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같은 데 보면
세종대왕의 추악한 진실이라면서
사실은 노비종모법을 시행해서 노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서
조선을 노예제 국가로 만든 사악한 암군이라더라구
엣, 유게이쿤... 어린애들에게 마망이니 어쩌니 하더니
정신이 돌아버린 거야?
애민정신의 화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인 세종대왕님이 뭐 어쨌다고?
나도 믿고 싶지는 않지만,
블로그 보면 막 책이나 실록을 레퍼런스로 들고 오니까...
으아, 또 그 책이야?
조선 까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 분 책만 인용하는지 몰라?
아무튼 유게이쿤에게 간단한 역사지식을 알려주기 위해서
오늘도 노아쨩이 힘을 좀 써볼게!
가끔 인터넷 등지에 보면 세종대왕의 이면이라면서
세종대왕을 깎아내리는 일이 있어!
대표적으로는 사민정책이라거나, 두만압록 국경선이라거나, 뭐 여러 가지가 있는데,
노비종모법 시행이 그 레퍼토리 중에 하나지.
쉽게 말하면 노예의 숫자를 증가시켜서, 나라를 봉건국가화시키고 근대적 가치인 자유를 약화시켰다는 거야!
전 서울대 교수 이모씨가 쓴 책을 근거로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
그치, 세종대왕께서 허조가 건의한 노비종모법을 이용해
태종이 줄이려 했던 노비 수를 크게 증가시켰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사실이야?
결론만 말하면 노비종모법 시행 이후
대충 공노비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맞아!
태종 대에는 10만 명 가량이었던 공노비가, 세종 대에는 20만 명 가량으로 증가했다는 구체적인 통계가 있거든.
헉, 그러면 그들의 주장이 맞다는 소리야?
아니아니,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면 못 써, 유게이쿤.
세상 만사는 흐름과 이유가 중요하거든!
태종 대에는 세수를 증가시키고 유력자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비종부법을 시행해 노비 숫자를 크게 감소시켰어!
고려시대에는 일천즉천이라는 법률이 있었는데, 어머니나 아버지 둘 중 하나만 천민이더라도 그 자식도 천민이 되는 법이었지.
고려시대 세도가들은 이 법률을 최대한 이용해 노비를 늘리기 위해서,
노(남종)는 뼈빠지게 일 시키고
비(여종)는 양인과 결혼해 노비를 늘렸어!
오, 일반적으로 여자 노비가 양인과 결혼했다면,
아빠 신분을 따라가라고 법을 바꾸면 대부분의 노비가 양인이 되어 풀려나겠구나!
바로 그거야!
그래서 수많은 노비가 양인이 되어 풀려났고,
풀려난 노비는 국가에 세금을 내게 되니,
지방유지들의 세력이 약화되는 만큼 국가의 재정이 늘어나고,
일석이조의 정책이었던 거야!
엥, 그러면 세종대왕이 굳이 그렇게 좋은 정책을 굳이 바꾼 이유는 뭐야?
멀쩡히 세금 내던 사람을 노비로 만들어서 세금 안 내게 만들 이유가 없지 않아?
그건 말이야, 자식이 노비의 운명을 갖지 않기를 바란 여종들이
양인에게 돈을 주고 자기 자식의 아빠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자꾸 발생했거든.
어머니는 출산 장면을 누군가는 산파 역할을 하면서 확실히 목격하겠지만,
아버지는 누구일지 알 게 뭐야?
헐... 그러네.
어느날 갑자기 웬 은태양이 와서
당신 노비는 내가 아빠니까 데려가겠다고 우기면 진짜 곤란하겠네.
노비 풀어주기 싫어서 질척대는 적폐로 낙인찍힐까봐 괜히 싸우기도 무서울 테고.
아무래도 그렇지!
덕분에 억울한 양반들이 수령에게 가서 호소하면서,
전국에서 송사가 증가해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었어.
양반은 노비의 아버지가 노비라는 것을 열심히 주장했고,
노비 측은 노비인 아비를 아버지가 아니라고 열심히 부정하는 촌극이 전국에서 벌어졌지.
와... 그건 좀 그렇네.
유교국가인 조선의 법률 때문에
자기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패륜적인 행위가 생긴다니,
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렇지!
강상죄는 역적죄 취급하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었어.
그렇기 때문에 기존보다 노비 숫자가 늘어나게 되는 걸 무릅쓰고서라도
보다 출생 확인이 확실하게 가능한
어머니의 신분을 따르는 것으로 고쳐서
분쟁의 요소를 없앤 거야!
와, 역시 세종대왕님, 역시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럼, 당연하지~!!
오히려 조선시대 노비가 더욱 크게 증가하는 지점은 세조 때인데,
세조는 세종 때 시행된 노비종모법을 금지하고 일천즉천을 다시 법률로 세워 경국대전에 박아넣었어.
엥? 왜 갑자기?
아버지인 세종대왕님이 그렇게 열심히 고찰해서 만드신 법을 굳이?
응... 왜냐하면 이 당시에 정통성이 부족했던 세조 입장에서,
지지기반이었던 훈구파에게
당근을 던져줄 필요가 있었거든.
일천즉천이 시행되면서 훈구파의 재산은 크게 늘어났고,
대신 그들은 세조의 절대왕권을 강화하는
충실한 친위세력이 되어주었어.
하지만 그 대가로 이전까지 태종과 세종이 고민했던 노비 줄이는 방법은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어.
전체 국가적으로는 세수가 감소하고
신분이동이 적체되어 국가의 인재풀이 줄어드며
유사시 군인으로 징발할 사람도 줄어든다는 큰 폐단이 잇따랐지!
아니 그럴수가! 그럼 다음 왕 때라도 얼른 바꿔야 했던 거 아냐?
그 이후로도 조선은 계속 일천즉천이 유지되었던 거야?
으음, 사실 고치기가 좀 어려웠어!
왜냐면 이 법은 조선시대 헌법에 해당하는 경국대전에 박혔고,
경국대전은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가 붙었기 때문이야.
이후 수많은 왕들이 일천즉천이 폐단을 일으키는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비종모법으로 개혁을 단행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어!
결국 이 법은 수백년 뒤 폐단이 너무 커져
사회적으로 물갈이가 필요함을 깨달은 영조 대에 가서야
겨우 노비종모법이 다시 시행되는 것으로 고쳐지게 돼.
크, 그래도 사필귀정이라 다행이네.
역시 노아쨩은 뭐든지 잘 아는구나?
뭐든지 잘 아는 건 아니야!
아는 것만 아는 거지!
노아쟝 진짜 오랜만이네
원종이들 헐레벌떡 들어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