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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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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시티는 최근에 고민이 생겼다.
“그한테 있어서 나는 어떤 느낌일까.”
장장 4년에 걸친 트윙클 시리즈 완주 후, 드림 트로피까지 끝을 눈앞에 둔 지금. 트레이너와의 사이가 뭐라고 할까, 참으로 미묘하다는 것이었다.
연인과 제자 사이의 무언가?
사회에서는 사제간에 무슨 연애냐, 하겠지만 여긴 결혼 은퇴나 졸업 직후 바로 식 올리는 것이 나름 친숙한 중앙 트레센 학원이다. 이사장은 ‘분노, 또 결혼 은퇴인가! 중앙 트레이너가 어디 땅에서 솟아나는 줄 아는가!’라 하며 매번 뚜껑이 열리지만 뭐 별 수 있나.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애초에 에스트로젠 왕성한 사춘기 우마무스메들이 평균 연령 20대 중후반의 이성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잘못된 거다.
아무튼, 골드 시티의 트윙클 시리즈는 자그마한 사건들이 겹겹이 일어나서 참으로 굴국이 많았다. 모델 일과 양립하려고 하다 보니 생긴 결과였지만, 결국 성적이 완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히스테리로 인한 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지만….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모델로서 그녀를 바라보던 매니저와 경주 우마무스메로서 바라봐준 트레이너 사이의 신경전이 꽤 자주 일어났는데, 본심을 꿰뚫어 봐주던 그의 모습에 호감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나름 이전처럼 대하면서 꾸준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하?”
졸업하던 해.
그녀에게 날벼락이 꽂혔다.
“타마모 크로스가 자기 트레이너랑 결혼한다고…?!”
하얀 번개가 보내는 도전장, 아니 청첩장이 와버렸다.
동기가 대도주를 하며 멀리 앞서나갔다는 그 증거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미소녀 우마무스메의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그리고 조급함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되묻게 했다.
그는, 트레이너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문득 확인하고 싶어졌다.
-⏲-
친한 지인의 결혼 소식을 청첩장으로 받아 든 골드 시티의 트레이너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 곰탱이 같은 형이, 담당과는 그냥 어깨동무…는 덩치 차이 때문에 힘들었고, 대신 죽이 잘 맞는 오빠와 동생처럼 다니던 형이 사고를 쳤다.
올해로 더는 담당 우마무스메가 아니게 될 골드 시티와의 미묘한 관계는 사실 의도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분명 그는 골드 시티를 아꼈다.
하지만 그것이 이성을 보는 시선이 아닌, 제자를 대하는 시선으로 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그는 젊은 축에 속하는 20대 초다. 첫 담당이 골드 시티였고. 이런저런 사정이 얽히고설킨 끝에 결국 골드 시티의 졸업이 다가오면서, 이 태도가 뒤섞여버렸다.
곧 사회로 나갈, 껍데기를 깨고 나가기 직전의 단계에서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고 있는 건 스승이나 제자나 똑같았단 이야기다.
연애 허접들이 다 그렇지 뭐.
어찌 되었든 청첩장을 받았으니, 식에 참석은 해줘야 했고 가는 길에 그는 담당과 길게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딱 하나 있는데.
“흐음.”
당일.
골드 시티는 세미 정장 차림의 그를 한번 쭉 훑어보더니, 그의 머리를 확 헝클어버렸다.
“시티?! 이거 나름대로 고생해서 한 머린데?!”
“그래서 안 돼. 너무 눈에 띄어.”
골드 시티가 작은 한숨과 함께 저런 말을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트레이너는 자신은 ‘대체 왜 내가?’라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진짜 잘 생겼다. 솔직히 매니저와 설전할 때도 그녀가 말리긴커녕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것이 무슨 영화배우 해도 될 사람이 언성을 높여가며 말다툼하던 것이어서 더 그런 것이다.
이런 눈요깃거리 최고봉을 놓치면 인생 절반 손해 보는 거지.
그런데 웃긴 건, 이 주제에 또 연애와는 담을 쌓고 자란 티가 난다는 것이다.
중앙 트레이너가 어디 되고 싶다면 누구에게나 어서 옵쇼 하고 문 열어주는 자격도 아닌데, 저 나이에 따냈다는 건 그냥 학창 시절 내내 공부만 했다는 뜻 아닌가.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 트레이너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매우 박했다.
듣자 하니 그 이유가 ‘골목에 나가면 너보다 잘생긴 애 천지인데 뭐가 잘생긴 거냐.’라는 부모님의 과소평가라던가. 대체 그의 고향은 어떤 곳이길래 저런 외모가 평범을 넘어서 평균 미만 취급을 받는 것일까.
“사실 머리 좀 헝클어트린다고 해도 관심이 안 모일 수 없는 수준이라 오히려 걱정인걸.”
굳이 머리 스타일을 골드 시티가 손수 엉망으로 만들어준 건, 까딱 잘못해서 스포트라이트가 이쪽으로 쏠리면 그건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도 있었다. 주인공들이 엄연히 있는데 이 사람이 대신 주목 받으면 큰일 아닌가.
“음.”
그런 그녀의 말을 쭉 들은 그는 잠시 고민을 표정에 띄웠다. 그리고 이내 물었다.
“시티, 진지하게 내가 그렇게 잘생긴 편이야?”
“…당신은 몇 년 동안 내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았구나.”
왠지 광대 분장 마려워지는 말을 한 골드 시티는 팔짱을 꼈다.
“솔직한 평가를 듣고 싶은 거지?”
“어, 그냥 담백하게 이야기해 줘.”
그의 말에 기억을 더듬어 나간 시티는 말했다.
“왜 저런 남성 모델이 트레센에 있나, 이게 당신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어.”
“허.”
“처음엔 선발 레이스를 배경으로 뭐 찍으러 온 모델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배지가 있는 걸 보고 중앙 트레이너라는 걸 알았지.”
첫인상을 최대한 간추려서 설명해 주자, 그는 이제야 초기에 그녀가 보인 어쩐지 고양이 같던 태도가 이해가 갔다.
“그래서 초반에 그렇게 고양이 같았던 거구나.”
“누가 고양이라는 거야.”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묘하게 터키시앙고라 같기도 하고.”
“…내가 성격이 나쁘단 거야?”
순간 공기가 훅, 얼어붙는다.
그야 터키시앙고라는 성격 뭐 같은 고양이로도 유명했으니, 그걸 굳이 비유했다는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겠지.
“아니, 그냥 머리카락 보고 생각한 거야. 고양이 같을 뿐이지, 성격 나쁜 고양이랑은 거리가 머니까.”
“흐음, 그래?”
커피를 홀짝거리며 시티는 그를 지긋이 바라봤다.
“그럼 이제 내가 물어도 될까?”
“마음대로.”
“트레이너는, 아니 이제 당신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직구.
그런데 일종의 주고받기기에 마냥 이유 없이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음, 어렵네.”
“뭐가 어려워,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건데.”
묘하게 말에 날이 섰지만, 이건 그만큼 초조하다는 거다. 그에 대한 첫인상을 솔직히 토로한 만큼 자신도 듣고 싶은 걸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도 있지만, 마음의 준비도 필요했다.
혹여나 그의 입에서 ‘귀찮은 애’라는 답이라도 나오면, 오늘 이후로 그냥 끝이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그런데 고민 끝에 나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꽤 고민되거든. 나도 솔직히 방향을 제대로 못 잡은 거 같네.”
“그럼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걸 다 얘기해줘.”
“음.”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커피를 한모금해서 머릿속을 다소 맑게 한 그는 시티의 재촉 아닌 재촉에 입을 열었다.
“기특한 담당, 하지만 졸업 후에는 널 옛 담당으로서 대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
“뭐야 그건, 좀 말이 이상하지 않아?”
“좀 뒤죽박죽이지? 그런데 저렇게 밖에 정리가 안 되네.”
다소 불만스럽게 볼을 살짝 부풀린 시티의 모습을 보니 현역 때 그녀를 풀어주려고 했던 일이 떠오른다.
“머하, 하히 마(뭐야, 하지 마)”
“아, 그만 빵떡한 볼을 보니 쭉 당겨보고 싶어져서.”
그리고 그 기억에 따라 부푼 볼을 살짝 당기니 역시나, 하지 말라고 하지만 눈이 한 번에 풀어진다. 고로롱 소리만 내면 딱 고양인데.
“여전하네, 정말. 그렇게 내 뺨이 당기고 싶어?”
“그냥 주물주물하고 싶은데.”
“변태.”
“귀여워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줘.”
그의 손이 닿았던 곳을 살짝 만진 시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내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걸로 확실해졌으니까. 그는 몰라도 그녀는-.
“그럼 다른 질문이야, 만약 내가 당신에게 사귀자고 하자면 거절하지 않을 거야?”
이 사람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음을.
-⏲-
타마모 크로스의 결혼식은 그 명성에 비해 나름 조촐했다.
하지만, 단 하나 식장의 분위기를 뒤바꾼 것이 있으니. 바로 부케였다. 그녀가 부케를 붕, 던지자 초대받은 우마무스메들이 그걸 노리고 각질에 상관없이 스퍼트를 올렸으니까.
그리고 결과는 허망했다.
던져진 부케는 이들의 불꽃 튀는 난투에 기세가 눌린 오구리 캡의 머리 위에 착지한 후 손 위로 떨어졌으니까.
“다들 어지간히 징크스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나 봐.”
“다르게 말하면 걔들 전부 자기 트레이너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뜻이지.”
“그러네, 그러면 그냥 솔직히 말하는 게 훨씬 빠를 건데.”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골드 시티와 트레이너가 나누는 대화는 각자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불을 지핀 건, 타마모 크로스고. 참, 걔도 어지간히 별명 값을 한다니까.”
“그렇지.”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시티는 이내 고개를 슥, 돌렸다.
“그래도, 조금 부럽긴 했어.”
“뭐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돌진해, 미래를 여는 용기.”
턱을 손으로 받히며, 그는 운전 중인 트레이너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이제부터 나도 그렇게 해보려고.”
카페에서 있었던 그 시티답다면 시티다운 고백은, 트레이너가 거의 고민도 하지 않고 답하며 마무리되었다.
‘이제 와서 거절할 이유가 있겠어?’
그걸 떠올린 골드 시티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불안은, 그가 선을 그을 것이란 일말의 가능성은 사라졌다.
“미래라.”
운전대를 잡은 트레이너는 그 단어를 입안에서 굴렸다.
그의 두 갈래로 갈라져 있던 관점은, 골드 시티가 오늘 마음을 밝히며 하나로 고정되었다. 이제 그는 한때 제자였던, 담당이었던 우마무스메를 다른 눈으로 바라봐야 했으니까. 그게 어려운 일이냐 하면, 긍정과 부정 둘 다 가능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 곰 형님은 대체 언제 타마모 크로스한테 받힌 거지?”
“글쎄? 자주 야구 보고 그랬으니까 훨씬 이전 아닐까?”
“아냐, 그때는 명확하게 오빠랑 여동생 느낌이었어. 이해가 안 가네.”
가능성을 생각해 보던 중, 이내 한 가지 가능성에 다다랐다.
“설마 졸업하자마자 타마모 크로스가 손바닥을 뒤집은 건가?”
“흐음, 그럴 애는 아닌데.”
이번엔 시티가 묘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미스터리는 점점 커졌다.
그렇게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 줄 때까지, 이 주제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상상도 못 하는 것이 당연했다.
졸업 후 한 첫 여행에서 타마모 크로스가 급발진해서 연애 스킵하고 바로 결혼으로 달렸다는 것을 누가 상상하겠냐고.
아무튼 결론은 간단했다.
-언젠간, 나도.
금색 털의 고양이는 오늘의 식을 보며, 새로운 꿈을, 목표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
다만, 골드 시티가 하나 상상도 못 하는 것이 있었으니.
「뭐라꼬, 니들 트레센에 있을 때부터 사귀는 거 아니었나?」
“하?”
「아니, 생각해봐래이. 그렇게 교내고 레이스장이고 가리지 않고 찰싹 붙어 댕겼는데 그리 생각 안 하는게 이상하다 아이가? 우린 당연히 니들 둘이 사귀는지 알았제.」
“…하아?”
「까놓고 내보다 먼저 골인할 줄 알았는데, 그기 아니라서 이상하다 캣더만, 사귀는게 아니었다꼬?」
타마모 크로스와의 대화에서 두 사람은 이미 이전부터 트레센 교내에 ‘대체 언제 저 둘은 결혼 할까?’하는 대상으로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때야 깨달았다.
사실 오늘처럼 직구를 꽂든 안 꽂든, 이미 두 사람의 벽은 허물어진 상태였다고.
참 깨닫는 것이 늦은 백 년에 한 번 나올 미소녀 고양이였다.





붓싼 또레나와 따마모랑 같은 세계선의 )))

댓글
  • 린성신관알타 2025/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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