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애니의 벨은
책과 글을 좋아하는 똑똑한 아가씨였음

그리고 아버지인 "모리스"가 발명가였는데

헤르미온느가 벨을 맡은 2017년 실사판에서 모리스는 공예가로 각색되고
벨한테 발명가 캐릭터가 부여됨

벨을 발명가로 바꾼 각색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봄
캐릭터성을 좀 더 풍부히 할 수 있었을 것 같거든
근데 그래서 아쉬움
왜냐하면 저 발명가 설정이 영화에서 아무런 역할을 안 하기 때문...
영화에서 벨의 '발명가' 설정이 부각되는 씬은 초반부에 세탁기를 만드는 장면 딱 하나 뿐임.
근데 이게 영화에서 뭔가 의미있는 장치 역할을 안 함.

벨이 만든 세탁기는 마을 주민들이 부숴버림
이 장면의 역할은
1. 벨이 똑똑하단 걸 보여줌
2. 벨이 마을에서 겉도는 걸 보여줌
3. 개스톤이 벨에게 접근해서 추근덕댐
이 세가지인데

이거 이미 영화 첫번째 넘버인 Belle 에서 보여준 것들임
즉, 딱히 필요가 없는 씬인데

정작 저 세탁기 씬 이후 벨의 발명가 설정은 귀신같이 사라짐

이후로 실사판의 벨은 원작 애니처럼 "책을 좋아하는 똑똑한 아가씨"로만 나옴.

그래서 굉장히 아쉬웠음
영화 개봉 전에 벨이 발명가로 바뀌었다고, 뭔가 있어보이는 각색인 듯 광고를 때렸었거든
근데 정작 영화에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세세하게 따지면 러닝타임 늘이는 불필요한 씬으로만 쓰임

더더욱 아쉬웠던 건, 영화에서 소소하게나마 저 '발명가' 설정을 살릴만한 파트가 군데군데 보였단 말임
예를 들면 원작 애니의 벨은《로미오와 줄리엣》같은 문학 소설을 좋아했는데
실사판 벨은 발명가니까 수학이나 과학같은, 뭔가 이과적인 책을 좋아하는 식으로 바꿀 수 있었겠지

근데 실사판에서도 걍 문과 책만 찾음
두번째로, 원작 애니에서 모리스는 가구로 변한 야수의 가신들을 만나고,
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흥미로워하는 씬이 있음


실사판에선 벨이 발명가니까
원작의 저 개그씬을 벨이 했어도 어울리고 웃겼을테지만
(.....)

마지막으로 진짜,
아빠랑 같이 정신병원 마차에 가둬졌을 때
도르래의 원리를 쓰든 뭔가 벨이 과학적 지식을 써서 탈출하도록 각색했어도 되었을텐데

모리스가 다 함...
충분히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애니 원작과 차별화되는 동시에 벨에게 새로운 캐릭터성을 부여해줬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저 '설정 뿐인 설정'로만 만들어져서 매우매우 아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