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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망각한다.
선생은 자신들과 같은 또래이면서도 깨지기 쉬운 존재라는걸
학생들은 총을 맞아도 죽진 않지만, 선생은 죽는다.
"여~ 선생. 오늘도 흐리멍텅하네"
"네루다- 반가워요-"
그걸 알기에 학생들은 선생에게는 총구를 들이미는 것 조차 위험하기에
필수품처럼 들고 다니는 총기도 그녀 앞에선 집어넣곤 한다.
그런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하기에
"그럼 오늘도 한판 할래?"
"괜찮겠어요-?"
"어이 그건 내가 해야할 말이거든"
하지만 그럼에도 선생이 그럼에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걸
미카모 네루는 첫만남부터 알고 있었다.
항상 차고 다니는 단검이나 도구들이 담긴 가방같은 장비들,
거기다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교전 능력을 보더라도 타 학생과 다르지 않다는걸 말이다.
"이해가 안되네 거리를 벌리면 달려들고
그렇다고 근접전을 시도하면 말려든 거 같고 아아아아!!
"그야- 그러지 않으면 저는 승산이 없는걸요-"
"더 짜증나는건 선생 그 표정이거든?!
이기나 지나 표정 변화가 없어서 뭔 말을 못하겠어!! 좀 웃어보라고!"
"웃는다라..잠깐만요."
그렇기에 학생들은 그런 선생을 자신들과 같은 어른으로 생각해버리고 만다.
뭐 그래서인지 학생들과 친해지기엔 쉬웠지만,
그녀의 맹해보이고, 4차원적인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마저도 없으면 어울리기도 힘드니까
"뭐해 웃으라니까 손가락으로 입꼬리는 왜 올려?"
"저 이렇게 안하고 웃으면 볼에 경련이 생겨요."
"푸핫!? 얼마나 안웃었길래 그런건데!? 뭔가 보면 볼 수록 재밌네 선생은"
하지만 부작용은 있었다.
아무리 능력이 학생들과 비교해서 다를게 없다 하더라도, 그녀의 나이는 어리다.
그 말은 성장이 다 끝나지 않은 그녀의 판단력과 심성은 학생들과 다를게 없다는 거다.
만약 그런 상태에서 어른 취급을 받는 선생이 되었다면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지 아닌지에 구분할 능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선생의 위치 신호가 끊긴지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을 무렵
부상을 당한 네루는 학원으로 옮겨져선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네루는 자신보다도 혼자 위험한 장소에 있는 선생이 더 시급하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고
"야!!! 지금 당장 선생 한테 가라고!! 그 ㅁㅊㄴ 혼자 거기에 있는데 내가 문제냐고!?"
"부장..선생님보고 ㅁㅊㄴ은 좀.."
"총맞으면 죽는걸 알면서도 혼자 거기 있으면 ㅁㅊㄴ이지 그럼 뭔데?!"
병실 침대 위에서 난리를 피우는 네루를 다른 부원들이 간신히 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선생이 걱정되는 않았던건 아니었고
"그래서 따로 지원인력을 보내놓았으니 걱정마세요 부장.
카린 당신도 빨리 부장 말리세요 어서!!"
"맞아. 지금 현장에 아스나 선배와 토키가 가있으니까 걱정하지-"
(위이이잉!!!)
"응?"
그러던와중 카린의 휴대폰이 진동음과 함께 울리기 시작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올만한 전화는 선생이 위치한 현장에 가 있는 인원들이다.
[지금 부장 깨어있습니까]
"응 지금 깨어있는데 선생님은?"
[일단...사진 보내놓을테니 보고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문제가 생긴 모양인지 토키는 선생의 상태에 대한 보고가 아닌
먼저 현장 상황을 사진으로 전송하기 시작하는데
그 사진 안엔 신호가 끊긴 오토마타들이 사지분해가 된 상태로 복도에 뒹굴고 있었고,
어떤 오토마타는 쇠파이프가 상반신이 관통해 그대로 벽에 꽂혀있기도 했다.
거기다가 가관인건 고장난 파워로더 팔에 꽃혀있는 드론들을 볼 땐
무슨 장식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보였는데
처음엔 카린은 아스나와 토키가 그렇게 한 줄 알았다.
"...장난이 지나쳐."
[저희가 그런게 아닙니다.]
"뭐?"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 이미 그들이 도착했을 때부터 그런 상황이라고
토키가 대답했을 땐 카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둘이 도착하기 전까진 그 현장엔 아군이라고는 선생 한명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한가지다.
"..선생님이 한거라고?"
[그렇게 유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아스나 선배-]
"카린 전화 바꿔봐"
그러던와중 네루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카린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뺏었고
"야 토키"
[네 네루 선배]
"사진 찍을 때 근처에 뭐 핏자국같은거 없었냐?"
[핏자국이라. 그런건 없었습니다. 연구실에서 흘러나온 기름같은건 있었지만요.]
"..하아"
현장 상황에 대해 물어보며, 다행히 바닥에 흐른 피가 없는걸로 봐선
딱히 선생이 무슨 일을 당한건 아니었던건지 네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갈테니까 선생 보이면 바로 붙잡아."
[...? 선배는 지금 망신창이입니다. 뭘 오는 겁니까 방해되게]
"하!? 지금 너도 그 자리 그대로 있어 죽탱이 갈겨줄테니까!?"
그렇게 토키와의 전화를 끊고나선 서둘러 네루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데
당연히 아카네와 카린은 그런 네루를 가만히 둘리는 없었다.
"안됩니다 부장. 아무리 걱정이 되어도-"
"나보다 약해빠진 여자가 내 뒷처리를 한다는게 싫거든? 그리고 말이야"
하지만 네루의 의지는 굳건했다.
옷걸이에 걸려있던 스카잔을 몸에 걸치곤 다른 의견을 받지 않겠다는 듯
"우리 브레인이 저렇게 날뛰는데 내가 가만히 있는게 말도 안되잖아?"
그대로 병실에서 뛰쳐나가버렸는데 그 모습을 보며 카린은 생각했다.
'부장..선생님이 걱정되기보단 선생님이 자기 뒷처리 하고 있는거에 자존심 긁힌거지?'
틀린 말은 아니긴한데 걱정하는 것보단 묘하게 그 생각이 일리가 있어보였다.
그런 한편, 선생은 지금 현장에 있던 빌딩옥상에서 이 사건의 원흉인 보스를
다리를 절단 낸채로 바닥에 질질끌며 난간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현장 사진을 보면 핏자국은 없었지만,
그녀의 옷이 찢어지고, 상처가 보이는걸로 보아
아무래도 혼자 다수를 상대하다 다친 모양이다.
"고르세요. 뛰어내리실래요. 아니면 제가 도와드려요-?"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뿐인건지,
끌고 온 보스에게 태연하게 시선을 돌려 제안을 했다.
하지만 보스의 대답은 그 질문에 내용이 아닌 다른 말이었고
"네 년은..괴물이야.. 선생은 분명 약하다고 했을텐데 카이저 이새끼들이-"
"아- 제가 말하고 있어요-?"
자기 말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그녀는 짜증이 난건지
한 손으로 보스의 머리를 잡고선 자신의 시선에 고정시켰다.
".....크윽.."
그녀의 생기가 없는 검은 눈동자엔 자신에게 뭔 짓을 할지 예측도 할 수 없었고,
만약 선생의 제안에 대답을 한다 하더라도 죽는 것 외엔 다른 결과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보스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선생은 그런 상황이 질린 나머지 그대로 들어올려
빌딩 밑으로 보스를 떨궈버리려고 하는데
"말안하면 저는 몰라요- 이래야 말할까요."
"아..아아...! 나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 왜!!! 그저 난 살려-"
"살려고 그런거에요?"
"뭐?"
그러다 나온 보스의 말에 심기가 거슬렸는지 선생은 혀를 찼다.
"정작 아저씨는 살려고 그러면서- 다른 분들 인생은 소모품 취급하는걸까요-?"
"그건 네년도 마찬가지잖나!?"
"네- 저도 의뢰를 받으면 죽여요. 근데 저에게 온 의뢰는 한결같거든요-?"
(콰직!!!)
그 순간, 선생은 들고있던 나이프로 보스의 가슴 관통시키듯 찔러버린다.
찌른 부위에 피가 튀듯 스파크가 터져나오고 있었는데
"돈이 될만한거면 사람까지 팔아버리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이 제 주 타겟이거든요-
그런 아저씨들이 돈때문에 서로 죽이려고 앞다퉈서 의뢰하니까요-"
"자, 잠깐만..잠깐!!!! 아아아아악!!"
(툭)
선생은 마지막 말을 한 뒤에 그대로 난간 밑으로 던져버리고는
손을 휘저으며 잘가라는 인사를 건넸다.
"주인님!!!"
"선생님"
그러던와중 토키와 아스나가 뒤늦게 옥상에 도착하게되고,
선생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오셨나요. 일은 끝났어요.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혹시 따로 보고는 부탁 드려도 될까요?"
"알겠습니다."
"응? 주인님 어디가는거야? 아스나도 같이-"
아스나는 그런 선생에게 평소처럼 껴안으려 달려가지만
지금 상태에 그녀는 발걸음을 살짝 돌려 피하게 되는데
"주인님..?"
"미안해요. 두 분. 저 이제 여러분의 선생도 주인님도 아니에요."
그러면서 자신때문에 다치게된 네루와
여태 구해주지 못했던 학생들의 기억이 선생 머리속으로 스쳐지나가면서
"그냥 아티에요. 오늘 이후로 저는 샬레 고문 교사직을 그만둡니다-
이제 여러분과의 인연은 끝이에요."
그녀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난 유리처럼 깨져버려
교사로선 해서는 말을 그 둘에게 건네곤 자리를 황급히 떠나버렸다.
그렇게 선생이 떠나버리고, 네루가 그 뒤를 이어 도착했으나
"주인님이..주인님이 아니야..? 그러면 주인님은 누구..?"
"이제 선생님이 없으면 저는 어디에서..감자칩을.."
"뭐야 이거"
네루가 도착했을 때는 그만두겠다는 말을 들은 직후라 아스나와 토키가
실의에 빠져서 풍선에 바람 빠진 쪼그라든 상태로 있는걸 보게되었다.
물론 실의에 빠져있던건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날 이후, 선생은 린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고,
린은 그런 그녀를 어떻게서든 말려보려했지만
"제가 이 곳에 있으면 린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이미 결심을 한 상태인지, 마음을 돌려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인수인계 절차도 있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일단 선생의 업무는 휴직으로 처리하는걸로 천천히 준비하자는 말은 들어주어
어느정도 선생의 공석이라는 혼란은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선생은 방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티..~ 이 언니가 아티가 좋아하는 고기요리를-"
"안먹어요"
"네..."
얼마나 심하냐면 그녀를 챙겨주는 오퍼레이터의 말 조차도 거절하며
선생의 방문은 열릴 일이 없을 정도로 식음을 전폐하는 정도였다.
거기다가 선생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찾아왔을 때에도 그런 반응이었는데
히나의 경우는 이러했고
"선생님..그 괜찮은거지..? 나와서 이야기-"
"히나. 이제 선생님 아니에요. 하지만 오셨으니 거실에 있는
냉장고에 음료 하나 꺼내 드시고 돌아가주세요."
'....묘하게 냉대하는데 자상해'
미네의 경우엔 이러했다.
"선생-"
"미네 거실에 있는 냉장고 열어서 음료가지고 나가주세요"
"...저는 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문을 열고 이야기를 합시다 어서!!"
"안 열 거에요."
물론 찾아온 학생들을 내쫒기는 좀 그러니 방안에서 나가지 않는 수준으로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의 선생을 계속 두는 것도 어찌보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여 선생!"
결국 네루는 그런 소식들을 주위에서 접하고는 선생의 집에 찾아와 문앞에서 소리질렀다.
"..네루 몸은 괜찮아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짚어 쓴 선생은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 당시 네루가 다쳤던 때를 떠올리며 걱정의 말을 건네었다.
"아? 그딴 상처 침바르면 낫거든 내가 누군데"
"꼬질꼬질 한 상태였으면서-"
"하아?! 그건 방심해서지 지금은 안당하거든?!"
"..그런가요."
선생은 그런 네루의 목소리를 듣곤 안심한 듯 덮고 있던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방안에서 나올 생각은 아닌 듯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얼굴 좀 보자 나와!"
(쾅쾅!!)
네루는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나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선생은 나오지 않았다.
"..저 이제 그만둘거에요. 그러니까 네루도 돌아가요."
"하? 뭔 개소리야. 선생이 선생이 아니면 뭔데"
"아티인데요-"
"뭐라는거야!!"
그런 나오지 않겠다는 선생을 보고선
네루는 짜증이 솟구치는데, 이젠 주먹이 아닌 발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쾅!!!쾅!!!)
"열라고!!! 아니 뭔 문을 강철 판떼기로 만든것도 아닌데 왜 안부숴져?"
"이번에 새로 만들었어요."
"아 그렇구- 굳이 그렇게 설명해줄거면 그냥 나오라고!?"
(투두두두두두두!!)
문을 부술 기세로 두드려봐도 흠짓조차 나지 않자
네루는 결국 자기 총인 트윈드래곤을 들고선 문을 박살내는데
"하 이정도 쯤은 나에게..응?"
그렇게 네루가 부순 문 뒤로 똑같은 문이 하나가 더 나오는걸 보자
'뭐지'하는 눈으로 왜 같은게 또 나오냐는 반응을 하는데
"제 방문은 3단이에요."
"아. 지랄하지마 누가 방문을 이따구로 만드냐고"
친절한건지 놀리려는건지 선생은 방안에서 방문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저요."
"아오 말이라도 해서 봐준다. 기다려 다 조져버릴거니까"
그 덕분인지 네루의 화가 끓어오르기 일보직전이었고
결국 선생 방안으로 들어가는 방문에 1시간을 소비한 네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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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기회에요 업로드하면 바로 묻힌다고
어림도 없다 아암
어딜! 베스트로 올라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