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온 지 3일째.
집도 정리 안 끝났는데 뭔가 허전하더라.
그럴 땐 뭐다?
그렇지, 치킨이다.
새 집 첫 치킨은 조심스럽게 골라야 한다.
그날은 메이커 말고, 이상하게 이름부터 정감 가는
동네 치킨집이 눈에 딱 들어왔다.
리뷰창엔 "이 동네 간판임", "여긴 진심이다" 이런 말만 주르륵.
거기에 주문순으로 1등이더라.
'오케이, 첫 인상 합격. 간장치킨 가자.'
그런데...
30분 뒤, 치킨 박스를 열었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간장빛 반짝이는 닭이 아니라
황금빛 튀김이 반짝반짝.
뭐지, 이 바삭한 배신감은.
화가 치밀어 바로 전화를 했다.
"저기... 간장을 시켰는데요, 후라이드가 왔어요."
그 순간 들려온 수화기 너머의 리얼한 사투리.
"오메 망할, 우짜쓰까잉~~!!"
(진짜 '망할'이라 하셨다)
그다음 말에 나는 그냥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만 그냥 드쇼!"
"아... 근데 사장님, 그게..."
"오늘 겁나게 바빠가꼬 그란디,
다음에 어플 말고 직접 전화함주소.
그럼 두 마리 공짜로다가 줄텡께잉~"
그 순간 머릿속에 딱 들린 한 문장.
'두 마리 공짜.'
귀가 열리고, 가슴이 뛴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외쳤다.
그럼 쌉인정..
"사장님! 잘 먹겠습니다!!"
그날 저녁, 후라이드 맛있게 다 뜯어먹고 나서
왠지 이상했다.
"이 집... 닭은 진짜 잘 튀기네?"
간장은 못 먹었는데 이미 반은 빠져버림ㅋㅋ
그리고 일주일 뒤.
약속을 지킬까 싶어서 진짜로 전화드렸더니
사장님이 숨차게 달려 오셨다.
한손에는 비닐 봉지에 닭 두 마리,
한손에는 코카콜라 1.5L를 들고 오시더니
문 앞에서 번쩍이며 웃으셨다.
"그때 미안혀요잉~ 진짜 그날 난리도 아니었어가지고!"
그리고
"오늘은 제대로 간장 넣었응께!" 하시는데
그 순간, 나는 그냥 그 집 단골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부터 6년.
배달앱에서 치킨 누를 때
내 손가락은 늘 그 가게로 향했다.
메이커 브랜드가 아무리 TV에 광고를 돌려도
내 치킨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물론 가격은 천원씩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그 변하지 않는 바삭함은
내 소소한 행복의 상징이 됐다.
아무튼 그때 깨달았다.
'주문량 1등엔 역시 이유가 있다.'
썩 좋은 대처는 아닌데 두마리 공짜는 제법 인질이 세군 ㅋㅋㅋ
썩 좋은 대처는 아닌데 두마리 공짜는 제법 인질이 세군 ㅋㅋㅋ
거기가 어딘데!!!
왜 너만 먹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