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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서 지뢰를 밟은 이야기


낯선 도시서 지뢰를 밟은 이야기_1.jpg



낯선 도시였다. 


지도 앱이 안내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사람 발길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섰다.

햇빛이 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고, 공기 중에는 먼지가 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가까운 거리서 나를 불러세웠다.


“멈춰요.”

낯선 목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돌아봤다.


“뭐예요?”

“움직이지 마요.”

“왜요?”

“발밑을 봐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발끝 옆 모래가 약간 움푹 꺼져 있었다.


“이게 뭐예요?”

“지뢰 같아요.”

“도심 한가운데서요?”

“며칠 전에 비슷한 사고가 있었어요.”


그는 손끝으로 모래를 가리켰다.

“이런 모양이면 안에 금속이 있어요. 흙 냄새도 조금 달라요.”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여기 오래 살았어요.”


그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침착했다.

겁을 주려는 기색도, 불안한 흔들림도 없었다.

그 침착함이 오히려 낯설었고, 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래도… 설마요.”

“쉿! 말도 너무 많이 하면 위험해요.”


나는 잠깐 웃었다가 그만뒀다.

그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럼 어쩌죠?”

“일단 천천히 가방 내려놓으세요. 한쪽 어깨에만 무게가 쏠려있음 위험해요”


그 말이 이상하게 구체적이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내려놓았다.

죽는 것보단 이런 간단한 요구를 들어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잠깐만 따라주면 되는 일이였다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좋아요. 몸 고정하고, 눈 감고 5초만 호흡해요. 긴장 풀어야 해요.”


“눈 감으라고요?”

“네. 지금 그게 제일 중요해요.”


나는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의 목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잘하고 있어요. 그대로요.”


다섯을 세고 눈을 떴을 때, 그는 없었다.

옆을 보니 가방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두 발은 땅에 그대로 닿아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잠시 후, 머리가 서늘해졌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작은 리스크로 목숨의 위기를 피한 게 아니라,

그저 허무맹랑하고 허접한 거짓말에 속은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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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bBj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