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숲을 걷던 동료들은 이미 나무와 꽃의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다.
숲을 빠져나가고 싶지만 한 방향으로 걸어도 지나온 자리에 도착하며 살려달라 애원해도 듣는 이가 없다.
아니,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이따금씩 목소리가 들려온다.
“생자는 필멸하며 일생은 즉 만생이라.”
우리는 그 의미에 관심을 갖기보단 당장에 빠져나갈 방법을 갈구하다 못해 욕을 내뱉었다.
숲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걷고, 또 걷는 수밖에 없었다.
걷다가 지친 동료 하나가 헬멧을 내던지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 이래서 우주 해적 따위는 하기 싫었는데!”
그 녀석이 로저 스카 님 앞에서 허리를 110도로 굽혀 인사하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밤 녀석은 자랑스러운 다크 스타의 일원이 되었다며 펄쩍펄쩍 뛰어다녔고 나는 옆에서 우주 해적이 뭐가 그렇게 좋냐며 시시덕거렸다.
그때의 자신에게 되묻고 싶다.
우주 해적이 뭐가 좋아서 이런 곳까지 따라왔냐고.
수백 개의 섬광탄을 동시에 터뜨린 듯 한밤중에도 번쩍거리는 나뭇잎으로 울창한 숲은 바람이 불 때마다 스산한 소리로 울었다.
“피어올라라, 불태워라, 스러져라.”
그 순간, 동료의 뒤로 사슴 뿔을 닮은 무언가가 지나갔다.
그것이 동물인지, 괴물인지, 혹은 정령이라 불리우는 무언가인지 분간할 방법은 없었다.
애초에 시선으로 좇을 수조차 없었다.
내 시선은 사슴 뿔을 분명하게 바라본 동료 위에서 멈췄다.
동료가 새된 비명을 내지르는 동안 살갗 위로는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하고 근육에선 굵고 거친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왔다.
“살려—”
까지 외치다 숨이 끊긴 녀석은 한 그루의 나무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안타깝게도, 다음 나무가 자라나기까진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 동료, 그 다음, 네 그루, 다섯 그루…
진동하는 꽃향기와 쏟아지는 단말마에 묻히지 않기 위해 무작정 내달렸다.
죽음을 목격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사람이 나무로 변하는 광경만큼은 우주 해적 인생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나무로 변하는 죽음을 인간이 어찌 대처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이 기록이 인생 마지막 일지가 되리라 예감하며 쓰는 중이다.
죽음이란 이토록 초라하고도 보잘것없다.
...아니. 어쩌면 죽음이 아닐지 모른다.
끝이 없는 숲을 한 바퀴 돌아 나무가 된 동료들을 다시 마주했을 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아직 살아있다.
비록 움직일 수도 없고 말 한 마디 내뱉지 못하나 꽃은 만개하였고 나뭇가지들은 바람결에 사각사각 나긋한 목소리를 낸다.
죽음이라 생각했던 현상이 곧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면, 그리하여 무한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내가 마주할 미래는…
아주 멀리, 나무와 나무 사이로 푸른 빛의 사슴 뿔이 쏘다닌다.
저 뿔은 곧 내게로 다가올 것이다.
저 뿔과 분명하게 마주하는 순간, 나 역시 한 그루의 나무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새 삶을 살려—
PV에 나온 나무침식 코즈믹호러
시발 진짜 존나 화나네
그러니까 이런글에 "지루하고 현학적"이라 박아버렸다 그거지
그러니까 이런글에 "지루하고 현학적"이라 박아버렸다 그거지
어릴때 다프네 보고 꼴린게 기억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