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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야간근무하는 기념으로 결혼정보회사 썰 풀어봄


명절날 야간근무하는 기념으로 결혼정보회사 썰 풀어봄_1.jpg






안녕, 난 올해로 30대 중반을 지나버린 노총각 아저씨야..


10년정도 자취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내집마련에 성공하고 혼자 눅눅한 싱글라이프를 보내고있지ㅎㅎ


30대 초반부터 만나던 여자친구랑 슬슬 결혼을 생각하던 때에 탐탁지 않아하는 아버지의 눈치와

여자친구와의 불화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결혼에 실패하고 혼자가 편해!! 하면서 맘껏 놀다보니 배불뚝이 노총각이 되어버렸단다



여튼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작년에 처음 내집을 가지고 나니 그 행복이 이루 말할 데 없이 좋더라.

더이상 뭘 하고싶을때 집 주인 눈치 안봐도 되고, 올해도 말 없이 자동갱신 되겠지? 하는 불안감 없고

무엇보다 그냥 좋았어. 부평초마냥 흔들리던 마음이 착 안정되는 느낌!

(물론 대출이자 나가는건 불편해..)


게다가 7평짜리 원룸에서 23평짜리로 옮기고 나니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함이 느껴지더라. 안좋게 헤어진 전여친이 생각날 정도로ㅎㅎ

주변에선 슬슬 갈 놈들은 다 갔고 이제 후배들이 하나씩 결혼소식 들려주니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더라


그래서 여기저기 소개해달라고 비벼봤지만 그마저도 쉽지않은지라 올 초에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렸지


회사 이름은 누구나 알만한 회산데 굳이 이름은 안알려줄래.


여튼 거기 상담하러 가니 처음부터 듣기좋은말만 해 주더라ㅋㅋㅋ 영업 잘하셔..

훈남이니, 목소리가 좋니, 뭐 그러면서 시스템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1. 매 2주마다 한 번 씩 프로필을 발송해 준다.

(사진, 학력, 가족관계, 자기소개)


2. 내가 마음에 들어요 하면 내 프로필이 상대한테 전달됨


3. 상대방이 승낙하면 날짜랑 시간, 장소를 정해서 통보해 줌



그냥 매니저 붙어있는 소개팅어플같은 느낌이더라.

그래도 이제는 소개받기도 어려운 나이가 되어간다 싶으니 가입했지

(총 여섯번의 소개팅에 300만원 조금 넘는 가입비용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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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야간근무하는 기념으로 결혼정보회사 썰 풀어봄_2.jpg

(내 프로필은 초대졸, 공공기관 재직, 연6000, 자가보유 이렇게 공개했어)



첫번째 여자분은 세 살 어린 소방공무원이셨어

근데 첫 만남에 전날 커피를 많이 마셔서 밤 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다음번에 다시 날을 잡고 보기로 했는데 그 날은 또 전날에 비맞고 놀아서 목이 아파서 말하기 힘들다

하면서 이야기하는 내내 핸드폰만 보길래 알았다 하고 자리를 파했지. 그게 끝이었어.



두번째 상대는 네 살 어린 사단법인에 다니는 분이었는데

저녁에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고고 헤어지고 나서는 자기가 타지역으로 출장가게돼서 연락하기 힘들다.

일주일 뒤에 연락드려도 괜찮겠느냐. 하길래 그러시라고 했지. 그리고 연락 안왔어ㅋㅋㅋㅋ



세번째 상대는 두살 연하이시고 현대차 계열사에 다니시는 분이었어

이 분은 이야기도 너무 잘통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오, 혹시? 싶었는데

내가 삼교대 근무인게 걸려서 만남을 이어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

(공공기관 재직중이지만 24시간 연중무휴인지라 현 직급에서는 삼교대를 피할 수 없음ㅠ)



네번째 만난분은 지역 시설관리공단에 근무하는 분이셨는데

이야기하는 내내 엄청 고압적인 태도로 날 뜯어보듯 하셔서 나도 마음이 영 그렇더라

(그 왜 알지? 직장 상사한테 혼나는 분위기ㅋㅋㅋ)

대화 나누는 내내 다리꼬고 팔짱낀 채로, 내 직업에대해서 평가하고 외모에 대해서 지적하고..

그리고 헤어져서 너무 기분나빠서 에프터신청은 커녕 예의상 연락도 안했거든?

근데 매니저 통해서 연락오더라.. 한 번 더 봤으면 한다고. 그래서 이러저러해서 싫다 했더니 매니저가 알겠다 하고 끝났어



그리고 이 때 쯤, 나도 슬슬 현타를 느끼기도 하고 거울속 내모습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아서

안면 재정비사업에 들어가기 시작했어ㅋㅋㅋ 수염 많이 나지도않으면서 지저분한 자국 없애려고 제모받고

나이들수록 자꾸 생기는 턱드름 없앤다고 달에 한두번씩 피부관리샵에 가서 케어받고

어릴때부터 도톰한 턱선도 나이들수록 놀부살처럼 보이는것 같아서 얼굴 지방흡입도 했어(주사는 덤ㅎㅎ)

미용실도 누나 추천으로 잘한다는 곳으로 옮겼구 말야. 운동도 엄청 열심히해서 살도 많이뺐어

(다 하는데 거의 400~500정도는 쓴 듯)


그리고 약 석 달간의 튜닝끝에 잃어버릴 뻔 한 젊음을 다시 되찾는데 성공했어ㅋㅋㅋㅋㅋ

우리나라 미용관련 기술은 정말 최고야..


여튼 튜닝 끝난 자신감으로 다시 매칭을 진행했지!



다섯번째는 두 살 연하인 임상병리사 일을 하는 분이셨어

프로필 사진도 꽤나 미인이셨고 나도 자신감이 충족된 상황에서 첫번째 만남은 나름 좋은분위기에서 끝마쳤어

근데 외모는... 솔딕피 프사기가 좀 심하시긴 하더라구.. 사진 찍은 이후로 세월을 정통으로 맞으신 그런느낌..

그래도 좋은사람인 것 같아 애프터 신청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두번째 만남을 가졌지.

그리고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거절하게 되더라


뭐랄까, 좀 급해보였어. 

처음 만남에 잘 맞는다고 느꼈던게 이야기를 더 나눌수록 무지성 공감만 해주는 그런느낌을 받게 되니까

일부러 처음 했던 말이랑 반대되게 말을 해봐도 맞죠, 그쵸, 하니까 뭔가 사람이 확 멀게느껴지게 되더라..



그리고 이제 한 번 남은 기회를 추석 지나고 소모하게 되는데 이제는 그닥 기대는 안돼ㅎㅎ

또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서로 간 보다가 끝나게 되겠지?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해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이 어떤가에 대해서 고찰도 하게 되었고

결혼은 목표가 아니라 인생의 한 갈래로 뻗어나가는 분기점일 뿐인 과정이라는 것도 느끼게 됐고

이렇게 발버둥 치는 내가 추하다 생각도 들었고 현타도 많이 왔고..


짝을 찾는 노력은 계속 할테지만 이제는 좀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려구



나를 좀 더 가꾸고, 더 나은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나 역시도 여유를 갖고 살아야지.  몸무게든 나이든 숫자에 집착하면 사람이 추해지는것 같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만약 옆에 짝이 있다면 잘해줘


세상 살아가는 모든 솔로, 커플들과 독신, 유부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댓글
  • 하사웨이노아 2025/10/06 04:24

    사는 게 정말 힘들군
    고생 많다
    그래도 집도 있고 하니까 좋은 짝도 생길 거야

    (38oV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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