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북 안동 출신입니다.
대학은 부산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학기가 끝나고 부모님이 절 데리러 와 주셨습니다.
8시. 해가 져서 하늘은 어두웠습니다.
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운전하고 계시는 아버지가 지루하실까봐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어요.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라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물꼬를 텄습니다.
참고로 제 기억 속의 부모님은 정말 바르고 올곧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던 분들이었습니다.
성향은 보수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약간 궁금했습니다. 부모님이 이번 일에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엄마, 저번에 제가 시위하러 나갔을때 232만명이나 나왔대요. 뉴스 보셨어요?"
조수석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고개를 돌리셨는데, 차 안이 어두워서 표정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너도 나갔다고 했지? 사실 엄마는 그 전날에 걱정이 많았다. 토요일에 춥다고 해서, 사람들이 덜 나오면 어쩌나. 그런데 232이라고 해서...엄마는 뉴스를 보고 울었단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따뜻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 없이 운전을 계속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 우리 대신 나가줘서 고맙다. 그건 분명히 역사에 적힐 장면이었지... "
"아니에요. 저도 이번 일 전까지는 관심도 없었고..."
"...우리 세대는, 국회의원들하고 정치인들이 윗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올바르게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야. 엄마도 어리석은 사람들 중 하나였어."
차가 터널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 다시 이어나가셨습니다.
"너희들, 10대 20대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관심을 끊어서는 안 돼. 투표 열심히 하고.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시민이라는데, 어리석은 선택을 다시 해서는 안 되겠지? 어떤 사람들은 나라가 안 망한 게 이상하다고들 하더라. 하지만 엄만 망해가는 중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망해가는 중이었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안 망한 이유는, 우리 아들같이 바른 사람들 덕인 거야."
저는 아무 말 없이 창문에 머리를 기댔습니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관심을 가지게 된 저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한동안 차를 긁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 울렸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대선 때, 부모님이 누굴 뽑으셨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박근혜는 군대도 안 다녀왔고, 결혼도 안해봤고, 자식도 안 낳아봤는데 뭘 안다고 뽑혔을까요?"
그러자 조용히 계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버럭 하셨습니다.
"야 임마. 말은 제대로 해야지!"
어머니와 저는 아버지를 쳐다봤습니다. 아버지는 앞을 보며 말하셨어요.
"박근혜가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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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탄산이네요 ㄷㄷㄷㄷㄷ
아버님 센스가. 굿
일침갑....!!
ㅎㅎㅎ 아버님 ㅎㅎㅎ
그나저나 부모님 정말 멋지신듯..
먹먹해지면서 읽다가 막줄에서 빵 터졌어요ㅎㅎ 아버님 센스ㅋㅋㅋㅋㅋㅋ
아버지ㅋㅋㅋㅋㅋㅋㅋ 말씀에 용가리 통뼈가ㅋㅋㅋㅋ
풉~~!!!!!
ㅋㅋㅋ막줄핵심ㅋㅋㅋㅋㅋㄱㅋㅋ
이래서 오유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