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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고 3년이 지났을 무렵, 날이 저물어 야영을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면서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였을까요.
여행 동료인 큰 시로코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선- 아니 아티 응. 불편한 곳은 없어?"
"같이 다닌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선생이라 부르는거에요-?"
"어쩔 수 없어. 나에겐 그 호칭이 더 먼저였으니까 응."
같이 지낸지 3년이나 흘렀는데도 저를 선생으로 부르려다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보여요.
뭐..그럴 수도 있죠. 이 아이에겐 여러가지 얽힌 일이 많았으니까요.
솔직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같이 있는게 중요하죠.
"읏챠-"
"아티?"
"큰 시로코의 어깨 기분좋아요."
저는 그런 큰 시로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습니다.
밤이라서 감성에 젖어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었어요.
막상 선생을 그만뒀을 땐 뭐를 해야하나 싶었지만, 저에게 취미랄것도 딱히 없어선지
그저 방에 틀어박혀서 당분간 편히 쉴까 생각했던적도 있어요.
"괜찮으면 응. 떠나자"
"에-"
하지만 큰 시로코는 그런 저를 보고 안되겠다 생각했는지
모든걸 버리고,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사실 할 것도 없던 저라 거절할 이유도 없었으니 받아들였습니다.
거기다가 교사시절엔 저를 잘 보살펴주던 아이였으니
이제 제가 그 큰 시로코의 부탁을 들어줄 차례라고도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여행을 시작하고 3년, 생각해보니 큰 시로코에게도 의외인 점이 있었어요.
(빤히)
"...아티?"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아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말이죠?
죽은 남편의 얼굴이 겹쳐보이는 기분이 들어요.
무척 큰 시로코에게 실례인건 알면서도 그렇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셰리도 머리가 하얗고..눈매도 비슷했으니까요.
"....아 먹을게 떨어졌어. 미안 이쪽 체크는 내가 맡기로 했는데"
"괜찮아요-"
"아니..내 잘못이야. 응...."
거기다가 가끔 자신이 실수를 할 땐,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을 보일 땐
저에게 실수한 셰리처럼 보여요.
귀를 축 늘어뜨리고 잘못했다는걸 온몸으로 표현하는게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 같아서요.
그래서 제가 강아지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셰리와 비슷하니까.
"헤에-"
"아티..또 이상한 생각하는거면 먼저 말해주지 않을래. 응"
그러고보니 이렇게 길게 생각하니까. 큰 시로코가 남편같네요.
거기다 서로 성인이고, 거기다가 지낸 시간이나 여행도 신혼 여행이나 다름없구요.
"저 큰 시로코 안아도 돼요?"
"상관없어."
그러니까 이건 신혼 첫날밤이나 다름없어요.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저에게 뭐를 한다거나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그건 남편과 마찬가지네요. 그렇다면 제 행동은 정해져있어요.
"큰 시로코-"
"응. 아티"
"저 지금 두근거릴지 모르겠네요-"
"뭐?"
적어도 제가 큰 시로코의 마음을 부추기는 법밖에는요.
예전에 남편도 이렇게 넘어왔으니 문제는 없을거에요.
적어도 최소한의 눈치가 있다면-
"..어디 아픈거야? 응 약좀 찾아볼게."
"....."
그렇네요. 이 아이는 어프로치보다 제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였죠.
그걸 착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기분이 식었어요.
"왜 그래 아티?"
"...됐어요. 저 사냥 좀 갔다올게요-"
"응? 응? 지금 근처에 야생 동물 없을텐데"
"찾으면 있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전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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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덮치지 그랬니 선생아
선생 자격 없다 우우
아 그래서 관뒀군
선생을 그만둬도 큰 시로코가 덮치지 않는것에 불만이 가득한 선생
우우우 여자 마음도 모르는 나쁜 선생
"저도 여자에요."
"응. 선생님은 여자지만 남편이야"
"너무해요-"
선생 옛날 남편 늑대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