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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욕하는 남편 / 화나면 감정컨트롤 안되는 남편 두신 분

음 . . . 이런 글들이 어쩌다가 올라오곤 하는데,

정말 공감이 됩니다.
제 남편도 그랬었거든요. (과거형임이 중요!)

이런 남편분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희 남편도 해당되었었음)

1. 평소엔 진짜 잘한다.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
2. 화날 때만 180 도 변함 (욕하거나 물건을 부숨... 심한경우 폭행)
3. 남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말빨이 좋다. (그러니까 계속 살겠지요 ㅠㅠ)
4. 어린시절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음 (부모님 이혼, 또는 엄마의 가출 등등... 핑계거리가 있음 그래서 동정심 유발)

저는 남편과 함께한지 9 년정도 되었는데요,
저희 남편 또한 화나면 돌변한다는 점 빼고는 . . .  평소에 진짜 잘합니다.
어느 정도냐하면 . . . 제 친구들은 남편이 화낼때 또라이란걸 모르는데.... 세상에 이런 남자는 저희 남편밖에 없을거라면서
남편의 반의 반만 닮은 남자만 나타나도 좋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저희는 둘 다 일을 하지만...
남편이 집안 청소, 빨래, 설거지를 100 % 도맡아 하며 육아는 95 % 이상 합니다. (아기 목욕, 밥먹이기, 등하원, 준비물 챙기기 등등)
요리는 그냥 한쪽이 바쁘면 한쪽이 하는 정도.
남편은 술을 안마십니다, 그리고 담배도 끊었어요.
친구 만나러 가도 맘편히 갔다오게 해주고 데릴러 옵니다.
절대 강요한 것이 아니에요. 
본인 입으로 제 행복을 위해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를 위해 해주고 싶다구요.

여기까지 보면 완벽한데, 본인이 화가나면 감정컨트롤이 안되었었구요.
좀만 말대답을 하면 화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소리지르고 ㅆㅂㄴ, ㄱㄱㅇㄴ, ㅁㅊㄴ, ㅆㄴ 등의 욕을 하고,
리모콘이나 의자 책상을 부셔먹었었음 (과거형) -_-

하... 이걸 보면 정말 완벽한 남자는 있을 수 없단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ㅋㅋ
평소에 너무 잘하니까 그냥 참아야하나 생각했는데 싸우게 되면 제가 미칠것 같아서 안되겠더라구요.
우울증이 오고 자살하고 싶고 -_- 이럴거면 왜 사나 . . . .

전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봤습니다.

1. 입 꾹 다물고 아무말 안하고 울기만하기
2. 먼저 미안하다고 달래주기
3. 부부상담
4. 같이 화내기

등등.....

결국 이혼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이혼 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 라고 생각했어요.
이 중 같이 죽자고 화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듯 하구요.
남편이 진정하고 내 기분을 풀어줄 용의가 보일 때까지 아얘 말을 안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본인 정신건강에도)
그래서 화를 풀어주러 오면 "내 말을 끊지 않고 다 들어줄 수 있는지, 그리고 사과해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근데 정말 기적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더라구요.
ㅠㅠ
그렇게 9 년에 걸쳐서 조금씩 나아지니.... 지금은 새사람이 되었음... ㅠ_ㅠ

일단 중요하것 3 가지는 이거인 것 같아요.


1. 나는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당신이 이러는 것은 너무 힘이 들어서 죽고 싶어
2. 그래서 당신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혼할 수 밖에 없어
3. 남편의 노력에 대해 칭찬해주기


이 1,2 번을 각인시켜주어야합니다. 
정말 이혼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합니다!!

...그래서 부부상담 절대 안받겠다던 남편인데 상담도 함께 받았구요,
병원 절대 안가겠다던 사람이 병원도 갔다왔어요. 

사실 부부상담이나 병원이 준 도움은 미미했구요,
결론적으론 둘이 헤쳐나가야하는 거더라구요.

하지만 다툴 때 제가 강하게 나갔기 때문에
결국은 남편도 변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아내를 사랑한다면 변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했던 노력은 . . . 
왜 그 상황에서 그렇게 화가 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혹은 거친 표현을 했을 때 왜 그게 잘못된 것인지 역지사지로 들려주기.
(당신은 만약에 내가 이 상황에서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이런식으로 조근조근 말해줍니다)
그러면 약간 충격을 받으면서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심한지 깨닿는 것 같아요.
또 원하는 것 말해주기.
(절대로 물건은 던지지 말았으면 좋겠어. 내 말이 끝날 때까지 끝까지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등등 최대한 구체적으로
대화가 힘들면 글로 적어서 진정되었을 때 보여주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남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다고 생각된다면.
칭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제 싸울 때, 힘들었을텐데도 소리 안지르고 잘 참아주어서 고마워. 나를 위해 노력해주어서 고마워"

꼭 싸우지 않았더래도 평소에 칭찬해주세요.

"요즘 당신이 화를 잘 안내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다"
"당신은 화만 안내면 정말 완벽한 남자인 것 같아"

이래서 지금 싸우는 다투는 현저하게 줄었구요 =_= 잘 안싸워요 한 한달에 1 번 싸우는 것 같은데,,, 
다퉈도 물건을 던지지 않고 욕도 하지 않아요.ㅜㅜ
이제 거의 90 % 이상 정상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언성이 살짝 높아지는 정도까지 갔다가 밖에 나가서 바람쐬서 정신 가다듬고와서 화해 하고 끝납니다. 
(보통 30분-3시간 이내 화해, 길면 다음날 화해)
9 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사람이 변하는게 가능하긴 가능하구나 . . . 신기합니다 ㅠ _ ㅠ 
과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 감격의 눙물이....

그래서 폭언하는 남편을 두신 분들 . . . .
그냥 헤어지는게 답이라고 말씀드리진 않아요.
둘의 관계는 둘만 알겠지요. 
단편적으로 한 이야기만 듣고 남이 헤어져라 이혼해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요.
하지만 사과한다고 받아주고 '그래 평소엔 잘하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시면 안돼요 ㅠ ㅠ 
사람 죽이고 사과한다고 해결되나요? 
폭언이 곧 폭력이고 살인이고 사과한다고 죽은사람이 살아나지는 않잖아요.
받아주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가정폭력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정말 괜찮은 남자고 아내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아내가 남편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바꿀 수 있거든요.
그때 글 쓰셨던 분들, 아니면 남편 폭언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
계속 안고 가지 마세요 ㅠㅠ 병 생깁니다.
노력하면 바뀔 수 있어여 ㅠ ㅠ
그런 글 올라올때마다 제 옛생각이 나서 남일 같지가 않네요.
안타까운 마음에 적어봤어요.
댓글
  • 잘할꺼야 2016/12/20 00:03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라는데 그 어려운걸 해내셨군요....
    남편이 서서히 변할 그 시간동안 인내하고 참고 기다려준 작성자님 정말 대단하세요.
    보통은 포기하고 갈라서거나.......계속 그렇게 살터인데 남편에게 작성자님은 완전 은인....
    이혼하면 하더라도 그 전에 모든 방법을 동원하셔서 후회없이 노력해보겠다! 이런 결심도 대단하고요.
    앞으로는 쭉쭉 남편분과 서로 알콩달콩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YuCi4n)

  • fibi 2016/12/20 02:00

    그런 남자 안만나는게 최선이겠지만
    만났다면 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죠.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는 선 내에서요....
    작성자님의 노력이 참 대단하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YuCi4n)

  • Cynicat 2016/12/20 03:15

    눈물이..ㅠㅜ 결단과 추진력, 남편에 대한 사랑...그리고 자신을 놓지 않은것까지..정말 대단하세요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쭉 꽃길이시길..아울러 정말 많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YuCi4n)

  • 도담온동 2016/12/20 04:05

    저희 아버지도 이런 타입이셨는데 어머니는 정말 끝까지 참아내셨습니다. 중간에 두 분이 심각하게 이혼까지 고려할 정도로 관계가 깨졌던 적이 있는데 자식들때문에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시더니 지금은 서로 동등한 관계가 되었고 지금은 둘도 없이 서로를 아끼시며 잘 지내십니다. 저희 아버지는 가끔 욕은 하셔도 이제는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행사하시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는 말에는 동의하나 저는 저희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를 보며 사람이 변할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정말 괴롭고 가족 모두가 괴로운 과정을 같이 버티고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저와 제 동생은 불과 몇년 전까지 부모님의 이혼을 찬성했습니다. 제발 이혼하라고 빌 정도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를 못 버텨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제 동생도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아픈 부분, 서로에게 상처받았던 부분들을 서로에게 다시 치료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바뀌는 것에는 많은 이의 희생과 상당한 인내와 자기 자신이 변하고자 하는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강단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감내하면 바뀌기도 합니다.

    (YuCi4n)

  • 하노 2016/12/20 04:42

    사랑이 사람을 바뀌게도 하네요. 하지만 일방적인 노력을 하다 지치는 사람도 봐서... 워낙 케바케 ㅠㅠ
    작성자님 진짜 대단하세요. 그걸 극복하기까지 정말 힘드셨을텐데 ㅠ 앞으로 쭉 알콩달콩 사시길 바라요^^

    (YuCi4n)

  • 음란마.귀. 2016/12/20 07:30

    저는 유부남인데 궁금한게 있는데 남편이 살림을 거의 다 하는데도 남편이 물건을 부술정도로 화가 날 일이 생긴다는게 신기하네요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하고... 유부남들이봐도 100점짜리남편인데요
    글만봐선 누가먼저 화나게 하는지가 안써있어서 말못하겠지만 얼핏보기엔 저렇게 잘하는남편을 저정도로 화가나게 할만한 행동은 아내가 하는것으로 보이기때문에 뭣때문에 싸우는지정말 궁금하네요

    (YuCi4n)

(YuCi4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