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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미치루가 사라진 일주일


[블루아카,자작소설] 선생님과 미치루가 사라진 일주일_1.png


연관 게시물: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3493703




2월 22일 10:00
"여러분, 사전 연락도 없이 여러분을 급하게 불러모은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다만 참석해주신 분들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총학생회 대회의실. 총학생회 수석행정관 나나가미 린을 필두로 각 학교의 주요 수뇌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소름끼칠 정도로 고요했던 회의실의 대형스크린에는 한 장의 사진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 사진 속의 인물의 이름은 치도리 미치루로, 백귀야행 연합학원의 비인가 동아리인 인법연구부의 부장이기도 합니다. 사진 속에서 치도리 미치루가 받은 반지는 결코 장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허술한 장난감이 아닌 진품 반지이며, 다른 이도 아닌 선생님께서 직접 주신 반지입니다."
참석했던 인원 대다수의 예상이 결국 최악의 방법으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던 것일까. 일순간 대회의실이 술렁인다.
"현재 치도리 미치루는 어제자 21일부로 행방불명 상태이며, 공교롭게도 선생님 또한 어제부로 행방물명 상태입니다. 둘이 동시에 실종된 점과 우리가 입수한 사진을 통해 유추해보건데 두 명이서 키보토스의 감시망을 피해 같이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총학생회는 각 학교에 선생님과 치도리 미치루에 대한 지명 수배와 함께 통합 연락망 구축과 수색에 동참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짧은 토의 끝에 회의에 참석한 인원 전원이 요청을 수락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당부드리겠습니다. 선생님과 치도리 미치루를 목격하거든 반드시 다치게 하지 않고 생포해야 합니다. 둘을 같이 발견하건, 따로 발견하건 말이죠."
"그럼 회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참석자들이 퇴장한다.
"그런데 히나 씨, 어째서 마코토 의장님은 안 오시고 히나 부장님만 오신 건가요?"
"아, 마코토 말이야? 사진을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회의에 관심이 없다면서 불참하겠다고 하더군. 아마 지금쯤 집무실에서 고양이 밥이나 주고 있겠지."
2월 22일 18:00
"국장님! 치도리 미치루의 모모튜브 계정에 이상한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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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치룻치 채널 주인장 치도리 미치루입니다.
현재 저는 샬레의 선생님이기도 한 제 남편과 함께 신혼 여행을 왔고 그로 인하여 이번 주 미치룻치 채널의 방송을 휴방하게 되었습니다.
제 방송을 기다려주셨을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방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양해의 말씀을 올리며 다음 방송 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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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도둑너구리를 봤나...통합 연락망에 이 게시물을 즉시 전파하도록! 코노카는 즉시 비번인 인원들까지 소집해서 전원 수색에 동참하도록 한다! 나는 보안수사국에 위치 추적을 명령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 "알겠슴다, 누님!"
통합 연락망을 통해 해당 게시물이 전파되자 다른 학교 또한 발키리와 마찬가지로 비상이 걸렸다. 저녁을 먹다가, 휴식 도중에, 혹은 비번인 인원들에게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고 모두가 치도리 미치루에 대한 원망을 품은 채로 소집에 응하였다.
동시에 미치루가 올린 그 게시물에는 엄청난 양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 여태껏 미치루의 다른 영상과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다 합친 것보다 10배는 더 많은 댓글이.
하지만 미치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게시물을 올리고 바로 모모튜브를 꺼버렸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선생님과 같이 있는데 그깟 모모튜브와 방송이 중요했을까.
2월 23일 06:00
"위치 추적은 잘 되가나?"
"틀렸습니다.아무리 추적을 하려고 해도 안 나옵니다. 범위나 위치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신호가 잡히지를 않습니다."
실종자나 도피사범 추적의 달인인 발키리 보안수사국은 설립 이래 가장 큰 난관에 봉착하였다. 게시물이 올라온 위치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휴대전화의 위치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2월 23일 16:05
"혹시 선생님이나 치도리 미치루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조금이라도 나왔습니다?"
"......"
수석행정관 나나가미 린의 질문에 어느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한다. 발키리 보안수사국과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모두 둘에 대한 위치 추적에 실패하였으며, 발키리 경찰학교나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강력한 정보망 역시 둘의 흔적을 찾는 데에 실패하였다.
"그나저나 선도부장님, 게헨나 학원 측과는 연락도 원활하지가 않고 수색 인력 동원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왜 그런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마코토가 협조를 안 하고 있어. 게헨나 학원의 인력을 동원하려면 만마전 의장의 명령이 필요한데 마코토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보여. 하고 싶은 사람끼리 알아서 하라면서 자기는 이 일에서 빠지겠다고 하더라고."
"그런가요. 좀 이상하기는 하군요. 혹시 하누마 의장이 선생님과 치도리 미치루를 숨겨주고 있는걸까요?"
"그렇게까지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다만 마코토가 우리들과 달리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선생님과 치도리 미치루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
"알겠습니다. 선도부장님, 죄송하지만 하누마 의장을 잠시 억류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하누마 의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곧 담당 인원을 선발해서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2월 23일 19:20
"하누마 마코토! 도대체 선생님과 치도리 미치루를 어디에다 숨겼나!"
"키시싯, 아마도 절대 못 찾을 것이다. 이 마코토 님조차도 모르니."
"그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것을 보도록 해라. 자, 여기 게헨나 학원의 비행 스케쥴이 있다. 꽤 오랫동안 기록이 없다가 여기, 2월 22일 04:00에 비행기 하나가 이륙했다고 나와있다. 게헨나의 비행 스케쥴은 만마전 의장한테 보고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고도 모른 척하고 발뺌할텐가?"
"키시싯...그렇다면 더 이상은 못 숨기겠군. 좋다, 말해주도록 하겠다. 비행 스케쥴에 적힌대로 선생님은 미치루와 함께 2월 22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출국하였다. 다만 행선지가 키보토스 외부라는 것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행선지는 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둘이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르는 것이다."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강력한 정보망을 동원하고도 선생님과 미치루의 행적을 찾지 못했던 것은 그들이 키보토스 밖에 있기 때문이었다. 키보토스의 강력한 정보망도 결국 키보토스 밖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이제 그들에게는 남은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다. 선생님과 미치루가 스스로 키보토스로 복귀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겨울이었다.

댓글
  • Coral Jean 2025/12/22 00:22

    "게헨나가 총학생회를 도와줄 의리가 있나? 나나가미 린 행정관?"

    (tH2Aha)

  • 실버메탈 2025/12/22 00:29

    신혼!!

    (tH2Aha)

(tH2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