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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한열 합창단으로 1987을 보고 (스포)

시사회때 보고 한번 더 봐야 제대로 감상할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그저께 다시 보았네요.

 

80년대 연대 입학기수별로 합창단이 존재합니다. 기사에는 87이 이한열합창단을 주도했다고 나오는데 86이 주도합니다. 한열이와 같은 학번이거든요. 그 합창단 중에 원하는 단원들이 여러학번에서 자발적으로 모여서 이한열 30주년 기념식 시청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다 가을에 1987영화에 들어갈 노래 합창을 불러달라고 요청이 와서 다시 모여서 그날이오면, 가리워진길, 애국가를 녹음했구요, 아시다시피 가리워진길은 앤딩때 강동원과 김태리의 듀엣으로 교체되었고, 그날이오면은 저희들 말고 다른 두 합창단의 노래와 믹스가 되어 나온것 같습니다.


김태리가 삼촌에게 원망에 차서 한 대사 "원하는 그날이 오겠어?"

그러고 앤딩크래딧의 그날이오면 노래는 87항쟁의 승리와 이한열열사 장례식의 영상 배경으로 나옵니다. 

그날이 왔는데 이한열은 광주망월동묘지로 향했습니다...


사실 그날이오면은 노찾사의 여자싱글 후에 이어지는 합창노래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굳이 합창으로 썼는지를 생각해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주화여서 음악감독이 그렇게 결정한거 같습니다. 


가리워진길은 가사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두사람이 부른게 훨씬 좋았습니다. 2달 사이에 음악감독이 결정을 바꾼거겠지요. 


85년에도 직격탄은 있었습니다. 의대예과1년생이 맞아서 뇌수술 했습니다. 두개골은 짓이겨져서 떼어낼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정상으로 복귀해서 정신과의사가 되었습니다. 저도 다음해 맞은 적이 있었지요, 시위도중 2초정도 의식을 잃었었습니다. 다행히 멀쩡하게 돌아다니다 시위가 끝나고 거울을 보니 두줄로 평행자국이 이마에 나 있어서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제가 이한열열사에 부채의식이 있는건 6월 9일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시절이라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던 시절이기도 했구요. 후배를 지켜주지 못한 선배의 죄책감이 무의식의 한켠에서 늘 자리잡고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종철열사는 건대항쟁으로 1000명이 넘는 구속자를 만들며 학생운동을 초토화시킨 공안정권이 숨통마저 끊으려고 그렇게 무리했다고 봅니다. 그 자신감으로 전두환은 호헌선언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학생운동은 괴멸시켰지만 일반시민의 잠재된 분노는 과소평가했지요. 87년 6월항쟁은 개인적으로 작년 촛불시위보다 더 감격적이었습니다. 폭력진압을 하는걸 알면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진짜 그날이 오는구나...


그리고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를 겪으며 역사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굴러가는구나 생각했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보며 역사의 진보는 막을수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세상과 타협하며 살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려 노력하는데 어느선을 넘어버리면 세월호의 선장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살다보면 수많은 선들을 보며 지나옵니다. 앞으로도 선들을 많이 만날텐데 나이가 들면서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증폭되고 본인의 능력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떨어지면서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상입니다. 사회적으로도 고립되어 가지요. 


그러나 87항쟁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는 공고화 됩니다. 그런데 박종철열사 진상규명보다 못한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를 되새겨 봅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켜야 하는 역사를.

댓글
  • 안녕요정 2018/01/01 23:45

    태리양의 저 대사 아직도 넘 기억에 남고..
    엔딩의 그날이 오면과 문익환목사의 오열..ㅠㅠ
    좋은 글 너무나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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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진호 2018/01/01 23:46

    선배님 잘 읽었습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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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teem 2018/01/01 23:49

    감사합니다. 그 세월과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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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인프코맘 2018/01/01 23:51

    저도 오늘 이 영화를 보며
    그 시대를 역사책이나 소설로만 경험했지만 가슴이 뜨거워지고
    진짜 민주주의를 잘 지켜내는게
    무척 어려운 일이란걸 깨달았쵸
    덕분에
    촛불혁명의 주역인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나도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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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뷸라 2018/01/02 04:4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미 두 번을 봤는데도 장면 장면이 눈에 밟히는 군요. 결코 잊어선 안될 역사, 결코 외면해선 안될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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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띵맨 2018/01/02 21:29

    글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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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ronfrog 2018/01/02 21:32

    선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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