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모음)
한 여우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을 걷던 여우는 건너편의 또 다른 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둘 다 여우니까 부르기 편하게 한 여우는 아드리안(Adrian)이라고,
길 가다 만난 또 다른 여우는 비앙카(Bianca)라고 부르겠습니다.
둘 다 암컷이야?
그렇다 치고요...
아드리안은 낯선 비앙카를 보고 적개심을 표출했습니다.
아드리안이 그르렁대자, 비앙카도 똑같이 그르렁거립니다.
아드리안이 몸을 숙이며 경계하자, 비앙카도 똑같이 경계했습니다.
그렇게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에서 서로를 위협하니, 그 자리에 여우는 온데간데 없고 야수만 남았습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던 토끼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아드리안, 대체 뭐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만, 아드리안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토끼는 자기 선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생각해 사육사를 불렀습니다.
토끼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사육사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습니다. '아드리안, 멀리서 바라보렴. 이건 거울이란다.'
사육사의 말을 들은 아드리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아드리안이 앞발을 들어올리자, 비앙카도 앞발을 들어올립니다.
아드리안이 코를 킁킁거리자, 비앙카도 코를 킁킁거립니다.
'그래, 저기 있는 비앙카도 나였구나.'
깨닫고 나니 야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엔 길을 걷던 여우 한 마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육사가 큰 일을 해줬네.
네, 아주 큰 일을 해주었죠.
사육사는 맹수가 된 여우를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여우의 시야를 한층 더 넓혀주었죠.
이야기가 낯설게 들리지 않는데 기분 탓 인가?
기분 탓 입니다.
정말?
아무튼 기분 탓이라고요.
저 덕분에 선배님 해결됬으니 오늘은 제가 선생님 먹겠습니다
그... 그딴 과거 필요 없어!
아비도스에는 이런 구언이 있죠
"응, 선택은 강자의 것이야"
아하! 선배는 거울이 뭔지 몰랐던 바보였구나!
그래. 거울이 뭔지도 모르는, 사육사만 바라보는 바보다.
떠올려라 유키노! 잘 벼려져 있던 시절의 너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그딴 과거 필요 없어!
이분은..부디 오래도록 괴문서를 만들어주길...
저 덕분에 선배님 해결됬으니 오늘은 제가 선생님 먹겠습니다
너는 토끼고 나는 사육사야!
아비도스에는 이런 구언이 있죠
"응, 선택은 강자의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