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끌고 오르기
나 같은 놈은 도저히 타고 오르는 건 불가능했음 ㅋㅋㅋㅋㅋ
이미 히로시마부터 달려오면서 체력을 미친듯이 소진했기 때문에 후지산 같은 오르막을 타면서 올라갈 체력따윈 더 이상 없었다.
그래도 끌바는 가능하니까 어떻게든 올라서 나중에 내려올 때 무한 내리막(약 45km) 쾌감을 즐기고 싶어서 자전거를 가지고 오르기로 마음 먹었다.
그건 잘한 선택이었어!
일단 루트 소개
12696km 상공에서 본 루트
도쿄 동쪽 상공에서 바라본 전체 여행루트
중앙 하단의 하얀색 근처가 후지산 등반한 궤적이다
우하단 하얀 눈 쌓인 곳이 후지산
저 하늘색 선은 내가 GPS기록계 들고 실제로 지나간 경로를 표시해주고 있는 것
구불구불구불~~~
인지능력 퇴화되는 기분 들더라 ㅋㅋㅋ
후지카와 쪽에서 본 후지산
동쪽으로 해안 따라 그냥 쭉 가면 금새 도쿄 도착이긴 한데
여기까지 왔는데 후지산을 안 들렀다 가는 건 진짜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북쪽으로 틀어서 끝내 후지산 진입을 시작함
24일 출국해야 하는데 이 시점이 21일이었음
존나 급하다
암튼 이렇게 올라갈 계획
저 중간 산기슭쯤에 보면 초록색 지역과 적갈색 지역의 경계가 보이는데, 그곳이 5고메이고
원래 도로 깔리기 전 도보로 오르던 시절엔 거기가 5번째 산장이었다고 함
지금은 5고메까지 차량으로 이동 가능
물론 난 자전거로 끌고 올라감
5고메부터는 포장도로가 아니므로 본격적인 등산 시작이며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를 놔두고 맨몸으로 GPS기록기랑 디카만 들고 올라갔음
왔다갔다하면서 경사극복하며 올라가는 루트
루트 소개 끝!
이젠 사진대량방출
21일 0시 경부터 시작,
여기가 어디쯤이더라...?
여행일정이 이제 남은 시간이 없어서 안 자고 걍 계속 달리기로 결정
도쿄 205km 남았단 얘기가 어찌나 반갑던지...
이 사진을 찍은 후 약 30분 정도 지나서 후지산의 입구도시, 후지노미야 시에 들어간 것 같다.
사진을 안찍어놨네...
후지노미야 시는 후지산 산기슭에 도시가 있다보니 도시 전체가 경사져있다.
굉장히 인상깊었던 기억
등반 시작!
이런 풍경이 대충 40km 이상 이어짐
동서방향만 바뀔 뿐 계속 반복된다.
전날 07시 기상한 이후로 낮 동안 달리고 밤새 달리고 다음날 낮도 계속 달린 후
무려 약 37시간 만에 수면돌입
12시간 개꿀잠 자고 개운하게 기상
텐트치고 잔 곳이 유료 캠프장이었음(텐트칠 수 있는 포인트 빌리는 값 1650엔)
바가지 느낌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비용 지불해야 이런 시설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 이해가 됨
배고파 디지겠어서 라멘 한그릇 먹고 출발
갈 길이 멀다
후지산을 오르는 길과 후지산을 나가 동쪽으로 내려가는 도로의 분기점
5고메 도착
이 곳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이제 맨몸으로 올라가야 함
5고메 산장에서 배고파 디지겠어서 식사를 또 했는데 또 라멘먹었네???
17년만에 알았음;; 라멘 먹고 또 라멘...
면식가였네 나
얇디얇은 허접스러운 메쉬셔츠를 입고 있던 날 본
기념품가게 주인 삼촌들이 너 그러다 위에서 얼어죽는다고
이거 못 쓰는 파카니까 입고, 내려갈 때 버리라며 한 벌 적선해주심
와 이거 ㄹㅇ 생존템이었음...
안 입었으면 체온저하로 죽었을거야...
고마운 삼촌들
준비 다 끝냈으니 이따 밤에 출발하기로 하고 산장 내부 휴게실? 같은 곳에서 이부자리 빌려서 잠시 취침
이것도 유료인데 얼마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싸진 않았음
그래도 꼭 필요한 체력회복이라서 빌렸다.
2시간 꿀잠 자고 기상
이 날 처음 본 직장인 등반그룹에 다짜고짜 쪼인함
곤방와! 와따시와 칸코쿠진데스!
와따시모 잇쇼니 후지산니 노봇데 카노데스까?
여행하면서 배운 속성 10일짜리 되도 않는 일본어로 꼴박하면서 쪼인했는데 다들 흔쾌히 받아주심 ㅋㅋ
방갑!^^
미친 청년...
나랑 같이 분위기 업된 이상한 형이었음
그래도 이 형 덕분에 사진 서로 많이 찍어줬네 ㅋㅋ
한참 오르다가 내 페이스가 너무 빨라서 직장인 그룹들을 나도 모르게 버려버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지만 일단 급한 건 나라서 마저 계속 올라감
정상부 도착
미칠듯한 구름 속에서 뭐 제대로 보이는 게 없다 ㅋㅋㅋ
해는 벌써 떴고 해뜨는 걸 보고싶단 소망은 뭐 의미없고 ㅋㅋ
정상부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 구경하다보니 곧 올라온 직장인그룹과 다시 조우!
덕분에 이렇게 기념사진 부탁하고, 이후 제대로 작별인사하고 헤어졌다.
이것저것 지팡이에 불도장으로 인증도 박고 사람들 많이 바쁜데 난 그런 거 신경 쓸 새(돈도 없고)가 없어서 대충 둘러보고
인증샷만 찍고 내려가기로 했다.
?????
어떻게 올라왔니???
인증샷 남기러 분화구로 ㄱㄱ
대충 3776m라는 말
인증샷!
지표면에 해당되는 지점(21일 13시 30분 경)으로부터 등반 시작한 지 약 40.5시간만에 정상 등정 성공!
이제 내려가야지
도쿄까지 이제 오르막은 없다(아마도)
올라갈 땐 몰랐는데, 화산분출물 중에 금속성분이 있는지 지표면이 모조리 밟을 때마다
돌을 밟는 게 아니라 금속을 밟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아쿠아슈즈를 신고 있는 내 발을 작살내고 있었다.
진짜 존나 아팠는데 엄살부릴 시간이 없었다.
30시간 뒤에 나는 나리타에 있어야 한다고!!!!
바다같은 운해 풍경에 감탄하며 내려옴
그래도 하산은 진짜 편했다.ㅋㅋㅋ
대충 5시간 반쯤 걸려서 5고메까지 걸어 내려온 후
자전거 타고 대충 1시간 30분 동안 내리막 달려서 지표면까지 내려와서 밥 먹었다 ㅋㅋ
1시간 30분 동안 끝나지 않는 내리막 쾌감 진짜 지렸다.
내가 이걸 경험하고 싶어서 굳이 자전거를 끌고 2500미터까지 올라간 거였지!
이후 계속 달리다가 17시 쯤에 넷까페 들러서 쉬면서 쪽잠 자면서 체력회복...
저 23시쯤 찍은 사진이 자고 일어나서 이제 출발할 참에 찍은 것 같은데 그게 맞다면
이 시점부터 도쿄까지는 이제 단 한숨도 안 자고 계속 달리게 된다.
2008년 8월 21일부터 23일에 걸친 후지산 등반기는 여기까지
끝!
근성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