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성녀님과는 달리 무지렁이 촌부의 아들로서 그저 우연히 용사로 선택되었을 뿐이라..."
이 왕국의 문맹률은 높다. 성녀는 안쓰러우면서도 상냥한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손을 잡아준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용사님의 선한 마음과 누구보다 강한 의지가 바로 용사님을 용사로 선택되게 만든 거랍니다. 앞으로 제가 밤마다 용사님의 곁에서 책을 읽어드릴게요. 재미난 이야기도 많고, 또 교양과 지식도 쌓으실 수 있을 거에요."
그렇게 성녀는 매일 같이 용사의 곁에서 책을 읽어주며 용사의 지식과 교양을 키워나갔고 용사는 그런 성녀에게 감사했다. 그 뿐 아니라 성녀는 조금씩 그에게 글 쓰는 법을 가리켜 최소한 제 이름 몇 글자는 쓸 수 있게 하였고 그로서 용사가 여정에 필요한 여러 서류에 사인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어느 날, 성녀는 평소대로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번 도시에 들어가려면 이 서류에 사인을 해야된다고 하네요. 나머지는 제가 수속을 다 처리했으니 늘 그렇듯 아래쪽에 서명만 하시면 돼요."
용사가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성녀님께 늘상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매번 도움만 받아 죄송한데 이제 제 손으로 다른 단어들 역시 제 손으로 직접 써내려 가면서 성녀님을 돕고 싶습니다. 부디 알려주시겠습니까?"
자신이 읽어준 책들 덕에 교양을 한 껏 갖추게 된 용사에게 성녀 역시 자상한 미소와 함께 대답한다.
"이번 서류에 사인만 하시면요. 용사님."
"네, 성녀님!"
그렇게 용사는 성녀가 내민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썼고, 성녀는 그 혼인신고서를 왕국에 제출했다.
이쯤되면 성녀란 뭘까....
이건 순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