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갤에 올리자니 부스 사진을 찍어둔게 없어서 그냥 유게로 옴
술 마시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고 주량도 그렇게 세지는 않은데
'맛있는 술'이라는건 뭔지 궁금해하길 n년차,
나랑 성향 비슷한 지인이 주류박람회 츄라이? 해서 2만원 내고 사전예약하고 갔다옴
1. 총평
2만원으로 수십종을 홀짝거려볼 수 있는 슈퍼-혜자 이벤트
전시회 행사할인도 상당하다보니 사가시는 분들은 진짜 무지막지하게 사감
2. 준비된 알콜홀릭들의 자세
내가 씹덕행사 갈 때 부스 배치랑 순서를 계획하고 지도 뽑고 출발하던 것처럼
타겟 부스위치를 숙지하고 폴딩카트/캐리어를 끌면서 체계적으로 다니는 분들이 참 많음
(특징: 카트에는 수많은 술과 입가심용 물&과자가 담겨있고 목에는 전용 잔을 걸고 계심)
술병이 무겁다보니 택배 접수도 있는데 그거 마감시간까지 다 계산하고 움직이는듯
행사 특성상 자차 끌고오기는 어려울테니
3. 취객들의 기묘한 예절
돌아다니는 수만명이 다 주취자다보니 난장판 한둘은 있지않을까 생각했는데 없었음
다들 알딸딸한 상황에서 역으로 더 정신을 차리려고 해서 그런가,
술집 화장실에서 취객들끼리 마주쳤을때 경험하던 150% 알콜-버프받은 예절이 있다
대신 다들 취해서 행동도 커지고 짐도 많다 보니 몸 부딪히는 빈도가 늘어나는건 어쩔 수 없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객은 역시 취객
주류박람회는 코엑스 3층인 C홀이고, 1층으로 내려오려면 길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타야하는데
에스컬레이터 타는 곳-내리는 곳마다 안전요원이 한분 이상씩 배치돼서 눈을 부릅뜨고 있음
(다른 전시회/행사 때는 이렇게까지는 안함)
화장실 가는 길목에도 계단 3~4단 정도가 있는 구간이 있는데
계단있다는 노란 안내종이가 더덕더덕 붙어있고 안내판도 세워져 있음
(역시 다른 행사 때에는 못봤던듯)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까지는 못봤는데
계단에 앉아있거나 벽에 등대고 바닥에 앉은 사람은 많음
일반 참관객 수만명도 관리하기 힘든데, 취객 수만명은 어떨지 차마 상상이 안가는 동시에
과연 행사때마다 몇명의 코가 깨지고 뼈가 부러졌을지 궁금해지는 준비성이었다
5. 주의점
부스에 따라서는 줄이 엄청 길고 대기 시간이 긴 경우가 있음. 가장 길게는 40분 서봄
이런 부스는 참관객 4~5명씩을 묶어서 술 여러개를 순서대로 소개하며 시음시켜주는데
술 8종을 시음하던 부스는 한 사이클에 5~10분은 걸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듯
물론 이런 부스가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줄 짧은 부스만 노리면 되는데
유명한 부스는 시음 시간도 시간표 짜서 정해두고, 사람들도 몰리다보니 잘 준비해야함
마오타이주 못 마셔본게 좀 아쉽다
6. 그래서 맛있는 술은 있었는가
맛있는 술은 많음
내가 와인을 별로 안좋아했던게
일반 와인은 포도껍질맛(탄닌맛)+알콜이고 스위트와인은 포도주스+알콜 정도로 느껴졌는데
국산 포도로 빚었다는 모 와인은 시골에서 할머니가 내주시던 포도알 맛이 났음
맥주는 참 별의별 맛이 다있고, 와인도 참 별의별 맛이 남
사과나 딸기로 빚었다는 투명한 와인에 탄산이 있으면 시트러스맛 강한 맥주같기도 함
똑같은 40~50도짜리 알콜 싸아아한 술인데도
뭐는 향이 입에 넣는 순간부터 나고, 뭐는 목구멍에서 뒷맛으로 피어오르는 차이가 있음
어디 전통주는 도수는 높은데 쌀뻥같은 희미한 단맛이 도수를 은은하게 다 덮어주더라
70도 짜리 술은 딱 하나 먹어봤는데
40~50도짜리가 식도 윤곽을 체험하게 한다면, 이건 혓바닥 형태부터 알게해줌
부스 직원분이 힘들면 숨 내쉬어서 날리세요~ 하는데 이게 식품에 쓸 서술인가
그래도 70도만 갖고있는 빠와가 있다는 건 알게됨
위스키는 처음 먹어봤는데 나무 맛인데 왜 나무가 맛있지 싶은 맛이 남
걍 맛있는 음료를 마시면 되지, 알콜이 있을 필요가 있나?가 아니고
알콜이 있어서 완성되는 맛이 있다는걸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7. 그래서 알중이 될 것인가
술이 맛있다는 건 알게됐고, 술 가격을 둘째쳐도, 나는 술 마시면 두통이랑 근육통이 딸려온다
그리고 세상에는 고통이 딸려오지 않는 맛있는 것들이 많지
쨍그랑 들림?
참가업체 이름?이면 부스 이름을 안보면서 다녀서 모르겠고
뭐 작살나는 소리를 들어봤냐?는 거면 못들어씀
글쓴이가 못 들은걸 걸?
나는 갈 때 마다 1시간에 1번은 들었던거 같은데 ㅋㅋㅋ
부산에서 하면 한번 가보고 싶구만..
부럽다
난 가고 싶어도 매년 행사 일 쯔음에 가족행사나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못 가봄 힝
초반엔 다들 쌩쌩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취한 사람들이 나옴
점심 지나고 가서 5시인가까지 있었는데 다들 정도는 다르지만 뻘겋게 변해가더라
아 주류박람회 했었구나
알았으면 가볼껀데
올해도 폴딩카트랑 캐리어 반입시켰음?
이게 쾌적한 관람 방해하는 1순위 요인인데
폴딩카트, 캐리어 둘 다 있더라
꽤 걸리적거리긴 했음
회사 동료 최근 차 박람회, 도서 박람회, 이번 주류 박람회까지
코엑스 다니면서 엄청 즐거워하더라 ㅋㅋ
친구넘이 매년 가서 추천하긴하더라
나도 맛있는 술은 좋아하지만
그만큼 돈이들어서 시작도 안하고있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