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다.
우리아빠는 아직도 14년 전에 산 34인치 구형티비를 쓰고계셨다.
그러다 지난주에 장난스레 티비를 좀 바꿔야겠다고
적당한거 하나 사서 바꿔달라하셨다.
알겠다고, 바로 50인치 제품 아버지 집으로 보내놓고 택배 도착하는 날
직접가서 설치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해댔다.
"옛날에 우리집에 전자제품 안되면 아빠가 다 고쳤는데 이제 내가하네"
"내아들이니깐 니가 해야지 이제"
마침내 티비연결이 끝나고 이제 잘보인다고.
전에 티비는 작아서 이제 눈이 어두워지셔서 자막이 잘 안보인다하셨다.
이제 큰거 샀으니 잘 보인다고 좋아하셨다.
"그래도 내게 더크다. 내거는 75인치다"
자랑질 하면서 헌거는 어쩔거냐고 했더니 가만 놔두란다.
엄마는 구질구질하게 쌓아놓지 말고 버리자 하니
"누굴 주던지 처박아놓더라도 안버릴거야"
하셨어.
영감탱이 또 고집부린다고 투덜대는 엄마를 뒤로하고
묵묵히 새 티비가 담겨있던 포장지에 헌 티비를 꼭 싸매고는
"아들, 이거 저위에 좀 올려놓자"
하시고는 둘이 같이 낑낑대며 장롱위로 헌 티비를 올려두었다.
"내 제일 힘들때 같이 있었는데 절대 안버리지."
맞다. 우리집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40년된 주택에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밤마다 지붕아래로 쥐들이 뛰어다니는 층간소음(?)을 겪으며 살던 때
매일같이 네 대에는 이 가난을 끊어야 한다며 당부하던 아버지가
큰 결심하고 샀던 나름 최신 LED TV였다.
그 후로 아버지가 귀촌하시며 혼자 보내던 외로운 1년간
그 티비는 떨어져 지낸 가족이요, 친구였으리라.
"저런거 100개도 더 사줄수있는데"
그 마음 알면서도 이제 내가 호강시켜주겠노라 하는 말에도
고집스레 한 번 더 쳐다보고는 다 큰아들 엉덩이 툭 치신다.
우리가족 열심히 산 덕에
지금에야 월세받는 집주인이 되셨고
자기 집 없는사람 없는 가족이 됐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은 아빠 인생에 고스란히 녹아있나보다.
그래도 그놈의 거
내가 갖다버린다! 했을때 오냐! 하는 날이 오기를
아버지에게는 또하나의 가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