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5097650

카제나) "이래서 함장과 내가 계속 삐거덕대는구나."


카제나) "이래서 함장과 내가 계속 삐거덕대는구나."_1.png

 

 

"강아지 같은 성격과 고양이 같은 성격. 함장은 어느 쪽을 좋아하지?"

 

레노아의 질문은 단순했다. 어쩌면, 단 둘이 함께 산책을 하는 와중에 건넬 만한 가벼운 토크에 어울리는 질문이었다. 함장은 그 질문에 마찬가지로 가볍게 응수했다.

 

"강아지파."

 

레노아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녀 본인은 자신을 고양이 같은 성격이라 생각했기에, 함장이 자신의 성격과 반대되는 성격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것에 자조섞인 웃음을 내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함장과 내가... 계속 삐거덕대는구나."

 

함장이 무어라 대꾸도 하기 전에,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난...귀찮게 달라붙는 거 질색이야. 관심을 가져달라고 애정을 갈구하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라서."

 

그녀는 '강아지같은 성격'을 그렇게 정의했다. 그런 레노아에게 함장은 담담히 대답한다.

 

"그래? 난 그래서 오히려 더 네가 좋은데."

 

"...? 뭐?"

 

레노아의 눈썹이 치켜 뜨여진다. 그녀는 잠시 동안 함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선에 방향을 두지 못했다. 함장의 말이 이어진다.

 

"언제나 내 곁에 서서 나와 함께 하려고 하는 네가. 한 치 앞도 내다 보이지 않는 심연에 뛰어드는 길이라 할지라도 그 길로 나아가는 나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신뢰하면서 나의 옆에서 내가 보는 곳을 함께 바라봐 주는 네가. 내가 무슨 행동을 하건 그런 나의 행동에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어주며 요원들의 기강을 잡고 그들의 의지를 묶어주는 네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언제나 지켜봐 달라고 하는 네가. 말은 없어도 내게 보내는 신뢰를 인정받고 싶어하고, 그에 걸맞는 신뢰를 돌려받길 원하는 네가. 너무도 든든하고 의지되어서."

 

그 말은, 함장이 말하는 '강아지파'가, 레노아의 설명에 부합하는 '강아지 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곧 레노아 그녀임을 의미했다.

 

강아지란. 그런 존재니까. 자신과 함께 하는 파트너를 언제나 믿고, 파트너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봐 주며, 그의 옆에 서서 그가 무슨 행동을 하건 따라 와주니까. 그리고, 그런 자신의 신뢰를 보답받길 원하고, 그 보답에 자신 역시 더 큰 보답으로 응수하니까.

 

함장의 눈에 레노아란 그런 성격을 지닌 존재로 비춰 보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자신은 강아지 같은 성격의 그녀를 좋아한다고.

 

"...나는... 함장이 날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어느새 레노아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붉어진 얼굴은 함장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가 시큰거림을 느끼며 그에게서 고개를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막 10살을 먹은 함선의 귀염둥이 막내 오웬이라 할 지라도, 자신의 그런 얼굴을 본다면 보나마나 함장님의 말에 부끄러워졌다고 여기며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 분명했다.

 

함장은 레노아에게 억지로 자신을 돌아보라 하지 않는다. 대신 아까부터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조금 더 꼭 쥐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때로는 자신이 평하는 자신과 남이 보는 자신은 괴리되기 마련이야. 레노아, 너는 너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내게 보여주는 너의 모습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좋아."

 

어느새 다시 함장을 바라보는 레노아는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도 못한 채 입술을 조금 삐죽이고 있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함장은 익살스러이 웃는다. 바이저가 내려오지 않은 함장의 맨얼굴과 그 미소는, 햇살처럼 눈부시다. 

 

"그나저나, 레노아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못 들은 것 같은데?"

 

그 미소에 괜히 자신도 따라 웃을 것 같기에 레노아는 황급히 다시 고개를 돌리고 퉁명스러이 대답한다.

 

"...됐어. 듣지 마. 앞으로 평생 말 안해줄 거니까."

 

"평생은 심하잖아~"

 

"언젠가는 말해 줄 수도 있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의 산책은 계속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간도 계속된다.

 

함장은 이미 레노아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구태여 말하지 않으며 그녀와의 따사로운 백일몽을 누린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그저 마음 아래에 지그시 누르며 숨긴다. 숨겨도 숨겨지지 않을 이유를. 

 

도도하고 고고히, 자신의 목적을 향해, 자신이 바라는 바를 향해 망설임과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함장의 모습이, 고양이와 닮았다는 자신의 생각을. 그녀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

 

구설정 적용해서 게임 대사와 상황을 수정한 자작 카제나 문학.




댓글
  • 익명-DYyMjE1 2025/11/04 21:57

    난 파충류파야
    이래서 함장과 내가 자꾸 삐그덕... 무엇...?
    특히 게코 도마뱀이

  • 익명-DYyMjE1 2025/11/04 21:57

    난 파충류파야
    이래서 함장과 내가 자꾸 삐그덕... 무엇...?
    특히 게코 도마뱀이

    (9wIao2)

  • 익명-TAxMDkz 2025/11/04 22:00

    난 티라노파야
    이래서 함장과 내가 자꾸 삐그덕... 뭐?
    그날 함장은 살해당햌ㅅ다

    (9wIao2)

  • LM870 2025/11/04 22:04

    저런 하필이면 레노아가 스피노파여서 벌어진 참사였군요

    (9wIao2)

  • 유칼립투스들리툴 2025/11/04 22:04

    난 에네르기파야
    함장을 좋아하는 마음이 일직선으로 쭉

    (9wIao2)

  • 유게다움 2025/11/04 22:05

    게코 도마뱀 귀엽지

    (9wIao2)

  • hy・droly・sis 2025/11/04 22:05

    난 거미파야
    먹이 주다보면 생각보다 귀여워

    (9wIao2)

(9wIa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