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서사적 부분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유독 히실렌스와 케리드라의 관계성과 서사의 개연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거나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거 같음.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과 주관적 해석을 덧붙여 스토리를 해석해볼까 함.
플라톤의 철학의 핵심인 '이데아'에 대한 이야기 중 동굴의 우화란게 있음.
1) 동굴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음
2) 그들은 평생 동굴 밖의 태양을 통해 비춰지는 '그림자'만 보고 살아왔음
3) 그들에게 '그림자'는 곧 세상의 진리임.
4) 세상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바라온 사람들 중, 한 명이 동굴 밖으로 나가 '태양'을 보게 됨.
5) 평생을 '그림자'가 진리라 믿어온 그에게, 이 갑작스러운 세상의 모습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음.
6) 따라서 오랜 비판과 경험적 사고를 통해, 태양과 세상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함
7) 그렇게 세상의 진실된 모습을 보고 철학적 사고를 겸비한 그가, 동굴로 돌아와 그 사실을 전파함
8) 하지만 동굴 속 사람들에게 그는 단지 이상한 사람일 뿐, 그들이 보는 그림자가 여전히 세상의 진리임.
9) 즉- 철학적 진실을 정보로만 전하는 것은 매우 힘들며 왜곡된 진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음.
자, 다시 이번 스토리로 돌아와보자.
1) 히실렌스는 스틱시아의 깊은 심해에서 살고 있는 세이렌족임. 물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오로지 파구사가 전해주는 '지상의 연회와 불빛'에 대한 환상만을 갖고 살아온 존재였음.
2) 검은 물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금자리인 심해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옴. 그녀가 생각했던 지상의 이상적인 세상과는 달리, 이 곳도 지옥도는 마찬가지였음.
3) 그런데 그녀에게 자신이 믿고 있는 지상의 이상적인 삶인 연회를 끝없이 제공해줄 수 있는, 케리드라와 만남. 케리드라는 그녀에게 어떤 원하는 것도 제공해주겠다고 했고, 히실렌스는 연회를 원했음.
4) 히실렌스에게 있어서 케리드라는, '태양'임. 태양에 대한 진실은 외면한체, 그 태양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만이 그 존재의 진실이라 생각함. 그래서 히실렌스는 야욕을 위해 어떤 잔혹한 처분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는 케리드라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음. 그녀가 바래왔던 것은 항상 모든 것의 끝에 있는 연회였을 뿐. 그러나 계속되는 케리드라의 잔혹한 학살과 폭정을 지켜보며 히실렌스도 지쳐가고, 결국 파구사 토벌이 끝나면 케리드라와 작별하겠노라고 선언함.
5) 율법의 반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한 양자 택일의 잔혹한 선택 앞에서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케리드라의 진실을 알게됨. 그녀는 단순한 야욕이 아니라 그 어떤 순간에도 나라와 백성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었고, 그 희생의 대상에는 자기 자신조차 배제하지 않는 인물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히실렌스는, 케리드라라는 사람이 꿈꿔온 이상적인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됨. 그녀는 결국 케리드라를 죽이는 선택을 했고, 케리드라 역시 그 선택을 할 것이라 예상했었음.
6) 케리드라와 결별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말과는 달리, 그녀는 케리드라의 명에 따라 스틱시아로 돌아와 자신이 가진 황금의 후예의 사명을 이행함. 리고스를 가둔 창세의 소용돌이의 입구를 잠그고 언제 돌아올지 모를 개척자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다시 '동굴 속의 세상'인 거짓되었지만 영광스러웠던 삶을 그리는 꿈 속에 가둬버림.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를 히실렌스에게는 파이논 처럼 강인한 정신과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
7) 모든 일이 끝나고, 케리드라의 기억의 잔재가 나타나 이제 자기 자신을 벗어나 진정하고 자유로운 바다를 향해 떠나라는 조언을 함. 그러나 히실렌스는 이미 알고 있었음. 자신이 바라고 바래왔던 영원한 연회와 따뜻한 불꽃은, 바로 케리드라였다는 것을.
종합 해석
히실렌스는 동굴 속 우민이었고, 그녀가 바래왔던 '그림자'의 세상은 바로 아늑하고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바다, 즉 '안식처'임. 지상으로 나와 케리드라가 제공하는 '끝 없는 연회'가 안식처일 것이라 믿었으나, 진실은 그렇지 않았음. 그래서 케리드라에 대한 끝없는 비판과 경험적 사고 끝에 깨달은 것은, 자신이 바라고 바래왔던 진짜 안식처는 바로 '케리드라'였음을 깨닫는 내용. 으로 정리할 수 있을듯?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해석을 한 내용이므로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댓글이 달리면 당신 말이 맞음. 나는 당신과 논쟁할 지능이 없음
난 사실 케리드라에 대해 왜 논란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음.
케리드라는, 캐릭터 게임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평면적 인물"임.
드물게도 일관적이고, 캐릭터적인 반전이 없잖아.
이런 캐릭터들이 흔히 보이는 외강내유 같은 느낌이 아니라 외강내강,
알고보니 여린 면모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씹상여자 독재자.
말 그대로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태양 그 자체지.
요새는 캐릭터화되는 독재자들이 전부 "숨겨진 이면"을 가지고 있는게 클리셰화되서 역으로 케리드라가 돋보이는 것일 수도 있음.
케리드라에 대한 논란 보다는 히실렌스의 서사적인 면모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거 같음.
히실렌스는 빛을 본 물고기지. 담백하게 인어공주 서사를 따라갔으니까.
바닷속에서, 외부적인 요소로 세상 밖에 나와서,
권력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를 위해 희생했고, 마지막에는 버려졌지.
세세한 부분이야 다르지만, 개괄적인 줄거리는 클리셰 자체를 따라간거고.
어찌보면 고전적이기까지 한 캐릭터 해석을 2025년 게임에서 맛보는 것도 즐거움이긴 해
케리드라는 또 마냥 백성을 위한다기 보다는 좀 개인적인 야망에 대한 측면이 더 큰 것 같음
진짜로 아이언툼 제어 가능했으면 그대로 우주 침공해서 꼬라박고 죽었을지도 모르는 캐릭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