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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드라마가 고증 씹어 먹는 이유


메디컬 드라마가 고증 씹어 먹는 이유_1.jpg


보통 고증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욕을 먹는 것은 작가지만,

의외로 작가가 철저히 고증을 지키려 해도

필드에서 거절 당하는 경우가 제법 있음.


특히 고증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면

십중칠팔은 작가가 아니라 연출 쪽 문제임.


물론 얘네들도 이유가 있어서 이럼.

연출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그림이 잘 나오는가니까.

고증 따위가 포트폴리오 챙겨주는 건 아니거든.



메디컬 드라마가 고증 씹어 먹는 이유_2.jpg


이것도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님.

하지만 연출 쪽(+감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그림과 내용이 깔끔하게 전달되냐임.


메스를 곧이곧대로 손잡이 부분으로 건넸다간

그게 메스인지 쇠막대인 지를 시청자가 모름.

그러니 '이거 메스입니다'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날 부분을 떡 하니 보여주는 거지.

고증?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딴 거 따지고 있다가는 그림이 안 나옴.


이런 걸로는 작가와 연출이 싸우지도 않음.

서로 머리 쥐어뜯을 일이 너무 많아서

이 정도는 그냥 잘잘한 스트레스일 뿐임. 



메디컬 드라마가 고증 씹어 먹는 이유_3.jpg


수술실이야 당연히 사람 살리는 데니까

최대한 그림자 안 지게 해서

수술 부위 깔끔하게 보는 데 의미가 있지만,


고증이 포트폴리오 책임져 주는 거 아님.

감독과 연출 입장에서 실제 수술실은

포커싱 잡기 애매한 개산만한 장소일 뿐임.

수많은 수술 도구부터 장비까지,

보는 사람 시선을 산만하게 흩어 놓는 것들로 가득함.


괜히 영화 기법 이야기할 때

조명 이야기를 강조하는 게 아님.

이건 작가가 아무리 고증 떠들어도 이도 안 박힘.

고증이 감독 포폴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다큐멘터리 찍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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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딱히 누구 잘못이라 할 거 없이

대체적으로 작가와 감독, 어른의 사정 탓이 맞음.


밀어주는 배우에게 분량 더 넣어주려면,

그리고 쓸데없이 인물들 많이 나와서

보는 사람 헷갈리게 만들지 않으려면

잡다하게 캐스팅 늘어날 요소는 쳐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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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복합적인 문제인데,

대체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배우임.


비싸게 불러 놓은 배우인데

마스크로 수술 내내 얼굴 가리고 있으면

그 비싼 값은 언제 하라고.

캐스팅한 입장에서도 싫은 일이지만,

배우(+소속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음.


게다가 얼굴을 가려 놓은 상태에서

목소리로만 분노의 감정을 전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임.

시각에 의존하는 정도가 많은 탓에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분노를 못 알아채는 경우도 있음.


설령 배우가 '아 원래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해도

소속사 입장에서는 '우리 애 데려다 놓고 뭐하심?'이 됨.

무엇보다 스탭은 헐값이지만 배우는 비싼 분임.

하자시는 대로 해야지... 가 되는 거.



메디컬 드라마가 고증 씹어 먹는 이유_7.jpg


이것도 필드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고

무엇보다 내가 현직 종사자는 아니다 보니

디테일한 면에서는 좀 설명이 시원찮을 수 있음.


어디까지나 대체적으로는 이렇게 굴러가더라,

작가랑 연출, 감독이 븅신이라 이렇게 만든 건 아니다,

정도로만 봤으면 좋겠음.


댓글
  • Lapis Rosenberg 2025/06/25 12:39

    그냥 세세하게 검수해주는 사람 없어서 그런거 아니냐

    (R2Akmr)

  • 스컬 크래셔 2025/06/25 12:46

    의사 하나만 붙어도 바로 검수 끝날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안 하는 이유야 뭐...
    그리고 연출 쪽이 이런 프레임을 좋아하긴 한다더라.
    자기네들이 먹을 욕을 대부분 작가가 대신 가져가서.

    (R2Akmr)

  • 사와리네코 2025/06/25 12:40

    직업병이라 어쩔수 없어
    평소엔 그걸로 쥐잡듯이 갈궈지거든

    (R2Akmr)

  • 말루 2025/06/25 12:42

    1번은 이상한데 고작 메스 날방향으로 그림차이가 얼마나 난다고 생각드는대

    (R2Akmr)

  • 스컬 크래셔 2025/06/25 12:45

    많이 나지, 우리 생각보다도 훨씬.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항상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면 모를까
    흘깃흘깃 쳐다보다 저 씬에서 '아 메스도 아니고 뭔 쇠막대를 줘' 하고
    딴죽 걸기 일쑤임. 그럴 바엔 직관적인 게 편하지.

    (R2Akmr)

  • 말루 2025/06/25 12:46

    수술실에서 쇠막대가 튀어나오겠나 어차피 바로 다음씬에서 절개들어갈텐대 직관적인걸 넘어 과다해

    (R2Akmr)

  • 말루 2025/06/25 12:47

    메스 아니어도 수술실에선 도구나오고 거의 다음씬에 사용장면이 나오는걸

    (R2Akmr)

  • 스컬 크래셔 2025/06/25 12:48

    과다할 필요가 있지, 시청자들은 많고,
    그 많은 시청자들이 다 너처럼 똑똑하지는 않음.

    (R2Akmr)

  • 가면야옹이 2025/06/25 12:50

    단순 고증이 중요한 거면 그냥 CCTV를 보는 거랑 다를 게 없지
    서사의 전달은 얼마나 효율적, 효과적, 직관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거고,
    그래서 연출이 필요한 거니까 ㅎㅎ
    고증 때문에 연출을 제대로 못한 작품은 당연하게도 대중의 선택에서 밀릴 뿐 아니라 작품성 평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음

    (R2Akmr)

  • 가면야옹이 2025/06/25 12:52

    현실과 연출의 차이를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인물간의 대화임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서사 매체 속 대화가 얼마나 정제되어 있는지 알 수 있음

    (R2Ak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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