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현직 시나리오 작가가 본 바루스 스토리

 

 

근본이 없다.

 

이 캐릭터가 움직이는 '개연성'.

이 캐릭터의 정체성.

이 캐릭터의 시그니처가 전무함.

 

바루스로 예를 들어줌.

 

이전 바루스는

 

'대단한 활쏨씨와 고귀한 성품'의 소유자인 부패한 기운의 파수꾼. 수호자 바루스가 신전 근처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절대 세상 바깥으로 풀려나가서는 안될 부패한 기운'을 감시하던 중 -> 녹서스 군대가 마을과 신전을 침공해 오는 것을 알게 되었고 -> 수호자로서의 고귀한 의무와 가족, 마을 사람들 가운데 수호자로서의 자신을 선택했으며 -> 그 결과 폐허가 된 마을과 덧없이 죽은 가족들의 시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에 좌절과 분노. 고통과 공허함에 사로잡힌 바루스는 모든 걸 걸고 지켜냈던 구덩이에 스스로를 던지고 '복수의 화신'이 되었다. 

 

내가 강조한 부분 기억해.

 

이제 바뀐 설정을 보자.

 

녹서스 군대와 싸우던 발마와 카이라는 사냥꾼중 한 명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 이에 발마는 '심장빛'이자 자신의

'사랑스런 연인' 카이를 데리고 신전으로 가 카이를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했지만 -> 신전에 봉인되었던 바루스라는 고대 다르킨 종족의 일원은 도리어 발마와 카이를 숙주 삼아 재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발마와 카이는 자신들의 사랑이 다르킨의 저열한 충동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게 바뀐 스토리지. 비교해보자.

 

전자에서 내가 강조한 부분을 빼보면 알겠지만 이야기가 전혀 연결이 안됨을 확인할 수 있다. 단 하나라도 빼는 순간 이야기 진행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그게 바루스를 이루고 있는 캐릭터의 정체성이자 근본 그 자체니까.

 

개연성? '녹서스에 모든 것을 잃고 타락을 선택한 수호자이자 파수꾼'

 

정체성? '타락한 수호자' '복수귀'

 

상징물?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 남은, 가족의 추억이 담긴 로켓'

 

반면 새로운 스토리는 전부 빼도 이야기가 진행됨.

 

녹서스 군대와 싸우던 발마와 카이라는 사냥꾼중 한 명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발마는 카이를 데리고 신전으로 가 카이를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했지만 바루스라는 고대 다르킨 종족이 도리어 발마와 카이를 숙주 삼아 재탄생하게 되었다.

 

??

 

뭐지. 개꿀잼몰카인가? 작가가 캐릭터 근본 요소라고 집어넣은 것들이 없어도 이야기가 진행되지?

 

개연성? 없어.

 

정체성? 없어.

 

상징물? 없어.

 

남은 건? 자캐 딸.

 

이런 걸 '메리 수(mary sue)' 라고 부른다. 보통 팬픽 쓰는 애들이 자기 캐릭터로 자캐딸치려고 만드는 거지.

 

그래 팬픽. 지가 존나 좋아하는 요소 집어넣고 혼자 좋다고 ja위하는데 누가 좋아하겠어. 그게 기존 캐릭터부터 세계관 자체를 뒤틀어버리는데.

 

기존 바루스는 완성된 복수귀이자 타락한 영웅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의 바루스는 PC 집어넣으려고 억지로 비벼낸 호모 엑스트라 1에 불과해.

 

지 자캐딸 친다고 정사에 이딴 걸 편입시켰으니 대체 누가 좋아하겠냐고. 팬픽이었으면 나도 아무 말 안하지.

 

슈리마와 프렐요드가 그 난리뿅뿅발광을 떨면서도 바뀐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이유가 여기있음.

 

얘네는 근본 요소인 프렐요드와 슈리마가 뿌리에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근데 지금 바루스는 그게 아니야. 바루스 자체의 캐릭터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초월자면서 존나 짱 센 다르킨이 고작 인간 필멸자 사냥꾼 두 명한테 쩔쩔거린다고?

 

아트록스랑 케인은 뿅뿅이냐?

걔네는 존나 긍지 높은 전사에 그 제드조차 인정하는 그림자단 희대의 천재 씹사기 오버밸런스 캐릭터인데?

 

그런데도 간신히 저항하거나 이미 숙주화 되어버렸는데? 

사랑 하나 때문에 그 미친 초월종 정복자 침략 종족인 다르킨이?

 

 

 

이번 스토리 리메이크는 완벽한 실패임. 그레이엄 맥닐은 이야기꾼이 항상 기억해야할 개연성을 날로 삼켰고

남은 것은 작위성 쩌는 자캐 하나가 되었다. 라이엇은 이걸 두고두고 기억해야할거야. 실패한 스토리 업데이트의 표본으로.