짜리 평면스킨을 기성품으로 찍어내
20만원선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던데 이런 커스터마이징을 의뢰했다면
얼마를 불렀을까 문득 궁금하기도 하네요.
고민끝에 직접 도전했습니다.
타르화가 진행된 그립을 벗겨내고 닦는 단계에서 이미 탈진해버렸지만,
회생시키지 않으면 벗겨낸 수고들이 수포가 되버리고 들고다니기에
쑥스러워 결국 못쓰는 물건이 될거다라는 생각으로 모티베이션하며
이를 악물고 진행했습니다. ㅜ_ㅜ
유독 극악의 곡면그립이라서 쭉쭉 늘어나는 인조소재가 아니면
하나로 감싸기에 무리가 있어, 잡는데 이물감이 없도록 그립에만
일곱개의 패턴을 나눴네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경화되어 금이 가고있는 전원단자 덥개는 뜯어내버리고 바디컬러에
맞게 사피아노로 제작해 가려줬고, 예사롭지 않은? 끈적임을 선보이기
시작한 포커스링에도 손가락에 닿으면 보송보송 돌아가라고 사피아노를
감아줬습니다.

촉감이나 후드랑 조합되었을 때의 살짝 도톰해진 모양 좋네요.

재료나 기본도구에는 비용이 얼마 안 들었습니다만,
일주일에 걸친 스트레스와 수명단축을 갈아넣었습니다.
어찌둥 깔끔하게 정돈을 해줬더니 새 디카를 산 기분입니다.
새삼 설명서도 새로 읽어보고 있습니다.
렌즈가 너무 아까워서 활용해보고자 시작했는데, 이래저래
각별하게 애정도 생기고 더 무게감?있어져서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