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은 시내버스였고 1년 근무했다
취객들 처치곤란이라 경찰 부른 적은 많았는데 한번도 내게 직접적으로 욕지거리 한 사람은 없었다. 손찌검 하려다가 폴리카보네이트 벽에 막히고 그랬던 적은 있었지만
지금 직장은 광역버스이고 1개월 반 지났다
준공영제 전환된 회사지만 아직 수요에 비해 차와 기사가 모자라 평일이든 주말이든 저녁만 되면 서울시내 끝자락 정류장에선 만차가 되어버리곤 한다.
고속도로를 오르는 노선이므로 입석금지가 전면 시행되었기에 기사는 만차시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
오늘도 만차가 되었는데, 어떤 젊은 남자 앞에서 딱 끊어져 버렸다.
“손님 잔여좌석이 없습니다, 못 타세요“
난 평소에 항상 손님들에게 친절히 대하려고 노력한다,
퉁명스러운 모습보단 서글서글한 게 손님들이나 나에게나 훨씬 심적 부담이 적으니까, 그래서 이 경우에는 더더욱 미안함을 담아 이 말을 전했다. 하필 자신 앞에서 끊기니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서
그런데
그 남자는 내 말을 듣더니
“아 못타요??“
이렇게 말하고선
“ㅆㅂ 뭐야!!!!“
대뜸 엄청난 성량으로 욕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계단을 내리면서 돌아간다.
버스 맨 뒷자리 손님들까지 깜짝 놀랐고, 면전에서 졸지에 쌍욕을 들은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나도 맞서 욕해야 하나? 뻐큐라도 해야 나도 속이 풀리겠는데 그러면 CCTV 찍혀서 나도 괜히 책잡힐테고 괜히 맞반응하면 상대가 더 과격하게 나와 일이 커지겠지…. 그래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자‘
빠른 판단 후 무대응으로 문을 닫고 곧 출발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지 않다.
핸들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고속도로 올라감을 앞두고 안전밸트 착용을 안내하는
내 목소리와 말투에 더듬거림과 혼란스러움이 섞였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현실적인 이유로 저 인간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분하고 서러웠다.
막탕이었는데, 손님들을 차례차례 하차시켜드리며 운행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어떤 정신으로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심하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입장에 서러워하다가
결국 그냥 체념하고는 마음의 벌어진 상처를 그냥 바람맞히며 거의 종점 가까이에 이르렀는데,
아까 욕했던 그 남자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손님이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사님 너무 고생하셨어요, 힘내세요, 화이팅!“
벌어진 마음이 봉합되는 기분이었다.
그 분 덕분에 오늘 다행히도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이름 모를 손님
나쁜 건 다 잊고, 내일은 휴일이니 쉬자.
넌 잘못한거 없어... 너무 속상해 하지마...
좃같은새끼네 못타면 못타는거지 소리는 왜질러
밧줄로 버스 뒤에 매달아벌라...
기사유게이..힘내
넌 잘못한거 없어... 너무 속상해 하지마...
좃같은새끼네 못타면 못타는거지 소리는 왜질러
밧줄로 버스 뒤에 매달아벌라...
기사유게이..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