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 전 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SKY or 서성한 ㄴㄴ) 석사 과정 마치고 짐싸서 지방의 본가로 돌아가는 날.
이사 + 학위 + 우울증 등등으로 번아웃 존나 세게 오고 신경도 날카로웠었다.

엄청 큰 이사가방에 다 쑤셔놓고 지하철로 향했는데 바퀴는 삐걱이고 지퍼는 제대로 닫기지도 않았음.
무겁기도 무겁고 시끄럽고 해서 시선이 너무 신경쓰이고 더더욱 피곤해졌음.
아뿔싸, 하필 그날 같은 칸에 왠 할배가 막 고래고래 고함 지르고 있었더라.

그것도 1호선 빌런이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바로 옆에서 말이다.
보통 같았으면 그냥 참았겠지만 (혹시 막 뭐 꺼내고 그러면 우짜냐고;;;),
그날은 여러모로 쌓인 스트레스와 절제력 고갈이 겹쳐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옆에 다가가서 "할배, 조용 안하면 가방에 집어넣어버릴거야."라고 속삭임.
나보고 뭐하는 새끼냐고 따지려는가 싶던 그 할배는 내 가방이랑 내 얼굴을 번갈아서 보다가 진짜 조용해지고 그 다음 역에 내렸음.

그런데 나중에 지하철 내릴 때 보니까 덜 닫긴 가방 지퍼 사이에서 커터칼 하나가 삐져나왔음.
상자 뚜껑 닫을 테이프 자르다가 맨 마지막에 서둘러 집어넣었는데 삐져나온 듯.
생각해보니 면도나 이발 둘 다 안한 지 좀 된 상태였었다 (집에 와서 목욕 및 이발 등등 한꺼번에 다함).
....아무래도 그날 1호선 빌런은 그 할배가 아니었던 것 같음.
정의로운 빌런이었다
정의로운 빌런이었다
다크나이트
조만간 썰이 쇼츠로 돌아다니겠구만..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이었습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