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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너스 관람 후기.jpg


Sinners Main Pos...


심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씨너스랑 그리드맨 유니버스 둘 중 하나여서 뭘 볼까 고민하다가 씨너스를 보러 갔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음악 영화이면서 시대극이면서 호러 영화라는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정말이지 독특한 영화였다.



블랙팬서' 속편 2022년 5월 개봉…


사실 개인적으로 라이언 쿠글러 감독에 대해 그렇게 고평가를 하진 않았었음

내가 본 이 감독의 유일한 작품이 블랙 팬서였는데 일단 블랙 팬서 캐릭터 개인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블랙 팬서 세계관이나 설정 자체가 나는 좀 짜친다고 느꼈었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시빌워에서 맘에 들었던 블랙 팬서 특유의 날렵한 액션을 보라방구 뿡뿡이로 조져버렸기 때문에...


근데 이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음. MCU가 이 감독의 족쇄가 아니었을까? 하고...


영화에 정말 많은 상징과 은유가 담겨 있지만 사실 영화가 그렇게 난해하다거나 크게 어려운 영화는 아니었음

모르고 보고 가더라도 그냥 영상미와 음악 자체가 압도적이라서 그거만 봐도 취향에 맞으면 2시간 내내 즐기면서 볼 수 있음

(물론 난 블루스 음악은 정말이지 극혐이다 하시는 분들이라면야 뭐....)



Hailee Steinfeld & Michael B. Jordan Bare Their Fangs In New

스포일러 태그를 달긴 했지만 영화 줄거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을거고 내가 느꼈던 점들 위주로 정리하자면


먼저 왜 하필 그 수많은 괴물들 중 뱀파이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처음에 나온 뱀파이어가 백인이어서 아 시대적 배경을 따라서 악역 백인 vs 선한 흑인 구도로 대비하는 건가 했는데

뭐 100퍼센트 틀린 건 아니지만 정작 메인 뱀파이어가 "하얀 흑인"이라는 취급을 받았던 아일랜드 인이라는 건

감독이 단순히 백인 vs 흑인 구도로 그려내려고 한 게 아닌 건 분명함


개인적인 해석으론 뱀파이어는 억압받는 소수자들 사이에서 번지는 절망감 그리고 그런 절망감 끝에 결국 같은 약자에게 향해지는 악의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함



영화) 씨너스 관람 후기.jpg_1.png


영화의 서브(?)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스모크 & 스택 형제는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참전 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잘못 타고난 탓에 그들을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갱단에서 일하게 됨


정부의 힘이 강하지 않았던 나라들에서 처음에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결성됐던 자경단들이

결국에는 다른 약자들을 갈취하며 살아가는 조직범죄, 갱단으로 변질되는 건 매우 흔한 일이었지


그리고 참전 용사가 이런 갱단에 취직해야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야말로 좌절된 아메리칸 드림, 주류에 진출하지 못한 소수자들의 절망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고


아일랜드 갱단, 이탈리안 마피아, 흑인 갱단 등등 인종에 기반한 이들 갱단은 서로 이권을 다투면서

자기들의 인종, 문화에 자부심을 나타냈지만 현실은 이들도 자기와 같은 처지의 약자들을 갈취하며 살아가는 범죄자일 뿐이었음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이러한 절망과 악의는 인종과 계층 그리고 성별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 결국 서로가 서로를 감염시켜 타락하게 만들고, 한 번 타락한 이들은 죽을 때까지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음지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됨

마치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만 살 수 밖에 없는 뱀파이어처럼 말이지



Sinners' Breakout Miles Caton Didn't Know He'd Signed On for a Vampire Movie | Vanity Fair


그러나 이런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삶을 노래하는 이들은 항상 존재해왔음

영화의 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목사의 아들" 새미가 바로 뱀파이어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와도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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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 예술이 피어난다고 블루스, 재즈 등의 예술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폭력이 극심했던 시기에 탄생했지


영화 속에서 새미는, 자신과도 같은 약자를 향해 끊임없이 가해지는 악의와 절망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가 시대를 개척한 예술가이자 살아있는 역사가 된 모든 흑인 뮤지션들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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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 부에는 1990년대의 나이가 들어 늙어버린 새미의 모습이 나오는데 젊었을 때 얼굴에 새겨졌던 뱀파이어의 상처는 나이가 든 노년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시대가 남긴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그들의 일부가 되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함


특히 마지막에 (스포일러)와 나눈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미는 노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기 전까지의 그 날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어.
Until the Sun went down, that was the best day of my life.
하지만 그러면서도 새미는, 비록 뱀파이어의 습격과 가장 가까운 친척의 죽음을 겪었음에도, 가족들과 같이 주점을 열 준비를 하고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있었던 그날을,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로도 추억하고 있기도 했지


단순한 추억 미화로, 그렇다고 괴로움만 가득했던 끔찍한 나날들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참으로 복잡하고도 오묘한 옛 시대에 대한 추억과 회한

새미가 부르는 그 블루스의 선율에 이 모든 게 담겨 있는 게 아닐까 함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아리랑, 한의 정서 하고도 통하는 맥락이 있긴 하지




쓰다보니 뭔가 횡설수설 하는 거 같아서 좀 그렇네

암튼 씨너스 정말 강추하고요 사운드 빵빵한 극장에서 안 보고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입니다

아직 상영 중일 때 보세요. 전 나중에 4K 블루레이로도 살 예정임.

댓글
  • 한심하냥 2025/06/04 23:09

    아이맥스로 촬영했다는거 같더라 영상미 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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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린이광광우러욧 2025/06/04 23:10

    워너가 다른 건 몰라도 블루레이 장인들이라서 4K 블루레이 매우 기대중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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