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7년차 여자사람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그렇듯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입니다.
음식에 큰 관심이 없는 우리 남편조차 크리스마스 디너는 가장 기대하는 식사입니다.
그래서 매년 크리스마스 디너만큼은 제 모든 역량을 다해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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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디너는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먹어야지!"라는 남편의 고집에
멀쩡한 식탁을 두고 오랜만에 상을 펴고 먹었습니다.
다다미 바닥과 크리스마스는 너무 안어울린단 말이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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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메인 고기요리는 표고버섯 소스를 곁들인 로스트비프입니다.
원래 참고로 한 레시피에서는 "포치니"라는 버섯을 사용한다는데, 이 깡촌에서 그런걸 구할 수 있을리가...
어차피 우리 남편도 포치니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니, 비교 대상도 없고해서 모양이 비슷한 표고버섯을 썼습니다.
포치니가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는 것만 빼면 별 문제없는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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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비프는 안쪽이 레어하게 남아있어야한다는데, 제가 구운건 거의 웰던에 가깝습니다.
처음 만든 것 치곤 그냥 먹을만 하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사실 로스트비프를 다들 무슨 맛으로 먹는 지 예전부터 이해가 가지 않긴 했습니다.
비주얼이 딱 크리스마스에 적합해서 만들었을 뿐...
소고기는 그냥 불판에 구워서 소금장 찍어 먹는게 젤 맛있는데...
크리스마스에 가스곤로와 원형불판 올리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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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크리스마스때면 상에 오르는 가지 그라탕입니다.
피망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봤습니다.
기독교도 아니면서 십자가를 장식한 것은, 크리스마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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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소스와 가지를 겹겹이 올리고 맨위에 치즈를 얹은 음식이며, 딱 그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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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실패 끝에 드디어 성공한 클램차우더.
생크림이 많이 들어가서 맛이 없을 수가 없는 클램차우더...
칼로리를 생각하면 입에 감히 넣기 힘든 클램차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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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반죽해서 만든 로즈마리 디너롤입니다.
오늘로 네 번째 만들었는데 남편이 매번 "가장 완벽한 디너롤"이라 칭송하는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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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화분을 키우면서도 '대체 이걸 쓸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잘게 다져서 빵에 넣으니 식사를 보조하는 빵으로 더할나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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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손은 안가지만, 크리스마스 트리 그릇을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 매년 만드는 샐러드입니다.
생크림과 버터로 범벅이 된 식탁이지만, 그래도 채소를 먹었다며 스스로 ja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저 그릇이 없다면 샐러드를 과연 만들것인가 의심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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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크러스트부터 모두 직접 만든 펌킨파이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디너 글을 올렸을 때 덧글로 한 분이 "Hot Water Pie Crust"를 소개해 주셨어요.
진심 복받으실겁니다.
혹시 베이킹 시작하신 분 중 파이 크러스트가 어려우신 분 계시면 꼭 한 번도전해보세요.
정말 쉽고 간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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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성공하고 말테다...
남편이 "원래 땡스기빙하고 크리스마스 디너는 서너시부터 먹는 것이 법도에 맞다"고 해서 저희는 오늘 3시부터 디너를 먹었습니다.
아침부터 이거 한 끼 먹으려고 그렇게 부산을 떨었나 싶다가도, 명절이라고 시댁가서 동그랑땡 하나 굽는 일도 없으니
일년에 한 번정도는 남편 먹이려고 이러는 것도 사는 재미겠거니 싶네요.
몇시간 안남았지만,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럭셔리한 한 상이네요..
정말 한입만이라도 먹고프네요~~~ ^ ^
Hot Water Pie Crust 레시피 좀 알 수 있을까요?
엄청나시네요. 맛있겠다... 전 미국에 사는데 귀챦아서 크리스마스 디너를 사다가 먹어요. 나도 신혼때는 크리스마스 요리 했었는데. ㅋ
포치니는 표고버섯이랑 양송이랑 반반 섞은 맛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정말 재밌는 부부ㅎㅎㅎㅎ 심심할 틈이 없겠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