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있음
89년도 버팔로 세이버즈 소속의 골리 클린트 말라척이
수비 도중 스케이트 날에 목이 베인다.
송출 카메라가 한번 잡은 뒤 더 이상 잡지 않지만,
심장 박동에 맞춰 울컥 하고 출혈이 쏟아지는 걸 보면
인체에서 가장 치명적인 급소인 경동맥이 확실하게 베였다.
화면에 잡히진 않았지만 심각한 출혈을 목격하고
급성 심장 발작을 일으킨 관중,
경기장에 구토한 선수도 있었다.
경동맥 출혈 대처법을 알고 있는 의료진은
들것을 들고 나오지 않고,
환부를 심장보다 위로 위치시켜서 선수를 이송한다.
클린트 말라척은 1.5L 가량의 혈액을 잃었다.
열상의 규모는 15cm였다.
의식 불명의 상황에서 300바늘을 꿰맸다.
그리고 살아남는다.
그는 인류 스포츠 역사에서
경기 중 경동맥 손상을 입고도 생존한 첫 생존자가 된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10일 후에 선수로 복귀한다.
그에게는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다.
'하키계 무적의 상남자.'
그에게는 찬사와 동시에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극심한 신경학적 강박증 (OCD) 판정이 내려졌다.
89년도의 상남자 클린트 말라척은
개의치 않고 선수 복귀를 선택하면서, 96년까지 활동하고
하키 선수로서도 장수인 17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
1989년의 사고 이후 약 19년 뒤.
2008년, 같은 버펄로 세이버스의 홈 경기장
플로리다 팬서스의 공격수 리처드 제드닉이 넘어지면서
19년 전 클린트 말라척과 같은 경동맥 열상을 입지만,
그 역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것을 본 당시 콜럼버스 블루 재키츠의 골리 코치이자
같은 사고의 19년 전 피해자였던 클린트 말라척은
이 사건을 목격 후 내재되었던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하고 만다.
리처드 제드닉의 사고를 목격하고 난 약 8개월 뒤,
클린트 말라척은 자신의 목장 뒷마당, 아내가 보는 앞에서
사냥용 22구경 라이플로 자신의 턱을 쏜다.
총알은 턱과 입을 관통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기적적으로,
관통력이 뇌까지 도달하지 않았고
총알은 눈 주변에서 멈춰있다.
그렇게 그는 또다시 살아남는다.
그는 사고 뒤에도 스스로를 쏜 것이 아닌 우발적 사고라며
정신질환이 없는 듯 행동했지만,
끝내 19년 전 치명적인 경동맥 사고 이후에
강박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알코올 중독을 앓았던 것을 스스로 고백한다.
자살 시도에서 생존한 그는 스포츠 정신 건강 학자 (혹은 옹호자)이자 ,
정신 건강 전문 강연자로서 활동하게 된다.
2017년에는 니피싱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까지 받으며
25년 현재에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눈가에 적출하지 못한 22구경과 함께."
그가 강연 중 항상 덧붙이는 말이다.
2023년, 노팅엄 팬서스의 아담 존슨이
스케이트 날에 경동맥이 베이는 사고를 당한다.
위의 모습이 마지막 모습으로,
직후 경기장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즉시 지혈을 위한 강한 압박, 기도 확보,
환부를 심장 위로 응급처치를 했으나
사인은 경부 손상, 즉 사고 후 즉사이다.
Adam Johnson, 향년 19세였다.
(이후는 라이브 장면을 본 사람들의 자체 촬영으로만 남았고,
TV 촬영본은 방송사 측에서 삭제되었다.)
경찰은 가해 행동으로 지목될 수 있는 행동을 한 팻 그레이브를
수사 끝에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사고 2년 후인 지난 달 2025년 4월,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 사고 이후, 국제 하키 연맹은 목 보호대 착용을 의무화하지만,
정작 위의 사건들이 일어난 북미 하키 리그에서는
여전히 착용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34년 전, 같은 사고의 생존자였던 클린트 말라척이
이번에는 정신 질환을 이겨낸 후
이 사건을 지켜보며 인터뷰에서 말한다.
(살아남았더라도) "제가 바라는 건 사람들이
상담을 한번 받아봤으면 한다는 겁니다."
"PTSD는 정말로 실존합니다.
저처럼 20년 동안 내버려두지 마세요."
얼핏 보면 뜬금 없는,
죽은 선수와는 언뜻 관계 없어 보이는 인터뷰이지만
그의 말에는 무게가 있다.
가장 남자다운 남자,
언론이 Ultimate bad ass라고 칭송하며
15cm 경부 복합 열상, 경동맥 과다출혈에서 열흘만에 돌아온 남자,
하지만 마음 속 후유증은 20년이 걸렸다.
인터뷰는 사고 이후의 삶에 관한 내용이였지만,
그의 답변은 스스로도 몰랐던 다친 마음을 늦게서야 안 그가
어쩌면 우리도 스스로의 마음을 모르고 있음을
걱정한 것처럼 느껴졌다.
비문, 오타 고쳐서 재업
목 베이고 회복 열흘
후유증 20년...
저런 터프한 삶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다치는 마음도 조심하라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