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이 명언인데는 이유가 있다.
상황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대와 문화와 무관하게 두루 통용되기 때문이다.
어찌나 대단한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세계에서 눈을 뜬 지금의 내 상황에도 들어맞았다.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누가 말했는지는 모름.
"시발."
나는 아무래도 카제나의 함장으로 전생하게 된듯 하다.
상황을 분간하기도 전에 머릿속에 스며든 지식들에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부정하고 싶어도 옷걸이에 걸려있는 정복은 내 사이즈에 딱 맞았고, 그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함장을 증명하는 신분증에도 내 얼굴이 찍혀있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카제나를 한 번 설치해보지도 않고 폄하하고, 낄낄거리며 조롱해서?
그럼 쓰레기라는 게 훤히 보이는 걸 구태여 주물럭거려보며 품평해봐야 했다는 건가?
내가 비록 미식가나 와인 소믈리에 같은게 아닐지라도 개밥을 먹으라고 주면 주방장의 아구창을 후려갈기는게 당연했다.
그런 당연한 짓을 했는데 나에게 이딴 벌을 내린다고?
"죽어도 안하지."
나는 곧바로 머릿속으로 빠르게 퇴직 절차에 대한 계획을 그려냈다.
이딴 곳에 지내느니 바로 퇴직하고 자유를 찾아 떠날테다.
그리 생각하며 나는 정복을 차려입고서 침실에서 나와 집무실로 곧장 향했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을 옮기고 그 목소리들의 주인이 뭐하고 있는지 보였다.
이름도 제대로 기억 안 나는 여자들이 오웬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밝게 웃으며 친근감 어린 눈길로 오웬을 바라보는 여자들은 내 기척을 느끼고 내쪽으로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곧장 표정이 팍 식는게 보였다.
'어휴, ㅁㅊㄴ들.'
저딴 게 상급자 보는 눈이냐. 아무리 그래도 설정상 내가 함장인데, 보는 꼴이 쓰레기 보는 눈깔이었다.
어차피 나도 함장 노릇 할 생각 없이 바로 그만두고 떠날 생각이었기에 나는 무시하고서 지나치려 했다.
"아, 함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어 그래."
그런데 오웬이 나에게 말을 걸어 대꾸할 수 밖에 없었다.
저 무리 중 유일하게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긴 한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NTR 동인지에서 금태양이 양 옆에 여자를 끼고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저 년들이랑 난 아무런 관련도 없다만, 사람 마음이란 게 생각만큼 되는게 아니라서 건성거리며 지나쳤다.
그런 내 뒤로 여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사에 답해주는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느니, 오웬은 역시 친절하다느니,
에휴.
이딴 곳 빨리 나가야지.
그리 생각하며 나는 보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무실로 들어섰다.
책상 앞에 다가간 나는 의자에 앉지도 않고서 퇴직서를 작성했다.
함장이니 퍼스트니 하는 거 때문에 그 절차가 복잡해서 머리 씨름을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퇴직서의 마지막 단락을 채울 수 있었다.
"후우, 이제 이거만 보내면 끝이다 이것들아."
"뭐가 끝인데요?"
"악!! 씨 깜짝아!!"
모니터에 띄어져있던 내 퇴직서를 바라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는데 돌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
거기에 오웬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새끼가 왜 여기 있어?
"어… 죄송해요 함장님, 그렇게까지 놀라실 줄은 몰랐네요…"
"그렇게까지? 야, 말도 없이 대뜸 들어와서 뒤에서 속삭이는데 안 놀랄 사람이 어디있어?!"
"노크… 했는데요? 몇 번을 해보고 불러도 봤는데도 아무런 답이 없으셔서…"
그랬나?
아무래도 내가 퇴직서를 작성하는데 너무 정신이 팔려있었나보다.
"크흠, 아무튼 말야. 너 왜 여기 왔어. 무슨 일 때문이야?"
이모저모 살펴보면 귀여운 면모가 보이는 아이긴 한데, 그게 오웬이라니 절로 눈살이 찌뿌려졌다.
아무 말도 안 들었는데 벌써부터 저 녀석이 날 조롱할 목적으로 찾아온 거만 같았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물어보니 녀석은 우물쭈물 거리더니 등 뒤에 숨기고 있던 걸 내게 내밀었다.
총인가?
"함장님 많이 피곤하신거 같아서, 이거 드시고 하세요."
음료수네.
독이 들었나?
"피로회복제에요. 요새 직장인들 사이에서 효과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덕분에 비싼 돈 들여서 겨우 구했어요."
독이 들었군.
이 녀석이 날 위해 비싼 돈을 들였을리 없지.
"어 그래, 잘 먹을게."
'이따가 화장실에 버려야겠다.'
나는 대충 대답하고서 녀석에게서 음료수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녀석은 아직도 뭐 할 말이 남았는지 우물쭈물거리며 내 앞에 서있었다.
"저기 함장님."
"왜."
"늘 고생이 많으세요."
"알아."
그래서 고생 하기 싫으니 퇴직서 쓴 거고.
아까 전에 퇴직서 작성할 때 한 번 통장 훑어봤는데 돈이 쏠쏠하게 있는 게 욜로 인생이나 살 생각이다.
오웬 너는 여기서 너 좋아하는 여자들이랑 둥가둥가하며 잘 지내라. 난 손가락 잘 달려있고 표독하지도 않은 여자들 만날테니까.
그렇게 나는 오웬의 말을 건성으로 들었다.
이후 몇 마디 더 나눴는지 기억도 제대로 안 났다. 그냥 조건반사식으로 답해줬는데 그냥 별 얘기 아니겠지.
아무튼 그리 며칠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니 비로소 내가 떠날 수 있는 수송선이 도착했다.
"캬~ 이게 인생이고 이게 ㅅㅅ지."
내가 떠나가는 걸 배웅하러 나온 녀석 하나 없다는 사실도 아무렇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 그 년들이 뭐하며 살지 관심도 없는데 여기에 나와봤자 껄끄럽기만 하지.
"좌석도 푹신푹신하고, 좋구만."
"그러면 함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수송선에 올라탄 나는 히죽거리면서 좌석을 살피고 있자니 조종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에이 함장은 무슨, 이제 관뒀으니 편하게 불러주시죠. 그냥 근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당히 좋은 곳에―"
말을 하다가 나는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카제나에서 로지랑 레테가 그래도 나에게 호의적인 애들인데… 얼굴이나 봐야하지 않을까. 된다면 친해져보고.
"그 뭐냐, 중앙청 작전실로 가주시죠. 거기서 볼 사람들이 있어서요."
"아… 볼 사람, 그건 좀 어렵겠네요."
"예?"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갈 예정이라서요."
해괴한 소리를 하는 조종사에 뭐라 말하려던 순간, 등쪽에 무언가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이, 뭐…"
당황해하며 돌아보니 좌석에 주사 바늘 같은게 돋아나있었다.
다시 좌석 등받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그 바늘 끄트머리에 약물 같은게 방울지며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자마자 현기증이 치밀어올랐다.
"끄으윽…!"
나는 다급한 마음에 저릿거리며 마비된 몸을 애써 움직이며 핸드폰을 꺼내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손을 조종사가 잡았다.
"쉬이…"
부드럽게 속삭이는 녀석의 머리카락 색은 은회색이었다.
흐릿한 정신 속에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담고서 나는 기절했다.
눈을 떠보니 나는 어느 방 안에 묶인 채 있었다.
"ㅆㅂ 여긴 어디야…"
몽롱한 정신에 인상을 찌뿌리며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침대와 책상, 의자, TV하고 책장 따위가 있는 평범한 생활공간 같았다.
"야! 아무도 없어! 여기 뭐하는 곳이야?!"
내 손목을 묶은 밧줄을 풀어내려 낑낑거리며 소리쳐보니 곧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녀석은…
"…오웬?"
"아, 일어나셨어요 함장님?"
부드럽게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그녀석은 분명 오웬이었다.
"너… 왜 여기있어. 설마 너가 날 납치한거야?"
"네, 그럼요. 많이 놀라셨죠?"
"말도 없이 대뜸 납치하는 미친 ㄸㄹㅇ 짓을 하는데 안 놀랄 사람이 어디있어?!"
이를 으득 갈며 오웬을 노려본 나는 연이어 소리쳤다.
"대체 왜 이딴 짓거리를 저지른거야, 돈이야? 아니면 날 가지고 놀 속셈인거야?!"
"그게… 사실 저도 이런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혼란스러운 내 심정을 조롱하듯이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녀석은 의자를 가져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톡, 톡 거리며 녀석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원래라면 함장님께서 얼마간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시고, 마음이 어느정도 안정되면 그 때 찾아가려고 했어요."
돌연 책상을 두드리던 녀석의 손가락이 멈추고, 책상을 긁어내었다.
끼긱거리며 불쾌한 소음이 방 안에 작게 울려퍼지고서 녀석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설마, 함장님께서 다른 여자를 보러 갈 줄은 몰라서… 이런 강경책을 쓸 수 밖에 없었어요."
"야, 그게 대체 뭔 개소리야. 내가 다른 여자를 보러 가는게 뭐 어떻다고 그래?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당연히 상관이 있죠…!"
자리에 벌떡 일어난 녀석은 나에게 성큼거리며 다가와 내 뺨을 양손으로 잡고서 시선을 마주시켰다.
"제가 함장님을 이토록 사랑하는데, 당연한거 아닌가요?"
"…뭐?"
해괴한 소리를 하는 녀석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은 거짓을 담고 있지 않았다.
열락과 환희, 질투가 어린 눈이었다.
오싹함에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녀석은 억지로 시선을 마주보게 하며 계속해서 속삭였다.
"길었어요, 정말 길고 힘들었어요. 함장님께 꼬리 치려는 다른 여자들을 막아내느라 마음에도 없는 말을 얼마나 많이 속삭였는지 아세요? 그 결과 본의아니게 함장님께 상처만 주게 된 스스로가 정말 밉고 경멸스러웠어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함장님을 사랑해서 참아왔어요."
"………."
"그래도 이제는 다 괜찮아요! 이곳에선 함장님을 욕할 멍청한 여자들도 없고, 함장님을 괴롭게 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원하시는건 제가 다 해드리고, 가져다드릴게요! 아 물론 여자는 안되요. 함장님의 짝은 오직 저 뿐이니까요. 헤헤."
"…야, 내가 지금 할 말이 참 많은데… 이거 부터 말할게."
"뭔가요 함장님?"
"나 이성애자야 이 미친 씹게이 새끼야."
내가 남정네 구멍에 흥분하는 미친 새끼인줄 아나.
그런데 내 대답을 듣고서도 녀석은 쾌활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 아하하하핫! 함장님… 아아 그러셨군요. 제가 너무 잘 속여서… 그만 함장님도 속여버리고 말았네요."
"뭐?"
그 말과 함께 녀석은 윗옷을 벗었
…
…오
뿌빠
뜌따이 카제나는 안하지만 창작글 하나 찍어와써
칭찬해조
https://cohabe.com/sisa/5063519
카제나) 뿌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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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바게이..가아니네
그래도게이같아!!
이씹
아시바게이..가아니네
그래도게이같아!!
이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