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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접속하는것 같네요 .. 나의 무지에서 지지로..

무지에서 지지로, 나의 정치 이야기

성인이 되어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되었을 때,
사실 정치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습니다.
투표는커녕, 그날도 그냥 잠이나 더 자고 싶었죠.
놀기 좋아하는 철부지에 불과했거든요.

그날 아침, 엄마가 이른 시간에 저를 깨웠습니다.
"투표하러 가자."
귀찮아서 짜증을 부리니,
"맛있는 거 해줄게" 하시더군요.
결국 웃으며 따라나섰고,
누구를 찍어야 하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이명박”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저의 첫 투표는 끝났습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정치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입니다.
정치에 관심은 없었지만,
선거철이 되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분위기로 물들었습니다.
식당 아주머니, 술집 사장님, 택시 기사님, 직장 선배들까지
TV와 라디오는 물론이고 길거리 이야기들까지
민주당을 비난하고 보수당을 지지하는 말들뿐이었죠.


부산은 원래 진보 성향이 강한 도시였습니다.

1980~90년대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고,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키워낸 땅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특히 IMF 이후
경제 위기와 지역 갈등, 특정 언론의 왜곡된 프레임들이 맞물리며
부산은 점점 보수화되어 갔습니다.

일자리 걱정과 먹고사는 현실 앞에서
‘경제는 보수가 잘한다’는 막연한 믿음이 자리 잡았고,
언론은 반복적으로 민주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웠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저도
어느새 보수당이 ‘당연한 선택’이라 여겼던 겁니다.

술자리에서도, 직장에서도
모두가 보수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분위기.
저 역시 이유도 모른 채
그 말들을 되뇌고 있더군요.
택시 기사님의 말, 식당 아주머니의 말,
직장 선배의 이야기들을 ‘진실’처럼 받아들이며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박근혜와 문재인이 맞붙었던 대선 시즌이었습니다.
당연히 박근혜를 지지할 줄 알았던
직장 선배에게 제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선배님, 박근혜 찍으시겠죠?”

그 선배는 웃기만 하시더니
조용히 저에게 반문했습니다.
“근데... 너는 왜 박근혜를 지지해?”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를 말할 수 없었거든요.
그 다음날, 선배는 책 한 권을 건넸습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의 근현대사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뒤로 선배와 밤늦게까지
정치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저는 처음으로 문재인이라는 사람에게 표를 주었습니다.

결과는 낙선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정치적 상실감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가 잠들어 있는 봉하마을을 수차례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겨울,
부산 백스코에서 열렸던 어떤 행사에서
선배가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온다고 해서
따라나섰습니다.
강연도 연설도 아니었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깊게 와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행사장을 나오면서 선배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 사람, 대통령 될 것 같다.”

그 후,
이재명은 검찰과 야당의 끊임없는 공격을 버텨냈고
한 번의 낙선을 거쳐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어느덧 소년공에서 정치 숙련공이 된
행정의 대가,
이재명 대통령님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 명의 지지자로서…
진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댓글
  • hsc9911 2025/07/09 06:42

    대전에 살던 지인은   진보성향이었는데  부산으로 이사가더니 완존 보수가 되었슴

    (vahtOz)

  • 믹스테일 2025/07/09 08:55

    정말 좋은 선배를 만났네요. 그 인연 평생 챙기시길. 살면서 저런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음.

    (vahtOz)

  • S2하늘사랑S2 2025/07/09 10:54

    내 밑에 있던 부사수는 이야기해주고 할때는
    몰랐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서 그렇게 윤씨 쌍욕을 하더니
    선거 할때는 윤씨 찍었대요 ㅋㅋ 그래도 찍어야 한다면서요 ㅋㅋㅋㅋ
    그래서 이유가 뭔데 그랬더니 미국과의 우호협력이라네요..
    그럼 너가 말하는 우호협력이란 관계는 어떤거야 말했더니 말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손절 했습니다.

    (vahtOz)

  • 제갈량현량아 2025/07/09 11:36

    짝짝짝!

    (vahtOz)

  • 고등어순한맛 2025/07/09 11:36

    올바른 정치 인식이라....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고, 동시에 미래의 사람들ㅡ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ㅡ을 생각합니다. 나의 선택이 과거의 의미를 결정하고, 미래의 토대를 결정합니다. 미래인도 이런 일을 반복하고 우리의 지금 선택과 노력의 의미도 그때 결정되겠죠.
    저는 이를 이해하고 사는 사람을 '정신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한국 보수는 이런 역사적 인간적 정신이 없습니다.
    예전 세월호로 아파할 때 조국님이 이런 글을 썼던 기억이 있네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ㅡ가장 아프고 힘든 사람과 함께 서는 것이 중립이다.ㅡ
    올바른 정신이란 이런 중립의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저도 그때 백스코에 후배들 데꼬 갔슴돠.

    (vahtOz)

  • 국어선생님 2025/07/09 14:29

    저희 부모님들은 부산출신이시고, 저는 울산 토박이입니다.
    어려서부터 주변 어르신들과 학교 사회 교사들이 이승만과 박정희가 얼마나 훌륭한 인물인지 칭송했어요.
    십수 년간 주입 된 평가를 진실인 양 믿어오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정반대의 의견을 말하는 국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승만의 학살과 독재 시도에 이은 도피,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야당 대표 암살 시도.
    주변 사람들이 위인으로 여기며 성역화 한 인물들의 추악한 면모를 조목조목 알려주셨습니다.
    진실을 알려주셨다는 이유로 교장실에 불려가셨고, 사회 교사가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걸었어요.
    지역 사람들 대부분이 윽박 질렀지만 선생님께서는 정확한 사실을 나열 하는 것 만으로 그들이 입을 오므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지치지 않고 끝없이 싸워오신 덕분에 우리 학교는 꼴통들이 득실대는 동네에서도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울 수 있었어요.
    다른 학교에서 역사를 배운 동갑내기들이 2찍남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30년 가까이 폐단을 깨부숴 오신 김경룡 선생님, 오늘도 여전히 교단에 서 계시네요.
    당신을 만난 건 제게 둘도 없는 행운이었어요, 감사합니다.

    (vahtOz)

  • 테라야 2025/07/09 18:53

    저도 김대중 당시 후보님이 빨갱이라고 듣고 자라서 첫 투표를 포기했어요
    대학에선 처음으로 518 광주 민주항쟁의 끔찍한 사실을 보고 듣고 나선 손이 벌벌 떨렸더랬죠
    그 이후 처음으로 내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바로 노짱이었슴다
    지금은 친정집에서도 시댁에서도 빨갱이가 되버렸는데요
    전 1찍인게 자랑스러워요

    (vahtOz)

(vahtO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