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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퓨리온 vs 티란데

말퓨리온은 수풀속에 숨어 숨을 죽이고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누구든지 처음 수풀사이로 머리를 내미는 놈에게 폭딜을 꽂아넣으리라.
'또각 또각'
근처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말퓨리온은 흘끔 미니맵을 살폈다.
근처에서 투사를 먹는 일리단, 미드를 밀고있는 우서와 제이나... 틀림없는 적이다.
'샤-샥'
무성한 수풀사이를 헤치고 얼굴을 내민 적을 향해 무자비한 폭격을 퍼부으려는 순간!!
말퓨리온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는 순간 굳어버렸다.
'티, 티란데!'
'말퓨리온?'
마찬가지 당황한 듯한 티란데의 놀란 눈동자에 잠깐 흔들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곳은 전장이다. 사랑도 낭만도 이제는 사치일 뿐. 적으로 만난 이상, 어쩔 수 없다.
'젠장, 휘, 휘감는 뿌릿!'
말퓨리온이 그의 크고 단단한 지팡이를 거칠게 휘두르자, 티란데의 발밑에서 나무 뿌리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나무 뿌리들은 그녀의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그녀의 온몸을 꼼짝도 못하게 꽁꽁 묶어버리며 유린했다.
'하, 하악...'
나무뿌리가 온몸을 뱀처럼 휘감아 꽉 조여들자, 티란데는 숨이가빠오는 듯 짧은 ㅅㅇ소리를 뱉아냈다.
갑옷사이로, 나무뿌리에 묶인 그녀의 살갗이 발갛게 부어올랐다.
'달빛섬광!'
말퓨리온은 속박당한 그녀의 육체에 달빛섬광을 뿌려댔다.
특성이 적용되지 않은 달빛섬광은 그리 아프진 않았으나, 그녀의 온몸을 타고 내려오며 찌릿한 촉감을 전달했다.
번쩍 하는 빛과 함께, 갑옷사이로 나무뿌리에 묶인 그녀의 흰 살갗이 붉게 물들어 갔다.
'쳇, 좋아, 말퓨리온. 달빛화살!'
말퓨리온이 미처 죄책감을 느낄 틈도 없이, 티란데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공격을 받은 순간 말퓨리온의 몸은 그대로 딱딱하고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공격자인 티란데조차, 그렇게 단단하고 딱딱하게 굳은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파수!'
티란데의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티란데의 핑크색 부드러운 올빼미가 딱딱할 대로 딱딱해진 말퓨리온의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역시, 스텍이 쌓이지 않은 올빼미라 아직 그리 큰 타격은 입히지 못했지만, 말퓨리온은 온몸을 꿰뚫는 깊은 전율을 느꼈다.
'달빛섬광! 달빛섬광!'
'파수! 파수! 달빛화살!'
둘은 수풀속에 뒤엉켜 계속해서 서로를 향해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격렬한 전투속에 두 사람의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이내 두사람 모두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피비린내나는 전쟁도 이 순간만큼은 이 둘을 방해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앞에 있는 상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티란데의 파수 스텍이 점점 쌓여감에 따라, 말퓨리온은 더이상 버티기가 버거워 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티란데의 분홍빛 올빼미에 유린당하던 그의 육체는 점점 상기되기 시작했다.
티란데역시 마찬가지였다. 20렙 특성을 찍은 말퓨리온의 달빛섬광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티란데는 온몸이 불타버릴 것 같은 지독한 쾌락, 아니 고통을 느꼈다.
'안돼, 티란데... 가, 간닷!!'
'하악, 하악, 말퓨리온, 가버렷!'
마지막 티란데의 분홍빛 올빼미가 그의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순간, 말퓨리온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그는 쓰러지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티란데에게 마력주입을 발사했다.
이 더러운 전쟁속에서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마지막 후회였다.
티란데는 아래에서 부터 말퓨리온의 따뜻한 무엇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쓰러지기 직전의 티란데도 그런 말퓨리온의 모습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는 그자리에서 별똥별을 쏟아내렸다.
'하... 마치 하늘을 날고있는 기분이야.'
티란데는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바닥에 쓰러진 말퓨리온의 손가락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마지막 스킬을 누르려 하고 있었다.
'평온....'
멀지않은 곳에서 합류타이밍을 재며 사냥 버튼에 손을 올려두고 투사캠프를 돌던 일리단은, 격렬한 그들의 전투에 차마 끼어들지 못한 채 나지막히 한마디말을 계속해서 읊조렸다고 한다.
'만년동안.... 응어리진....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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