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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성은 언제나와 같이


[말딸,괴문서]일등성은 언제나와 같이_1.png




어드마이어 베가는 스킨쉽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드림 트로피 시기에 연애를 시작하여, 졸업 2년 후 결혼에 다다른 지금도 이는 크게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졸업 이후 손을 댈 수 있게 된 막대한 상금과 광고비는 몇몇 주식에 분산되어 들어갔고, 일부는 트레이너가 그녀의 졸업과 함께 받은 상당한 양의 보너스와 함께 합쳐져서 집을 구하는 데 쓰였다.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니 2년이란 시간이 흘러갔고, 그 끝에 있던 식이 진행된 이후 아야베는 마침내 전업주부가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기야 했지만, 트윙클 시리즈와 드림 트로피라는 두 시리즈를 모두 소화해 냈으니, 당분간은 좀 쉬라는 그녀의 반려가 해준 배려였다.
“음, 딱 좋은 푹신함이야.”
그리고 지금.
일등성은 손수 매트릭스를 청소하며 되찾은 뽀송함과 푹신함의 감촉에 만족하고 있었다.
주부라는 것이 의외로 할 일이 꽤 있다지만, 이렇게 다소 세월을 탄 침구류를 폭신폭신하게 만드는 것은 큰 보람을 느끼게 했다.
-빨래는 끝, 그러면 다음은.
도쿄 우준의 블랭킷과 그 옆에 드림 트로피 때 딴 트로피가 자리한 유리 장식장을 지나가며 그녀는 청소기를 들었다.
빨래를 끝냈으니 이제 구석구석 다 밀어야지.
그녀는 근엄한 표정으로 무선 청소기의 전원을 넣었다.
‘위이잉-.’
구석구석 하나의 먼지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가운데, 문득 자수정색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어제 입은 셔츠를 안 내놓고 갔구나.”
사각지대의 경계에 딱 걸쳐져 있어서 여태 잘 숨어있던 전날 그녀의 옛 트레이너이자, 이제는 반려가 된 남성이 입은 셔츠가 포착되었으니까.
아니 사각지대랄 것도 없었다.
화장실에 그냥 걸려있었는데 뭐.
-이건 잘 찾아보지 않은 내가 잘못 했네.
한숨과 함께, 셔츠를 든 그녀는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있었다. 트레센에 재학하던 시절, 냄새가 맞으면 상성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이상한 괴담이 돈 적이 있지 않은가.
“음….”
왜 이 시점에서 궁금해졌느냐, 하면 답이 궁하다.
그냥 아직 그의 체취가 배어있는 셔츠가 손에 들려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란한 청소기를 끈 그녀는 잠시 고민의 기색을 보이더니 손에 들린 셔츠에 코를 묻었다.
땀을 잘 흘리지 않기에, 역시 나쁜 냄새라던가 이런 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잘 모르겠는걸.
뭔가 약간 머리가 붕 뜨는 기분이 오긴 하는데, 이게 그 정돈가?
이때 아야베는 몰랐다.
그 묘한 고양감이 하루 종일 갈 거라는 걸.
-⏲-
“다녀왔어.”
늦은 저녁.
본업인 트레이너의 일을 끝마치고 퇴근한 어드마이어 베가의 전 트레이너는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평상시라면 ‘어서 와’하고 반겨주러 나왔을 아야베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
순간 불길한 느낌에 그는 가방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이 없는 사이에 사고라도 난 것일까.
“아야베…!”
“후우, 후우, 후우우….”
그렇게 방에 들어가자 본 건 예상 밖의 모습이었으니.
“당신이 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네….”
“괜찮아?! 얼굴이 새빨간데?!”
얼굴이 상기된 채 침대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그녀였다.
“괜찮아…. 별문제 없어….”
대신 그의 존재감을 느낀 것인지 흠칫하며 몸을 웅크리는 아야베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
“건들지 말아줘…. 잠깐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야….”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어디, 열이 나는지-.”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너가 기어코 손으로 이마를 쓸어서 체온을 느껴보자, 결국 어떻게든 참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투두둑 끊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자초한 거야.”
“응?”
“난 분명 건들지 말아 달라고 했어. 당신이 부른 일이야.”
침대에서 기어 오는 자수정색 두 눈은 평상시와는 달리, 열기를 띤 포식자의 그것이었다.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감을 안 순간은 이미 늦었다.
‘부웅-.’
그의 몸은 냅다 날아서 침대 위로 내던져지고 그 위로 아야베가 올라탔으니까.
우마무스메의 완력이란 그런거다.
사람 한 명쯤은 손쉽게 날려버릴 수 있지.
“저기, 아야베 씨? 괜찮으신 거 맞죠?”
“…벗어.”
“으응?”
“벗으라고.”
그리고 그렇게 그의 위에 걸터앉은 그녀는 이미 맛이 간 지 오래였다.
일상복으로 애용하는 스웨터를 귀찮은 걸 치우듯이 벗으며 반려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아야베의 손에는 평상시에는 절제하고, 무관심하던 욕망이 느껴졌다.
“후우, 후우….”
점점 더 거칠어지는 숨을 통해 마침내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 깨닫게 된 트레이너는 그 머리를 한번 살짝 쓰다듬어줬다.
“괜찮아, 금방 지나갈 거야. 도와줄게.”
“…고마워.”
몸을 훑어 내려가는 아야베의 손을 잡아주며,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준 후 깊게 입을 맞추었다.
평상시의 가벼운 느낌이 아닌, 혀가 얽히고설키며 퇴근한 직후라 피곤할 텐데도 트레이너는 기꺼이 아야베를 안았다.
금요일 밤은 참으로 길었다.
-⏲-
“셔츠 냄새를 맡았다가 그렇게 된 거라고?”
“응, 아주 잠깐 껴안았는데 그 후로 하루 종일 이랬어.”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
트레이너는 아야베가 한 의외의 말에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그거, 그냥 교내에 돌던 도시 전설 같은 거 아니었어?”
“오늘 겪어보니, 일단 소문은 매우 순화해서 퍼진 거라는 걸 알았어.”
자신이 보인 추태가 뒤늦게 생각난 듯, 귀까지 빨개질 기세의 그녀는 뭐라고 해야 할까, 현역일 때와는 다른 귀여움이 있었다.
“그래서, 어땠어?”
그래도 처음으로 어드마이어 베가가 주도적으로 하여 이루어진 스킨쉽이다.
이에 대한 감상은 솔직히 듣고 싶었다.
“음.”
반려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품속에서 그를 올려다보며 답했다.
“가끔이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그 말에 그는 웃으며 일등성을 보듬었다. 맞잡은 아야베의 왼손에는 은색 반지가 새벽녘의 희미한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두 사람은 이전과 같이, 앞으로도 쭉 함께하리라는 것이 그 별빛의 반짝임으로 새겨넣었다.

훗날 어드마이어 베가가 LANE의 ‘트레센 유부녀즈’ 방에 자신의 경험을 올린 후, 졸업 후 결혼한 우마무스메들에게 이 냄새 맡기가 유행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





오랜만의 아야베씨

게노하라 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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