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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의 사진공책]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을 둘러싼 의혹

우선 출처부터
https://h2.khan.co.kr/201709011415001
링크를 안들어가실 분들을 위해
지난 2014년 12월 세계 미술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한 장이 70억이 넘는 가격에(650만 달러) 팔렸던 것. 지난 2011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0만 달러에 낙찰된 독일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 Gursky)의 작품 ‘라인(Rhein)Ⅱ’을 3년 만에 갈아치웠다. 사진이 예술인가 아닌가라는 해묵은 논쟁은 끝났지만(사진도 예술로 인정) 예술 관계자들은 70억이 넘는 사진 가격에 대해서는 쉽게 고개를 끄떡일 수 없었다. 특히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라 더 그러했다.
문제의 사진을 찍은 사람은 호주 출신 사진작가 피터 릭(Peter Lik)이다. 언뜻 근육질 카우보이를 연상케 하는 상남 스타일의 피터 릭은 광활한 대자연을 누비며 거대한 스케일의 사진을 찍고 있다. 그의 사진 이력은 자영업으로 일궈냈다. 사진이나 예술에 대해 공부한 이력도 없다. 물론, 그가 사진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그의 사진 값을 헐값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찍어내는 사진들이 예술평론가들에게 읽을거리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를테면 ‘피터 릭의 사진은 이런 혹은 저런 면에서 이전 사진과는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줍니다’라고 평가할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피터 릭의 사진이 거래되는 방식도 기존 미술시장에서 벗어나 있다. 크리스티 경매시장처럼 기존의 미술거래시장에서 벗어나 있다. 피터 릭의 사진은 그가 소유한 15개의 갤러리에서 판매된다. 그래서 혹자는 65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는 사실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경매시장에서의 거래는 공개 입찰과정을 거치지만, 그가 650만 달러에 판매했다는 팬텀 사진은 그가 고용한 한 홍보회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 밝힐 수 없는 익명의 수집가가 팬텀 사진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피터 릭은 자기 사진의 값을 자기 자신이 정한다. 그가 갤러리에 내놓은 풍경사진은 950장의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처음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하지만 950장의 잔고가 줄어들면 줄어든 만큼 거꾸로 사진 값은 올라가도록 설정해 놓는다. 950장의 사진이 95%가 팔리면 나머지 5%의 사진은 “Premium Peter Lik‘ 한정판 라벨이 붙으며 높은 가격으로 수정된다. 그리고 98%가 팔리면 ”Second Level Premium Peter Lik“ 한정판으로 더 높은 가격이 설정된다. 마지막 한 장은 부르는게 값이다.
사진이 팔리는 한, 자기 사진의 가격을 자기가 매긴다고 나무랄 수는 없다. 거래됐다는 것은 구매자들이 그 사진 가격에 동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피터 릭에게 기존 미술시장에서 그의 사진을 팔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피터 릭의 회사가(Peter Lik USA) 밝힌 것처럼 팬텀이 그 회사 판매시스템을 통해서 세계 최고가를 경신했다면, 거꾸로 기존 미술거래시장의 시스템에 대한 효율성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예술가 입장에서는 어쨌든 자기 작품이 비싼 가격에 팔려야 운신의 폭이 넓어질테고, 자기 작품의 가격을 자기 자신에 정한다는 점에서 성공과 실패도 온전히 자기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피터릭USA 사진판매시스템은 훌륭한 예술평론가나 세계 유명 갤러리가 필요 없다.
미술 거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팬텀 사진 자체를 들여다본다. 첫 번째로 눈에 거슬리는 점이 사진 밑에 달린 사진 제목이다. 너무 쉬운 제목 아닌가? 피터 릭은 흑백톤의 앤털로프 협곡 사진에 ‘유령’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협곡 상공에서 쏟아지는 햇살 속에 무정형으로 날리고 있는 먼지가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는 그가 굳이 ‘팬텀’이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더라도 유령이나 천사 혹은 악마가 출현할 듯한 착각이 든다. 사진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여지를 자기 자신이 막아놓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의 사진에는 그런 분위기 외에는 다른 읽을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목만큼이나 사진 내용도 쉽다.
물론 팬텀 사진이 쉽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진 미학의 흐름에서 보자면 그의 사진은 사진 초창기 시절 유행했던 한 장의 픽토리얼 사진일(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의 그림을 흉내 내는 사진들) 뿐이다. 미술평론가 조나단 존스(Jonathan Jones)는 다음과 같이 그의 사진을 혹평한다.
‘진부하고 천박한 흑백사진이다. 예술이 아니다. 그리고 사진이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주는 사진이다.’
팬텀 사진이 진부하고 천박한 이유는 무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사진이 예술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과거에 진행됐다. 초창기 픽토리얼 사진은 그림을 흉내 냈기 때문에 사진 자체의 미학이 없었다. 이에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에 의한 ‘사진분리파’를 시작으로 사진은 그림을 벗어난 사잔 자체의 미학을 발전시켰다. 사진 미학의 흐름을 다 기술하며 피터 릭의 팬텀을 평가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질 것이다. 다만 지난 2011년에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라인Ⅱ를 살펴보면 왜 피터 릭의 사진이 사진 가격만 최고치를 경신했을뿐 예술적인 측면에서 새로움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는지 엿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은 과거의 사진들을 뛰어 넘는 미학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당시의 사진 미학은 ‘유형학’이라는 시각적 틀을 이용해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도 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공간인 아파트, 마트, 사무공간 등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색과 선의 유형(type)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사진들을 보면, 우리가 생활하던 공간이 낯설어진다. 다소 높은 위치에서, 꽤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본 현대인의 생활공간은 수평과 수직, 그리고 반복되는 색깔에 둘러싸인 추상적인 공간처럼 다가온다.
반복되는 일상은 세상을 습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매주 방문하는 마트이지만, 우리는 상품의 브랜드와 세일 가격만 탐색한다. 좀 물러나서, 조금은 다른 위치에서 마트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수직과 수평으로 첩첩산중 둘러싸인 상품의 세계에서 골몰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보인다.
인간이 만들어낸 현대적인 공간을 새롭게 조망하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시선은 자연을 만났을 때 극도의 단순화를 향해 나아간다. 그가 바라본 라인강에는 수평선이라는 선적인 요소와 두 가지 색만 남아 있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가 보고 싶은 라인강의 모습이다. 보고 싶은 모습이라고 실재의 모습은 아니다. 그는 개를 끌고 잔디 위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디지털로 제거했다. 강둑 위의 건물들도 지워버렸다. 하지만, 예술평론가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순수예술은 디지털 처리과정을 디지털 조작이라 폄훼하지 않고 다만 안드레아스 구르스키가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참신함에 집중할 뿐이다.
다시 피터 릭의 사진으로 돌아간다. 피터 릭은 그가 탐험하는 광활한 자연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작가 특유의 시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 구글 이미지에는 비록 컬러이지만, 팬텀과 비슷한 앤터로프 협곡의 사진으로 가득 찼다. 미술평론가 조나단 존스가 ‘천박하다’고 혹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제국주의 시절의 인디아나 존스처럼 오지를 탐험하며 자연의 신비로운 광경을 복사할 뿐이다. 그 광경을 복사하는 것은 그의 카메라이지 그의 색다른 시선이 아니다.
너무 혹평만 늘어놓았을까? 그의 사진이 그리 형편없는 사진은 아니다. 피터 릭이 담아낸 앤털로프 계곡의 모습은 누가 뭐라해도 몽환적이다. 탄탄하게 잘 짜여진 화면 구성도 밀도감이 높다. 다만 70억이 넘는 돈을 지불할 값어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다만 이케아에서 인테리어 용품을 구경하다가 1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팬텀 사진을 발견했다면 그 사진을 구입할 유혹에 넘어갈 것 같다. 어쨌든 협곡이 만들어내는 곡선과 명암은 아름답지 않은가? 아마 피터 릭은 이런 시각적인 유혹을 잘 알고 있는 사업가일수도 있겠다.
피터 릭은 당신을 유혹한다.
당신이 재력가가 아니더라도, 예술사조의 흐름을 모르더라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터 릭의 사진을 살 수 있습니다. 995장 찍어냈으니까요. 다만, 서두르세요. 재고량에 따라 사진 값이 갑자기 올라가니까요.
내용이 좀 길지만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아서 퍼왔습니다
댓글
  • [5dmark3]타조알 2018/02/13 10:51

    회사컴이라서 사진이 암호가 걸려서 안올려져요... 사진과 함께 보실 분들은 링크따라가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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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논총판 2018/02/13 11:05

    본문 읽어보니 왜 테설레이션같은 사진을 찍어대는지 좀 이해가 가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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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dmark3]타조알 2018/02/13 11:12

    제가 테셀레이션 뜻을 잘 몰라 찾아봤는데 쪽맞추기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죠? ㅎㅎ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구르스키 작품중에 99센트를 좋아하는데 테셀리이션이라 하심은 99센트 같은 작품들도 포함이 되는것이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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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거아닙니다~ 2018/02/13 12:01

    다이렉트x의 gpu에 의한 렌더링 기술 중 하나인 테셀레이션을 지칭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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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남아니고막내 2018/02/13 11:20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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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dmark3]타조알 2018/02/13 11:23

    유익한 정보 얻어가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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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남아니고막내 2018/02/13 11:26

    사진 정말 어렵네요. 상업기술인지 예술인지....ㅎ 팬텀 사진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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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미래* 2018/02/13 12:07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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