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주의][장문주의] 라이카를 사고 나서 달라진 점

이제 Q2를 들인지 3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 하시겠지만, 라이카는 항상 저에게 꿈의 카메라 였습니다.
언제부턴가 Q시리즈를 알게되고 나서는 (그때가 막 Q2가 나왔을 때일겁니다) Q2가 제 꿈의 바디,
죽기 전에 한 번 써 보고 싶은 바디가 되었지요.
그러다가 작년 말 부터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올해 2월에 검사및 치료차 한국으로 나왔습니다.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받고나서 담당의사가 제일 먼저 한 말은 '오늘 당장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심부전+신부전+당뇨.. 폐에도 물이 차 있고, 심장도 많이 부어있고, 심장 기능이 15%이하라고...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3일, 그리고 일반병동에서 1주일 후 다행이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고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Q2를 구매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중고이긴 하지만, 제가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사고싶다고 막 살 수 있는 형편은 아닙니다.)
죽을 뻔 하다가 살아났으니, 그리고 사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니(사실 누구나 다 그런데 인식을 못하지요) 죽기전에 해 보고 싶었던 걸 한 것이지요.
처음엔 그냥 바디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았습니다. 아직 체력이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며 사진 찍을 만큼은 안돼서 한참동안 그냥 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몸 상태도 좋아지면서 살살 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는 동호회 촬영회도 따라다니며 모델 사진도 찍고 했는데.. 이제는 제가 찍는 사진에 대해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라이카를 들고 다니면서 제일 좋아진건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섞인 눈빛 뿐이었습니다.
사진은, 뭘로 찍어도 달라진 건 없더군요
이젠 정말 장비탓을 못하고, 온전히 실력탓을 해야지요 ㅎㅎ
그리고 여기 라이카 동에서 다른 고수분들의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진을 볼 때 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뭘로 찍었을까?' 가 궁금했다면, 조금 지나니 '어떻게 찍었을까?' 로 변했고,
이제는 그게 '왜 찍었을까?'로 변한 듯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번 더 보고 한번 더 생각하고.. 그래도 아직 맘에드는 사진을 찍는건 한참 먼 이야기 같습니다.
라이카를 사고 나서 달라진 점 -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부터 사진을 새로 배우는 것 처럼..
혹시 라이카 구매를 망설이고 계신 분 계시다면, 그 점 참고 하시길..
(장문의 뻘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