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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해서 정확히 10번째로 극장 반딧불이에게 항의했습니다.

저는 영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극장에 자주 다녔죠.
 
평생 한국살면서 개개인의 매너가 해가 다르게 좋아져간다는걸 느낍니다.
확실히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물론 아직도 몰상식한 인간들이 수도 없습니다만, 10년전, 20년전에 비하면 정말 좋아진겁니다.
저 어릴적만해도, 거의 모든 방면에서, 지금으로치면 개진상소리 들을만한 행동들이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그런걸 지적하면 지적한 사람에게 팍팍하다, 각박하다 욕하는 시대가 더 길었죠.
그래서 사회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체감해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극장매너만큼은 너무 더디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물론 저 어릴적에 비하면 조금은 더 나아진 것 같긴합니다만.. 그렇게 큰 차이도 안나는 것 같아요. 유독 극장만.. 참 이상하죠..
 
아무튼 제목에 썼듯, 어제자로 딱 10번째로 극장에서 폰쓰면서 주위사람들에게 피해주는 사람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물론 극장 자주가는 입장에서 반딧불이에게 당한 경험이야 훨씬 많습니다. 지난 5년간 100번도 넘을걸요? ㅎㅎ
 
그런데 줄곧 참아왔죠. 거기에 직접 지적을 해야겠다, 마음먹은게 지난 9월이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9월의 어느날에 너무 심한 (최대밝기, 내가 그 인간 카톡내용 다 읽을 수 있을만큼 장시간 노출 등) 일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나도 모르게 "폰 끄시죠." 소리가 나왔었거든요. 그 날 절 힐끔 보더니 그 뒤로 한번인가 더 켜서 잠깐 확인하곤 가방에 완전히 집어넣더군요.
그 날 이후로, '앞으론 말을 해야겠다.' 결심했었습니다.
 
그렇게 석달이 지났고, 어제 10번째 반딧불이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이번엔 경우가 좀 심각했죠.
크로스핏 센터에서 친해진 친구랑 라라랜드를 보러갔는데 바로 옆자리 커플이 반딧불이들이더군요. 커플..이 아니라 부부일수도 있겠군요.
어두워서 잘은 모르겠지만 30대 중후반 이상은 돼보였으니까요.
 
계속 껐다켰다.. 좀 참았습니다. 친구가 그 커플들 바로 옆이었어서.. 친구가 가만있는데 제가 나서긴 좀 그랬거든요, 처음엔.
그러다 친구가 "눈부셔서.. 좀 꺼주실 수 있을까요?" 하더군요. 그러자 남자는 짜증난다는듯 제 친구를 노려봤고, 여자는 잠시 나갔다오더군요.
그 사이에도 남자는 적어도 서너번은 폰을 껐다켰다 했습니다. 침착한 친구와 달리 제 속은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그런데! 와씨.. 여자가 돌아오자, 남자가 앞부분을 일상대화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하는겁니다 ㅋㅋㅋ
진상진상개-진상 진짜 ㅋㅋㅋㅋㅋ
 
남자가 뭘 어쨋고 (스포방지로 생략), 여자는 어떻게 했고.. 이게 제 귀에 쏙쏙 박혔습니다. 설명도 못하더군요(그런 의미아니다 시키야)
친구가 어떤지 슬쩍 봤는데, 그냥 더이상 말안하기로 정했는지 가만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뒤로 서너번 대화, 여서일곱번 폰켜기를 반복했습니다. 대화는 남녀모두 했고, 반딧불은 남자 혼자.
남자가 여덟번째 폰을 켰을때, 저도 더는 못참고 친구 너머로 바로 삿대질해줬습니다.
 
"끄세요. 눈부십니다." 했더니 남자가 또 노려보더군요. 기분 더럽다는듯.
그래서 잠깐 마주보다가 "끄라고." 했습니다. 끄더군요.
 
"그리고 조용히 하세요. 두분 다. 계속 참고 있었습니다." 했더니 짜증난다는듯 힐끔거리긴 하는데 어쨋든 해결은 됐습니다만,
그런데 그 뒤로 한번 더 폰을 켜더군요. 입에서 저도 모르게 "이런 C.." 까지 나왔습니다만, 친구가 팔을 꽉 잡아서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 뒤 30~1시간여는 별 일 없이 보긴 했고, 끝나자마자 그 커플은 바로 후다닥 나가버리더군요.
 
암튼.. 조금 밍밍하지만 어제까지 딱 10번 채운 기념으로 적어봤습니다.
 
그런데.. 10번 지적하는 동안 반딧불이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 달랐습니다만, 딱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뭔지 아십니까?
'반드시, 한 번 이상은 더 켭니다.' 이건 단 한명도 빠짐없이 전부 다 그랬어요.
 
왜 그런줄 아십니까? 본인이 지적받아서 끈게 아니라는걸 표현하는겁니다ㅋㅋㅋ 내가 너때문에 끈게 아냐- 하는거죠.
치졸의 끝이죠? ㅎㅎㅎ 몰상식한 인간들은 반성도 절대 안합니다. 그런 주제에 알량한 자존심은 꼭 드러내죠.
 
10번 지적하는 동안 가장 어이없던 반응은 어느 20대 여성의 "왜요?" 였고,
가장 바람직했던(?) 반응은 "아, 네!" 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 조차도 그 뒤로 한 번 더 켰어요ㅋㅋ)
 
왜요?했던 분과는 말이 안통할 것 같아서,
그냥 바로 나가 직원에게 이러저러해서 영화를 못볼 것 같다, 했더니 환불해주고 다른 날 무료예약도 해주시겠다더군요.
다만 전 그때도 잠깐 시간내서 온거라 무료예약은 정중히 거절했었습니다.
 
음.. 의식의 흐름대로 썼더니 결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여러분도.. 혹 극장비매너들을 계속 참아오셨다면 용기내서 한번 항의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래야 조금씩 극장매너도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처음 말꺼내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만.. 역시 직접 지적하는게 나은 것 같습니다.
댓글
  • 리크리모사 2016/12/20 12:45

    반딧불이들은 박멸해야죠 극장가서 영화볼때 반딧불이가 출현하면 전 조용히 말합니다... 폰좀꺼주세요라고... 제 인상이 더러운건 덤이지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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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운하루 2016/12/20 14:53

    저도 광과민성이라 어둔운데 반딧불 만나면 힘들어요 ㅠㅜ 잘하셧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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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을헤는밤 2016/12/20 15:05

    중앙자리 젤 왼쪽에 앉아있었는데 나보다 세칸정도 앞에 왼쪽잘 맨 오른쪽에 앉은 어떤 중딩(?)인지가 영화 관람 내도록 핸드폰을 아예 켜놓고 있는거에요...
    화면을 보다보면 옆으로 계속 그 불빛이 조그맣게 아른거려서 진짜 미치겠는데 자리가 나름 멀다면 멀어서 직접 얘기하기도 민망한 상황...
    결국 엔딩크레딧 올라가면서 극장 전체 불이 켜지고 그 문제의 아이가 뒤돌아 올라오는데 대놓고 손가락으로 삿대질 하면서
    " 나 얘가 핸드폰 켜놓고 있는 바람에 영화 제대로 못봤어" 라고 완젼 크게 말했네요.
    그 아이와 나랑 둘다 얼굴 빨개진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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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니린 2016/12/20 15:35

    아 이거 어젠가 그제 다른글에도 댓글 달았는데 지난주 토요일.12월17일 춘천퇴계 CGV 3시 라라랜드 보러갔습니다. 저는 오른쪽 4자리 있는데 중에 제일 통로쪽으로 있었고 제 5칸 정도 앞에 분이 계속 핸드폰을 켜고 있길래 뭐하고 있나 봤는데 유심히 봤더니 페이스북 하고 있더라구요 ;;; 아니 영화가 재밋고 재미없고는 뭐 개인취향이니 그렇다 쳐도 페이스북은 무슨 개념인가 싶어서 .. 가까우면 말이라도 했을텐데 .. 그러고 났더니 정중앙 자리에 앉아계신 저 바로 앞줄에분이 카톡을 계속 하시더라구요 .. 저 진짜 그런거에 무딘 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ㅡㅡ 너무 화가나서 나올때 그 페북하시는분이 다행히(?) 천천히 나가셔서 아니 영화보면서 페이스북을 왜하지 진짜 .. 이해가 안되네 .. 하고 왔어요 그냥 .. 내라라랜드 돌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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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I우민 2016/12/20 15:56

    극장반딧불이가 뭔가했는데ㅋㅋㄱ정말 노매너예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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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7 2016/12/20 15:58

    폰딧불이들 부들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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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_소나기 2016/12/20 16:00

    참;; 정 급한 거면.. 좀 가리기라도하고 하지. 뒷 사람 보란듯이 치켜 들고 보는 사람들은 정말 노 이해더군요.. 걍 후레쉬 켜서 눈뽕 하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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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Ω 2016/12/20 16:05

    저도 예전에 옆자리 끄라고 하니까
    끄긴하는데 안절부절 못하더라고요ㅋㅋ
    그럴꺼면 핸드폰이나 보지 왜 돈 내고 영화를 보는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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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gdha 2016/12/20 16:11

    저는 하는 일이 지랄맞은 관계로 가끔 영화보는 도중에 연락이 올 경우가 있습니다. -_-;;;;
    그래서 전 언제나 극장 맨 뒷줄 복도 바로 옆을 자리로 잡죠.
    그래서 연락이 오면 전화기를 들고 냅다 극장 맨 뒤로 뛰어가서 문 뒤나 구석으로 가서 확인을 하죠. -_-;;;
    저는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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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안알랴줌 2016/12/20 16:30

    처음에 지적받아서 끈다음
    자꾸 진동오니깐 완전히 꺼버릴려고 켠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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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해민. 2016/12/20 16:35

    거의 십년됐나요? 브롴백마운틴 한참 상영중일때였죠. 저는 진작부터 히스레저 팬이어서 영화를 보러 갔는데 눈물 줄줄 흘리면서 봤었습니다. 연기 시나리오 연출 모두다 완벽했죠. 당연히 재탕 삼탕을 하는데 삼탕째였나? 이십대 삼십대로 보이는 남자가 극 초반부터 좀 어휴어휴 하면서 안좋아보이더니 이십분 이상을 계속 '통화'를 하더라구요. 호모포비아인데 영화가 평좋아서 모르고 본것같지만 그거야 내 알바아니고 가서 머리채 잡고 싶더라구요 ㅡㅡ 그러더니 중간에 휙 나가대요. 같은 줄에 외국인도 앉아서 감상중이었는데 국격 하락하는 소리 들려서 쪽팔렸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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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rmione 2016/12/20 16:42

    지적 받고난 후에도 한번은 켠다는거 대박이네요ㅋㅋㅋ 생각해보니 진짜 법칙 수준ㅋㅋㅋ
    전 바로 옆자리에서 영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콧물 먹는 사람에게 시달렸는데
    그것도 미치겠더라구요ㅠ 근데 이 사람은 반딧불이기도 했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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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다가 2016/12/20 16:55

    반딧불이는 아니지만 영화볼때 참 거슬렸는데 차마 말을 못한적이....
    바로 앞자리에 키큰 올 대머리 아저씨 앉았을때..
    영화 장면 바뀔때마다 머리가 반짝 반짝 빛을 반사하는데 차마 방해된다 말은 못하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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