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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하세요

 

엄마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지내요. 이제 큰애가 6살이 되었고 둘째도 4살이나 됐어요.

 

요즘은 둘이 얼마나 잘 노는지 재잘재잘 잘 떠들고 그래요.

 

근처에 사시는 아버지도 잘 계시고요.

 

며느리도 아이들 잘 보살피고 집안 일 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 한파라 서울이 많이 춥네요.

 

거기는 안추우세요?

 

이제 설날이 얼마 안남았네요. 찾아뵈야 하는데...

 

솔직히 엄두가 나질 않아요. 강원도...눈오면 아들 고립되요.

 

엄마 살아 생전의 유언이 외할머니 근처에 뭍히고 싶다만 아니였어도...너무 멀다 엄마

 

저번 주 까지는 많이 바빴어요. 일이... 좀 되는가 싶더니 이번 주는 또 공치네요.

 

잘되게 해주세요^^

 

엄마는 어쩜 우리 4남매를 홀연단신 서울로 무작정 데리고와서 어쩜 그렇게  키우셨나...

 

난 지금 둘도 벅찬데... 대단하십니다~

 

아들이 또 존댓말 쓴다고 간지럽다고 하시겠지?

 

엄마 참 보고싶다. 곁을 떠나신지 벌써 6년이 되어가는데...

 

큰 애 태어나기 한 달 조금 안될 무렵에 가셨잖아...아니 가실꺼면 손주라도 안아보고 가시지...

 

뭐 그리 급하다고 가셨어...난 그게 참 이해가 안돼.

 

내가 아직도 한이 되는게요

 

그 날 말이야...엄마 임종을 못 지켜드렸잖아... 만삭인 아내는 친구네 집에 가서 저녁먹고 있었고

 

나는 일하고 와계실 아버지 저녁만 챙겨드리고 엄마한테 갈려고 한거야.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엄마 계시던 요양원였는데...들리고 갈까말까 하다가 안갔잖아

 

그 30분 사이에 엄마가 그렇게 되실 줄 몰랐어...난 아직도 그게 너무 미안하고 한이 돼

 

막내누나랑 도착해서 본 엄마는 눈을 못 감고 계셔서 아들 왔으니 이제 눈 감으라고 감겨드리니깐

 

감으셨지... 미안해요...죄송하고요

 

생전 사랑한다고 내색 한 번 못해본 자식이라...제대로된 용돈 한번 못 드려서...미안해

 

엄마 마지막으로 화장하러 들어가기 전에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곳 직원이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한 말씀 하랬을 때 나 일부러 속으로 했어

 

나중에 우리한테 둘째가 생긴다면 내 자식으로 태어나라고...

 

기왕이면 딸로 태어나달라고...그러면 못 입혀드린거 못 먹여드린거 다 사준다고...

 

근데 들으셨나?

 

둘째가 딸이더라고 ㅋ 신생아 때와 100일 무렵...그리고 지금 간간히 자고 있는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잘 보여. 다른 가족들은 모르겠데...근데 난 보이더라고요

 

애교도 많고... 엄마는 없던 애교인데...

 

이번에 어떤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그러더라고요.

 

저승에서 딱 한번 이승에 있는 가족들 꿈에 나올 수 있다고...

 

근데 엄마는 안나왔어... 생전에 그렇게 착하게 사셨는데...거짓말인가봐 ㅋ

 

보고싶어

 

애들이 와이프한테 엄마엄마 할 때...

 

와이프가 장모님한테 엄마 어쩌고저쩌고 얘기할 때...

 

나도 불러보고 싶은데 ... 내심 부럽더라고 ㅋㅋㅋ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다음 달 설날에 음식 많이 차려 놓을께 맘껏 드시고 가세요.

 

엄마가 참 보고싶은 날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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