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프랑켄 원작 소설과 25년판 영화의 스포일러 등등이 있으니 주의)

아하
이 못박힌 으어어어 괴물이

사실 원작 소설에서 외형 빼면 지능 육체 모두 개쩌는 넥스트 레벨 신인류였다는 얘기구나!

확실히 원작에서 겁나 만연체로 철학적 연설 늘어놓던 캐릭이 으어어 괴물이다 이거로 떡락이면 피해자긴 하죠 ㅇㅇ
...
도 맞말이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좀 다른 분 얘기다.

바로 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시체들 끼워맞춰 크리처를 만든 장본인 얘기임.



영화 프랑켄슈타인 이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천둥번개 치는 음산한 밤에 으하하하 내가 바로 신이 되었다으하하 하는 미치광이 과학자로 각인되었고
이번 25년판 델토로 감독작 프랑켄에서도 광기에 찬 인간,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로 재해석되었지만...

사실 원작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흔히 알려진 이미지보다는 훨씬 정상적인 인간이다.

님 혹시 술드셨어요? 시체 끼워맞춰서 부활시키는 인간이 뭐 정상????
...
이라고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생각보다' 란 의미.

애초에 원작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박사도 뭣도 아닌 그냥 재능이 개쩌는 대학생이었고,
그놈의 과학적 열병만 빼면 교우관계나 대외적 이미지는 그냥 평범하게 잘난 사람이었다.

자신의 창조물을 보고 가장 먼저 한 것도 으하하하 움직인다움직여!!! 이런게 아니라
그냥 너무 무섭고 쫄리고 멘붕해서 도망쳐서 숨어있기...였음.
적어도 미디어에서 자주 나오는 폭탄머리 과학자가 광소하는 모습은 아니다.
직후 갓 태어난 크리처가 연구실을 뛰쳐나가자, 열병과 악몽에 시달리며 끙끙 앓는건 덤.

거기에 세상의 잔혹함을 알고 창조주를 증오하게 된 크리처가 가족들을 찾아가
아무 죄 없는 동생 윌리엄(원작에선 그냥 어린 소년)을 목졸라 죽인 후, 역시나 무고한 하녀에게 그 죄를 집어씌우는 참사가 일어나고
진범을 알고 있는 빅터는 또 멘탈이 나가게 된다.
자신이 진실을 말해봤자 물증이 없으니 아무도 믿지 않을테고,
거기에 크리처 완성 직후 빅터가 열병에 시달린 일이 있으니 '저 애가 동생이 죽어서 불쌍하게도 ㅉㅉ' 소리를 들을게 뻔했음.
사실 여기까지 읽으면 알겠지만, 원작의 빅터는 (그놈의 과학적 광기를 빼면) 멘탈과 정신 측면에선 정말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

그리고 절망한 빅터에게 크리처가 접근, 자신의 짝을 만들어주면 조용히 떠나겠고 더 이상 보복을 하지 않겠다 요청하게 됨
이때 또 원작과 25년판의 묘사가 다른데,

토토로 감독의 빅터는 창조물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를 가득 담아,
면전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감정적으로 거절한데 비해

원작의 빅터는 크리처에 대한 증오와 동정, 고뇌, 두려움이 뒤섞여 저 요구를 수락한다.
하지만 크리처의 신부가 완성되기 직전,
신부가 크리처보다 더한 악마일수도 있고, 설령 그렇지 않아도 둘의 자식이 번영한다면 인류가 멸절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신부의 신체를 파괴하고 폐기하게 됨.

물론 프랑켄슈타인의 큰 주제가 '크리처를 보는 인간의 본능적인 혐오감'이란걸 생각하면
원작 빅터가 그냥 크리처가 ㅈ같은거에 인류 어쩌고를 핑계를 댄거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지만,
적어도 당시 심리 묘사대로라면 빅터는 진지하게 신부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두려워했음.
뭐 이런저런거 다 떠나 자기 동생을 죽인 크리처가 하나 더 늘어나는걸 '앞으로 착하게 살겡' 약속 하나로 믿기도 어렵고.

결국 저 파탄 후, 크리처는 복수를 위해 빅터의 절친 클레르발과 약혼녀 엘리자베스(윌리엄 약혼녀 아님)를 죽여버린다.
25년에선 과실치사나 사고 등등으로 윌리엄하고 엘리자베스가 죽었지? 엘리자베스는 빅터가 어쩌다 죽인걸로 나오고.
원작에선 그없임. 그냥 크리처가 자기 손으로 작정하고 빅터 가족친구들 살해한거.
여담으로 빅터의 아버지는 저 진상을 알고 홧병으로 쓰러져 사망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보나마나 크리처가 찾아와서 직접 죽였겠지.

결국 모든걸 다 잃은 빅터는 크리처를 쫓아 북극을 향하나, 결국 과로와 고통이 누적되어 사망.
이후 크리처가 빅터의 시신을 가지고 통곡하며 북극의 어둠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프랑켄슈타인 원작은 끝난다.


결국 원작의 빅터를 평하자면
선량하지만 가끔은 찌질하고, 고뇌와 공포에 떨지만 용기를 낼 수도 있고, 자신의 악행을 후회하고 큰 선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과학적 광기를 빼면 그저 평범하게 좋은 사람에 더 가깝다.
영웅이나 악마가 아닌 '그냥 괜찮은 양반'에게 엄청난 지식과 창조의 힘이 주어졌을때 벌어진 일이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사건인 것.

하지만 시간이 흘러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은 이름없는 크리처를 상징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프랑켄슈타인이라 부르며
위에서 썰을 푼 '인생에 한번 눈 돌아간거 빼면 괜찮은 새끼' 빅터는 미치광이 과학자의 상징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참 씁쓸한 양반이라 할 수 있겠다.

...

야 근데 솔직히 시체 끼워맞춰서 좀비 만든건 중2병 감안해도 좀 막나가긴 했어
영화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렇고 원본이 좋으니 잘 각색되서 나오는구나
영화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렇고 원본이 좋으니 잘 각색되서 나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